태백산맥은 없다
조석필 지음 / 사람과산 / 1997년 4월
지난 7월, 숲해설가협회의 '백두대간 이야기' 나눔강좌에 참석했는데, 강사님이 너무 많은 자료를 준비해서 정작 내가 알고 싶은 건 얻지 못해서 '태백산맥은 없다' 를 구입하려는데 품절이다. ㅠ
그런데, 9월에 수강한 무등산 환경대학 교육일정에 <태백산맥은 없다> 저자 조석필 선생님 수업이 들어있어 엄청 기대했다. 드디어 10월 11일 조석필 선생님 강의를 들었다. 와우~ 강사님이 미남이라 놀랐고^^ 내가 궁금했던 백두대간과 정맥이 왜 그렇게 나누어지는지 명쾌하게 알려주셨다. 더구나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원리에 따라 산 없이 시작된 강이 없고 강을 품지 않은 산도 없어 산과 강을 한몸으로 본다고 말씀하셨다.
둘째 줄(머리가 나^^)에 앉아 열심히 경청했고, 조정래 작가님의 '태백산맥'은 제목이 바뀌어야 하는거 아닌가? 질문도 하고 품절도서라 구입할 수 없으니 재출간하면 좋겠다고 요청했었다. 선생님은 강의가 끝나고 책을 주신다며 이름도 물어보셨는데, 협회로 책과 지도를 보내오셨다. 와우~ 난 정말 복도 많아!^^
영광스럽게 사인본으로 받은 책은 2001년 4쇄고, 알라딘은 '이 도서는 품절 입니다. (확인일 : 2011-03-12)' 라고 안내한다. 그런데 개인 중고는 5권이나 나왔는데 정가 9,500원의 책을 30,000원~70,000원까지 값을 매겨놓았다. 헐~
저자는 초등 5학년(97년 나이니까 지금은 아름다운 청년이겠다) 아들 '여래'와 등산한 이야기를 곁들여 쉽게 풀어나간다.
"세상의 산이 모두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아들이 능선이 코앞에 다가서면 '바구니를 뛰쳐나온 새우처럼 즐겁다' 며 '사람 사는 세상에 아이스크림도 같이 살기 때문일 것'이라 말한다.^^
당분간 <태백산맥은 없다>를 구하기 어려운 독자를 위해 핵심문장을 옮겨 적는다.
"산맥은 산줄기가 아니다. 태백산맥, 소백산맥 하는 현행 산줄기는 모두 가짜다. 진짜 산줄기는 따로 있다. 산경표에 나오는 백두대간, 호남정맥 등이 그것이다. 이제 껍데기는 가라."
산경표(山經表)가 뭔가. 조선 후기에 발간되었던 지리서다. 책에는 우리나라 산줄기들의 명칭과, 거기 속하는 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당시 국가의 공인된 지리개념이었으며, 조선 왕조 내내 지리인식의 근간으로 활약했던 똑똑하고 논리정연한 이론이었다. 그것이 '잊혀진 산줄기'로 전락한 것은 이론 자체의 문제점 때문이 아니라, 일제의 조선 강점이라는 국가적 환란에 의한 것이었다. (16쪽)
현재 우리가 배우고 있는 산맥체계는 1903년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라는 일본인 지리학자가 제안했던 지질학 연구논문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그것은 실험적 성격이 강한 개인의 연구 결과였을 뿐 학회나 국가 차원의 검증을 거친 이론이 아니었다. 보다 중요한 점은 산맥이 실제 지형의 파악을 목적으로 하는 지리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일방적으로, 지리개념인 백두대간을 교과서에서 몰아내고 지질개념인 산맥을 들여앉혔다. 조선 강점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를 식민통치에 편한 체제로 바꾸어가던 작업의 일환이었다.
백두대간과 태백산맥으로 말해지는 두 체계는 이처럼 출신성분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지리인식의 근간이 다르며, 그에 따른 산줄기 명칭이나 주향 또한 전혀 다르다. 백두대간은 지형의 개념이고, 태백산맥은 지질의 개념이다. (20쪽)
백두대간은 쉽다. 단순하고 정확하며 유용하다.
지리인식이 잘못되면 그에 따른 인문사회과학적 연구업적이 모두 함께 왜곡된다. 나라의 지형, 역사, 문화, 풍습 등 소위 국학을 도모함에 있어 산경표가 제공하는 지리인식은 산맥체계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유용하다.
현행 산맥체계는 자체 검증부터 받아야 한다.
현행 산맥체계는 교과서마다 제각기 딴소리를 낸다. 그러한 난맥상은 국가 경여의 기초가 되는 지리인식 체계에 대한 고민 한 번 해본 적없이 '베껴쓰기'를 반복해온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산맥체계를 근간으로 기술된 현행 지리교과서는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대간을 제쳐놓고 산맥을 가르치는 일은 구구단도 못 배운 아이들에게 미적분 외우라는 꼴이다.(20쪽)
알라딘에도 재출간 요청을 했고, 출판사에도 재출간 요청 전화를 해서 빨리 재출간되도록 힘써 볼까?
이번에 강의를 듣고 나서 알았는데, 바로 내가 사는 지역구의 소아과 의사선생님이다. 환경대학 처장님은 우리동네니까 같이 병원에도 찾아가보자고 하시니 조만간 가게 될 듯하다.^^ 알라딘 저자소개는 요렇게 나와 있다.
진도 출생. 의학박사, 소아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다. 광주일고 산악부를 통해 산과 인연을 맺었으며, 1987년 전남의대산악부의 히말라야에 렌포강 원정대를 이끌어 그 해 한국대학산악연맹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산악인'상을 수상했다. 월간 '사람과 산'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 땅의 산줄기 원리에 심취하여 백두대간 복원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1992년의 호남정맥 종주를 시작으로 땅끝기맥, 영산북기맥, 섬진지맥을 차례로 종주했다. 1996년 MBC 드라마 '산' 촬영 팀닥터로서 쿰부히말에서 생활하면서 고산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2000년 안나푸르나, 2002년 쿰부히말 트레킹으로 이어졌다. 그 해에 '사람과 산'에서 선정하는 '산악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10살짜리 아들을 히말라야에 데려가도 될까요?>,
<월출산>,
<태백산맥은 없다> <렌포강 하늘길>, <산경표를 위하여>, <고산에 가면 보이는 고산병>등이 있다
월출산은 이미지가 안뜨고,
다른 책은 검색이 안되는데 절판이라 그런가?
<태백산맥은 없다> 재출간 되면 한 권 사서 조정래 선생님께 보내드리고 싶다. 이 책을 보시면 '태백산맥'을 '백두대간'으로 바꾸실지도... 2010년 10월 30일, 조정래 선생님과 북한산 둘레길을 걸을 때, 우리 삼남매 이름으로 사인해 주신다고 대하소설 3부작 1권을 댁으로 보내라고 하셔서 주소도 확보했는데~^^
네이버에서 '조석필' 검색하면 뜨는 1997년 3월 27일자 경향신문 기사~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7032700329138001&ed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7-03-27&officeId=00032&pageNo=38&printNo=16061&publishType=0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