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오는 아침, 고흐의 아몬드나무 우산을 받치고 걸어가 영화 '가비'를 봤다.
비오는 금요일이라 그랬는지 영화관엔 우리 일행 아줌마 셋과 다른 팀을 더해도 채 10명이 안되었다.
다들 바쁜 일상이라 영화 볼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아, 우리도 셋이 함께 영화보기는 꽤 오랜만이다.
영화 <가비>는 기대했던 것보다 만족스러웠다. 관객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만든 영화인 듯...
김탁환 원작 <노서아 가비>는 못 읽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원작이 읽고 싶어졌다.
1896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아관파천)한 고종, 그 암울한 시기에 쓰디 쓴 커피에 위로받으며 쓰러져가는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일으켜 세우려 꿈꾸지만... 매천야록에 기록된 고종의 커피독살을 소재로 커피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장윤현 감독은 전작 <황진이>에서 결코 화려하지 않은 색감으로 우아하고 격조 높은 한복의 화려함과 매력을 보여주었는데,<가비>에서도 따냐(김소연)의 의상이 굉장하다. 따냐를 비롯한 일리치(주진모), 고종(박희순), 사다코(유선) 네 사람의 연기도 대단하고.
'가비'는 한 남자에겐 사랑이었고, 한 남자에겐....... 뭐였을까?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고, 최초의 커피점이었다는 정관헌이 궁금해지는....
장윤현 감독 에세이 <외로워서 완벽한>이 나왔다.
장윤현 감독의 '접속'과 '황진이'만 봤지만, 그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궁금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보여 주고 싶은 이야기'를 세련된 감수성, 섬세한 감정선, 디테일한 연출력으로 그려내는 영화감독 장윤현의 첫번째 산문집이다.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 [접속], [텔 미 썸딩], [썸] 등 그의 영화에는 늘 인간의 외로움과 폐쇄된 감정 그리고 상처와 슬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이 묵직하게 담겨져 있다.
장윤현 감독은 900여 일 동안 영화 [가비]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커피를 공부했다. 그리고 커피에서 삶을 발견했고, 다시 사람을 발견했다. 커피에서 발견한 사람들의 감정과 모습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 그에게 커피 한잔은 어두운 시절을, 우울을 견뎌내는 힘이 되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힘들 때 마시는 커피의 맛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배웠다. 이 책은 그런 헤아림의 조각들이다.
순간의 위로, 소통의 미덕, 따뜻한 고독, 탐닉의 기쁨, 조용한 사치, 5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34가지 이야기는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 속에서 섬세하게 그려낸 감정의 선, 그리고 그때마다 등장하는 커피 한잔을 주제로 한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알라딘 책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