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막내, 제6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4~5월 기록

올해는 포상이 없어, 엄마도 아이도 책을 읽어도 기록에 소홀하다.
그래도 목표는 달성해야 하니까, 마감일인 10월 9일까지 완주 해야겠지.^^ 

5/22 멋지다 열일곱  

나와 똑같은 나이의 재하. 농구선수가 꿈이었던 아이지만 잦은 무릎부상을 겪고 그 꿈을 포기해 버린다.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기가 뭘 해야 될지, 계속 공부를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면서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러다 유다연의 전화가 오고, 다연에게 설득된 재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드림레이서가 되기로 한다. 완벽한 모범생으로 변해가는 재하를 보면서 사람이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바뀔 수 있나 좀 의심스러웠다.  

변해가는 과정에 아무런 고민도, 갈등도 없어서 얘가 엄청 자제력이 좋은건지, 아니면 책이라 그런건지.. 어쨌든 자신의 일대기 적기, 계획 세우기, 파워지수 높이기, 시간 관리하기, 인맥 쌓기, 교양 쌓기, 생각하는 힘 기르기라는 일곱가지 미션을 수행해가면서 점점 더 훌륭한 드림 레이서가 된다. 처음엔 거절했던 재하에게 다연이 '예기치 못한 불행과 예정된 불행, 넌 지금 예정된 불행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거야.' 라고 말 했을때는 순간 가슴이 찔렸다. 지금 나도 계속 이렇게 행동하면 어쩌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미래를 향해 그대로 달려갈 지도 모른다고. 나도 열일곱살,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 있는 나이니까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6/5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 

5월 29일, 엄마와 함께 부여문화유산답사를 갔는데, 그 때 해설해주신 분이 유홍준씨였다. 이 책 출간기념으로 출판사가 진행한 이벤트였는데, 정작 갈 때는 책을 못 보고 가서 돌아오고 나서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보고 온 것들을 책을 보면서 다시 되살리고, 그 때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답사는 정말 재미있게 갔다왔다. '서동요'로 알려진 백제무왕의 궁남지를 시작으로 장하리 3층석탑, 무량사, 성주사지, 정림사지 5층석탑, 유홍준씨의 집인 '휴휴당'까지. 그런 것들이 책으로 다시 한 번 풀어져 있었다. 예전에 엄마가 이런 델 데려갔을때는 그냥 돌은 돌이고, 탑은 탑 같아서 왜 일부러 이런 델 오는건지 귀찮고 짜증났는데, 조금 커서 다시 보니까 느낌이 달랐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것들이 몇백년, 몇 천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걸 생각하고, 이 옆으로 그 당시의 사람들이 숨쉬고 생활했을 걸 생각하니 뭔지 모를 감동까지 느꼈다. 요즘과는 다른 옛 것의 멋이란 게 하나하나 와닿았다. 나는 부여밖에 못 가봤지만, 나중에는 꼭 이 책에 나온 다른 답사지까지 가 볼 예정이다. 

 

6/19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2 

고등학생으로 올라오니 확실히 그 전엔 읽지 않던 고전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원래 국어를 좋아하다 보니 비록 문제 지문으로 나오는 고전이지만 그 때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 사상들도 알 수 있고 좋다. 우리 문학에서 고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참 크고, 고전이 담고 있는 것들도 많다.  

홍길동전에는 당시 주류였던 성리학이 아닌 도가사상이 소설의 주요 소재로 쓰였다는 것에 놀랐다. 서얼이었던 길동도 비주류이니, 둘의 결합은 좀 의미심장한 느낌이 든다. 그외에 유충렬전도 EBS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된 거라 반가웠다. 요즘도 소설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으로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운몽을 알았을 때 그때 사람들도 양소유의 삶에 열광했을 걸 생각하니 신기했다. 어찌보면 그때 당시 가장 욕망에 충실했던 소설 같다. 중간에 고난을 겪고, 마지막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지만 어찌됐건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하는 건 양반의 자식으로 태어나 화려한 벼슬을 누리고, 아름다운 아내들과 즐겼던 양소유의 삶이니 말이다. 여기에 나온 고전들 중 금오신화, 유충렬전, 완월회맹연 같은 것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6/26 러시아 통신 


