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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총각 ㅣ 산하작은아이들 25
백석 글, 오치근 그림 / 산하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912년 7월,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백석은 참 잘 생겼다.
요즘 인기 절정 꽃미남도 울고 갈 인물이다.
어쩌면 그 시대의 현빈이고 원빈이지 않았을까?^^
거기다 글도 잘 쓰고, 그의 시를 보면 마음도 따뜻했을 것 같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흰 바람벽이 있어>에서-
<산골총각>은 <개구리네 한 솥밥>, <집게네 네 형제>, <준치가시>와 같은 백석의 동화시 그림책이다.
토속적인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리듬감이 살아 있어 소리내어 읽으면 글맛이 더한다.
마치 에니메이션 영화처럼 머리 속엔 두둥실 영상이 떠오른다.
이 그림책의 주연은 욕심쟁이 오소리와 순박한 산골총각이다.
그 외에 조연으로 어머니와 늙은 소, 장수바위와 늙은 영감님이 등장한다.
어느 산골 마을에 늙은 어미와 총각 아들 하나 가난하게 살았고
집 뒤 높은 산엔 땅속도 깊이 고래 같은 기와집에 백 년 묵은 오소리가 살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네 쌀을 빼앗고, 힘없는 사람네 옷을 빼앗아
저 혼자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오소리 되시겠다, 욕심쟁이 우후훗~~
욕심 부리지 않고 사는 총각과 어머니는 행복했지만, 웃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행복과 평안함도 잠시...
산골총각 너무하러 간 사이에 오소리가 내려 와 오조멍석을 휘딱 지고
늙은 어머니는 오소리의 뒷발에 채여 쓰러졌다. 이런 이런~~~
여기서부터 우리 이야기 구조에 자주 쓰이는 삼세 번이 등장한다.
복수를 하러 달려가는 것도 삼세 번~
산골총각, 고래등 같은 오소리 집으로 달려가 기회를 엿보는 것도 삼새 번~~~
오소리란 놈은 산골총각이 기회를 엿보는 줄도 모르고,
빼앗아 오고 훔쳐 온 오조 한 섬, 기장 한 섬, 찰 벼 한 섬으로 뭘 해 먹을까 궁리 하네~
오조 한 섬
져 왔으니
저것으로
무얼할까?
밥을 질까
떡을 칠까
죽을 쑬까
범벅할까,
에라 궁금한데
떡이나 치자!
오소리는 나쁜 놈~ 궁금해서 떡 해 먹고, 입맛 없다 죽을 쑤고, 시장해서 밥 한단다~
제 배 부르자고 남의 것 빼앗는 놈은 인간 세상에도 널려 있다.
남이야 살든 죽든 제 주머니만 불리는 욕심쟁이,
세상 돈 다 긁어 모으려고 영세업자 싹 쓸어버리는 대기업의 행태가 욕심쟁이 오소리와 무에 다르랴!!
하지만 산골총각은 번번히 오소리에게 당하고 만다,
첫번째는 바른배지개로 들어 메쳤으나 오소리의 뒷발에 차여 쓰러지고,
두번째는 왼배지개 들어 외로 메쳤으나 오소리의 이빨에 물려 쓰러지고
세번째는 통배지개 들어 거꾸로 메쳤는데~~~~ 어떻게 됐을까?
등발 좋은 오소리에게 번번히 당한 산골총각, 이대로는 안되겠다!
늙은 소와 장수바위, 늙은 영감에게 자문을 구하고 씨름 기술을 한 수 배우는 것도 삼세 번이다.
자~ 오소리와 한 판 승부는 끝을 내야 되겠지!
수수 한 말 푹푹 되어 지고 독연자로 재촉재촉 나가는 오소리께 달려든 산골총각,
통배지개 들어 거꾸로 메쳤더니~~~~~ 백 년 묵은 오소리, 제 다리 쭉 펴며 피두룩 죽고 말앗으니
어이 시원타, 오소리 녀석 쌤통이다!!
오소리를 물리친 산골 총각은
이 산골 저 산골에 소문내서
쌀 빼앗긴 사람 쌀 찾아가고,
옷 빼앗긴 사람 옷 찾아가고,
땅속 깊이 고래 같은 기와집은
땅 위로 헐어 내다
여러 채 집을 짓고
집 없는 사람들께
들어 살게 하였고,
가난한 총각 하나가
오소리 성화 받던
이 산골 저 산골을
평안히 마음 놓고
잘들 살게 하였다는 이야기다.
백석의 동화시에서 처음 만나는 토속어를 뒷장에 풀이해 놓았다.
낯선 말뜻을 배우고 익히면 우리도 멋진 시 한자락 뽑아내지 않을런지.... ^^
리듬감이 살아 있는 백석의 동화시와 정겨운 우리 산수화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좋다.
번번히 당하기만 하는 산골총각 때문에 씩씩대다가
냅다 메다 꽂아 오소리를 물리치는 장면에선, 내가 씨름에 이긴 것처럼 힘이 절로 났다.ㅋㅋ
오늘을 사는 우리도 제 욕심만 차리는 오소리 같은 족속들을 보면
산골총각처럼 냅다 메다 꽂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싸우고 또 싸워서 세상을 바꿔가야 하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