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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바꿔 먹기 -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문화 그림책 ㅣ I LOVE 그림책
라니아 알 압둘라 왕비 글, 트리샤 투사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2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문화 그림책'으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샌드위치를 소재로 했는데 별다섯을 줘도 아깝지 않다.^^
문화의 다름을 체감하는데 음식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같다.
2007년 아이들 중학교 원어민샘 홈스테이할 때
이슬람교였던 그의 음식 문제로 난감하고 언짢았던 경험 때문에 감정이입이 됐다.
자기가 먹는 것 외에 새로운 것은 절대 먹어보려 하지 않는 그의 태도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 상했고, 나중엔 괘씸하기까지 했었다.
본인이 선택해서 온 한국이라면, 적어도 한국 문화를 알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모든 이야기는 땅콩버터 잼 샌드위치로 시작되고 후무스 샌드위치로 끝난다.
후무스 샌드위치는 병아리콩 으깬 것과 기름, 마늘을 섞은 중동지방 음식이란다.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그림도 마음에 쏙 들었다.
큼지막하게 펼쳐진 파스텔톤 그림이
학교에서 가장 친한 셀마와 릴리의 정다움을 잘 보여준다.
셀마와 릴리의 다정한 모습은, 보는 내마음까지 환해진다.
단짝 친구와 할 수 있는 놀이에도 즐거움이 배어나온다.
점심시간의 소근소근 시끌시끌한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맛난 음식 냄새까지 풍겨올 거 같은...
하지만 아무리 친해도 먹는 음식은 다르다.
릴리는 땅콩버터 잼 샌드위치를, 셀마는 후무스 샌드위치를 먹었다.
릴리는 셀마의 샌드위치가 괴상해 보이고 역겹고 싫었고
셀마는 릴리의 샌드위치가 이상해 보이고 메스껍고 끔찍했다.
처음엔 말하지 않았지만 참을 수없어 그만 선을 넘어 버렸다.
"우웩, 구역질 나!"
"웩, 토할 것 같아!"
이건 정말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친구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셀마는, 아침에 샌드위치를 반듯하게 자르며 미소짓던 엄마가 떠올랐고
릴리는, 샌드위치를 완벽한 삼각형으로 자르며 휘파람을 불던 아빠가 생각났다.
완벽한 단짝이었던 셀마와 릴리는 그날 오후 아무것도 함께 하지 않았다.
그림도, 그네도, 줄넘기도...
나는 이 장면에서 가슴이 아팠다. ㅠㅠ
아이들이 단짝 친구를 잃는 건, 우주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릴리와 셀마의 샌드위치 싸움은,
아이들이 패로 나뉘어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을 했으며 마침내 음식 싸움으로 번져버렸다.
교장실로 불려간 릴리와 셀마는 너무나 부끄러워 고개 들 수 없었고,
다음 날, 같이 점심을 먹으며 샌드위치를 바꿔 먹게 된다.
선생님이 이래라 저래라 개입하지 않고도 해결책을 찾아낸 아이들~
하나, 둘, 셋!에 친구의 샌드위치를 먹는다니 얼마나 귀여운가!
낯선 음식에 접근하는 방식도 아이들답게 사랑스럽다.^^
이 책에서 가장 따뜻하고 맘에 드는 장면이다.
친구의 샌드위치를 먹어 보고 맛있다고 인정하며 껴안는 셀마와 릴리.
어른들은 왜곡된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운데
쿨하게 인정하고 화해하는 걸 보니, 역시 어른들의 스승다운 어린이 모습이다.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펼침 장면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전교생의 샌드위치 파티다!
이 책은 놀랍게도 요르단의 라니아 알 압둘라 왕비가 썼는데,
유치원 다닐 때 어머니가 아침마다 후무스 샌드위치를 싸 줬고
땅콩버터 잼 샌드위치를 싸온 친구가 권해서 먹었더니 맛있었단다.
그날 얻은 교훈으로 <샌드위치 바꿔 먹기>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고 한다.
나와 다르다고 편견을 갖거나 왜곡 비방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성을 기르기 위한 멋진 그림책이다.
다문화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2학년 아이가 쓴 독서일기는 주제를 잘 이해한 훌륭한 일기였다.^^
이 책을 보더니 다 큰 우리 딸들은 샌드위치가 먹고 싶댄다.
아마도 아이들과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엄마가 귀찮을 수도 있다는 게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일 듯...^^
이 책을 보고 우리 큰딸이 만든 이름하여 '자취생 샌드위치' ^^
요건 내가 만들었던 샌드위치로 딸이 만든 자취생 샌드위치와 재료가 조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