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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놀이 ㅣ 산하작은아이들 20
권정생 지음, 윤정주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평점 :
5월 17일은 권정생 선생님의 4주기, 선생님의 작품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으로 추모의 마음을 담는다.
선생님은 머릿말에서 혼자 기쁘고 즐거운 것은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하신다.
친구와 이웃의 슬픔과 괴로움을 돌아볼 줄 알고, 부자가 되거나 축구를 일등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단다.
서로 사이좋게 사는 것이 가장 소중하며, 빨리 통일이 되어 대동강 백두산 마을 아이들도,
우리 마을에 놀러 왔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정말 그런 날이 와야 하는데, 선생님은 못 보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물론 그곳에서도 통일의 날을 기다리며 기도하실 거라고 생각되지만...
처음 보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하느님의 눈물'에 실렸던 세 편을 골라 사랑스런 삽화로 옷 입힌 동화집이다.
선생님의 짧은 글과 윤정주님의 사랑스런 그림이 더 많은 말을 들려준다.
귀엽고 깜찍한 삽화로 만나는 세 편의 이야기는 새로운 느낌이라 좋았다.
'산버들나무 밑 가재 형제'는 언니가 먼저 장가들어 동생만 혼자 남았다.
동생은 홀로 밤을 지내며 무서움에 하느님을 불렀지만 응답하지 않는다.
울다 쓰러진 가재에게 이웃 할머니는 겁쟁이가 되지 말고 용감한 가재가 되라고
하느님은 대답하고 싶어도 꾹 참았을 거라고 한다. 하느님 정말 그런 거에요?^^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가재가 되겠다고 불끈 다짐하는 동생에게 미소를 보낸다.
'찔레꽃잎과 무지개'는 바람과 여행을 떠난 찔레꽃이 두려움과 죽을고비를 넘기고
방긋 웃는 해님과 아름다운 무지개를 가슴에 간직한다는 이야기다.
모험을 즐기려면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를 내야 한다.
무슨 일에나 겁내지 말라고 다독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두려움과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 또 멋진 일이 생긴다는 약속으로도 들린다.
표제작인 '학교놀이'는 엄마 없는 일곱 마리 병아리들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를 불러오려면 누군가 엄마 대신 하늘나라에 남아야 한다는 말에,
죽은 엄마보다 살아 있는 형제가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언니 병아리가 선생님이 되어 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재밌게 학교놀이를 즐긴다.
한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한다며 힘을 모아 적을 무찌르지만,
약한 자를 돕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죽이지 말고 사랑하자고 구호를 외친다.
사랑스런 병아리들의 구호는 권정생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다.
어린이와 평화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짧은 동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