 일본어와 러시아어 동시통역자였던 요네하라 마리. 이 사람의 책은 언제나 유쾌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러시아라는,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나라도 이 사람을 통하면 어렴풋이나마 상상해 볼 수 있다. 언제나 보드카와 함께하는, 무뚝뚝하지만 뭔지 모를 매력이 있는 나라. 동시통역을 할 정도로 외국어를 잘 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것 같다. 의사소통이 자유로우니 제 2의 고향이 생긴 느낌일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사람의 다른 책에서도 보아 왔듯 러시아인의 보드카에 대한 애정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것 같다. 책의 상당한 부분을 보드카가 차지하고 있다. 옛날 러시아에는 술에 취해 출근을 해도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는데,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고르바초프가 시행했던 절주령 또한 결국 흔적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 절주령을 시행시켰던 고위간부들 또한 보드카를 사랑하는 러시아인이었으니 그 결말은 어찌보면 뻔한 거였을 거다.

 

 

7/7 구해줘 

 젠틀한 미국 의사와 활발한 프랑스 여자의 평범한 연애담인 줄 알았더니, 스케일이 점점 커진다. 어린 시절 슬럼가에서 자랐던 샘은 함께 자랐던 페데리카와 결혼하고 의사가 돼 성공적인 인생을 살지만, 상처를 이기지 못한 페데리카가 자살한 이후 마음의 문을 닫고 만다. 또 배우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온 줄리에트 보몽도 꿈을 이루지 못해 자신에 대한 좌절감, 회의감에 빠져 프랑스로 돌아가려 한다. 그 날 둘은 평소 가지 않을 길을 가고, 평소 하지 않은 실수를 저질러 우연히 만나게 된다. 줄리에트는 샘의 마음의 문을 열게 했고, 샘은 줄리에트에게 자신이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된 셈이다. 줄리에트를 데려가라는 임무를 띠고 저승에서 온 그레이스 코스텔로와 그녀를 잊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 루텔리, 마약중독자가 된 그레이스의 딸 조디까지. 보이지 않지만 모두 '구해줘'라고 간절히 말하고 있던 이들은, 마침내 서로가 서로에 의해 구원받는다. 복잡하게 풀어놨던 이야기를 마지막에 샘의 과거와 엮어 하나로 정리해가는 솜씨가 감탄스러웠다. 기욤 뮈소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7/21 시간 밖으로 달리다 


이 소설의 반전은 꽤나 참신해서, 그전까지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하고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려 머리 굴려가며 읽었던 걸 한순간에 풀어준다.  

 (왜 기록이 요것 밖에 없을까? 교육청 사이트에는 분명 길게 썼을텐데~~ ㅜㅜ) 

 

 

 

 

8/20 고등학생이 감동한 논어 

 
공자라는 인물은 정말 위대한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업적도 그렇지만, 책 한권이 아니었다면 알려지지도 않았을 인물이, 몇천년을 지나서도 우리 삶에서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니 말이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피하기 위해 공씨가문의 담장에 파묻었다가 발견됐다는데, 이 책은 어떻게든 살아남았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하늘이 문왕이 전한 문화를 계승시킬 생각이라면, 나를 절대 죽일 리 없다'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제자들과의 질의등답을 통해 군자란 무엇이고, 인과 도란 무엇인지,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갈고 닦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덧붙여 나 자신을 돌아보게 돼서 좋았다. 나도 모르는 새 다른 사람들을 상처주진 않았는지. 매일 공부만 하다가 가끔씩 펼쳐보면 이게 무슨 뜻일까 고민도 하면서, 좋은 시간이었다. 

 


8/20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패턴이 한결같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래도 기욤 뮈소의 책에는 사람들에게 먹히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현실에서 찾기 힘든 운명적 사랑을, 책에서라도 보고 잠깐이라도 꿈꾸게 해준다는 게 기욤뮈소를 한결같은 베스트 셀러 작가로 만든 가장 큰 강점이다.

