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금) 광주대, 유은실 작가 강연회
우리 동네 미자 씨 낮은산 작은숲 12
유은실 지음, 장경혜 그림 / 낮은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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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돈많고 잘난 사람도 많지만, 그들에게 인간적인 따뜻함을 발견하거나 뭉클한 감동을 받기는 어렵다. 어쩌면 잘난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쓰는 낱말의 개념조차 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유유상종,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을 확인시키듯 사람들은 대부분 끼리끼리 논다. 잘난 사람들의 세계에선 그들만의 언어와 개념으로 소통될테니 불편함도 없을 것이다.  

유은실 작가는 잘난 사람을 제쳐두고, 실패하고 찌질한 인생의 미자씨를 주연으로 발탁했다. 우리의 미자 씨는 빚만 잔뜩 지고 마을에 들어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아가씨지만 아줌마로 불린다. 마을 사람 누구도 미자 씨를 도와주거나 잔치에 부르지도 않는다. 그러나 넉살 좋은 미자 씨는 제발로 와서 음식을 잔뜩 먹고 간다. 가끔은 동네 아이들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도 뺏어 먹는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돈을 몽땅 잃어버린 뒤부터, 먹고 싶은 걸 참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미자 씨도 밤이 되면 하루를 돌아보며 슬픔에 잠기거나 훌쩍훌쩍 우는 보통 사람이다. 미자 씨가 가진 게 없다고 해서 감정조차 없는 건 아니다.

주연을 빛나게 할 조연으론, 부모의 이혼으로 큰집에 얹혀 사는 5학년 성지를 내세웠다. 성지는 미자 씨를 주연답게 할 탁월한 조연이다. 동네 사람들은 아쉬우면 미자 씨를 불러 일을 시키지만 뒤에선 흉을 보는, 보통 사람인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성지 역시 미자 씨를 귀찮아하며 불퉁거리고 투덕투덕 싸우지만, 자기보다 더 외롭고 가난한 미자 씨가 있어 가끔은 위안을 받는다.   

<우리 동네 미자 씨>는 세 개의 단편이 하나로 꿰어지는 연작 형식의 동화집이다. 좋은 일을 하고 사우나에서 쓰는 치약을 60개나 얻은 <미자 씨의 선물 상자> 아픈 미자씨를 위해 부식차 아저씨가 준 <동태 두 마리> 늙어 농사일도 못하게 돼 딸네로 살러가는 순례 할머니가 주고 간 <낡아 빠진 여우 목도리>까지, 세 개의 이야기는 우리 동네 미자 씨의 인생을 영화처럼 펼쳐낸다. 미자 씨와 성지의 대화는 짠하면서도 웃음을 짓게 되고, 실실 웃다가도 가슴이 촉촉해지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작가 후기에 '내 안에 미자 씨가 있다'고 고백한 유은실 작가처럼, 우리 안에도 순수하고 외로운 미자 씨가 있으면 좋겠다. 가진 것이 없어도 슬프지 않은 미자 씨, 보통보다 못해도 보통이라고 생각할 줄 아는 미자 씨,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가슴이 콩닥거리는 미자 씨, 좋아하는 사람이 이미 임자 있는 몸이라 엉엉 울어버리는 미자 씨의 그 마음이 우리 안에도 있으면 좋겠다.  

빙충맞은 미자 씨의 리얼리티를 100% 살린 장경혜의 삽화와 유은실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우리 동네 미자 씨가 참 좋다. 어린이와 같이 어른들이 읽어야 할 동화집이다. 지금 외로운 당신, 우리 동네 미자 씨랑 친구 하실래요? 살며시 손 내밀어 이 책을 건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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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0-12-1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서 저도 내 안에 있는 미자씨를 만나게 될까요?
오늘, 유은실 작가님의 강연회에 참석하시는 건가요? ^^

순오기 2010-12-13 18:50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내 안에 미자씨를 갖고 있는 듯...
강연 끝나고 뒤풀이까지 참여했어요.^^

같은하늘 2010-12-1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은실 작가 강연회는 다녀오셨나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이 책 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12-13 18:50   좋아요 0 | URL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었지만 강연회는 참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