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중간까지는 점점 인과가 떨어지는 내용에 도대체 작가가 이 내용을 어떻게 마무리할건지 궁금했었다. 책의 마지막을 보고서는 정말 한동안 허탈했다. 결국 모든 건 남자주인공이 초래한 것이었다. 몇 번을 죽어나면서 과거의 잘못을 되돌리고, 몰랐던 사실을 알고, 인생의 많은 부분을 좋게 바꿨지만 지금까지 겪어온 그 구질구질한 일들을 보자니 주인공에게 짜증이 날 정도였다. 결국 마지막까지 날 궁금케 했던 택시기사의 정체나, 도대체 어떻게 에단 휘태커는 목적을 이룰때까지 계속 죽음에서 되돌아온건지 속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그저 운명적이고 절대적인 사랑, 세상의 섭리로만 두루뭉술 풀이하는게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9/17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하리하라는 인도신화의 창조와 생명의 신 비슈누, 파괴와 종말의 신 시바의 결합형이다. 과학의 양면성을 알려주는 훌륭한 아이콘이라는 생각에 이은희씨가 택한 필명이다. 얼마나 ‘과학적인’ 필명인가! 1권에서는 현대과학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들에 대해 썼다면, 이번에는 일상 속의 과학을 탐구해보았다. 이은희씨가 좋은 점은 우리에겐 낯선 ‘골상학’이나 ‘신경학’, ‘연금술과 핵화학’ 같은 주제들을 친숙하게 접근시켜준다는 것이다. 두개골의 구조를 파악하면 인간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 유사과학 ‘골상학’을 쓰면서 ‘피니어스 게이지’사건을 예로 들었는데, 그 전에는 온화하고 침착했던 사람이 쇠말뚝이 머리를 관통한 사고 후에 폭력적이고 변덕스럽게 변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의 사람들은 얼마나 놀랬을까? 게이지 개인으로서는 무척이나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그로 인해 인류의 과학적 성취는 한 단계 상승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 ‘CSI'와 일반 과학수사의 비교, 콜라겐이 정말 피부 주름에 도움이 될 것인가, 혈액형별 성격론은 어디에서 왔나 등등. 뻔한 얘기지만 정말 상상외로 우리 주변에선 과학이 차지하는 분야가 넓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골상학과 뇌구조 쪽이었다. 원래 심리학이나 이런 쪽에 관심이 있었는데, 인간의 뇌에 대해 아직 모든 연구가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인간의 뇌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그걸 밝히는데 내가 도움이 되고 싶다. 

  

*막내는 목표를 5킬로(5000쪽)에 도전해서 거의 달성했는데, 문제는 엄마다. 
 15킬로에 도전했는데, 현재 10,000쪽 조금 넘었으니 남은 20일에 다 읽고 기록할 수 있을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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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초우ve 2011-09-20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대단 하십니다 ^^ 나도 올해 책 많이 읽어야지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
오기님 홧팅해요 ^^*
화이팅~!!!

순오기 2011-09-21 00:39   좋아요 0 | URL
올해는 별로 대단하지 않아요.ㅋㅋ
응원 고마워요~ 마지막까지 열심을 내볼게요.
완주하려면 알라딘서 놀면 안되는데.ㅋㅋ

hnine 2011-09-2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 따님의 기록이군요. '나와 같은 나이의 재하'라는 말에 잠시 혼동을 했었습니다 ^^
하리하라의 책은 저도 아주 좋아하는 책인데 저자의 다른 책들도 아주 재미나요.

순오기 2011-09-21 00:40   좋아요 0 | URL
재하는 열일곱 살이거든요. 내 나이가 그나이라면 좋을지 어떨지 잠시 생각했어요.ㅋㅋ
하리하라의 책, 우리집에도 두세권 되는데 나는 안 읽고 아이들만 봤어요.ㅜㅜ

마녀고양이 2011-09-2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또 하시는군요....... 그런데
상품이 없으면 심드렁해진다는 말씀, 솔직히 공감이 되네요... ㅋㅋ

순오기 2011-09-21 00:41   좋아요 0 | URL
상품이 없어서 별로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