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름의 유래나 꽃에 얽힌 전설을 들려주는 책이다. 이룰 수없는 사랑으로 생겨난 등나무, 매화나무, 쑥부쟁이, 도라지, 연꽃, 백일홍 등은 안타까웠다.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불렀던 꽈리는 부잣집 딸의 놀림에 부끄러워 죽은 넋이 꽈리가 되었다. 내 유년기 시골집 뒤뜰에 지천으로 피어났던 꽈리라 새삼 그리움이 더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생겨난 할미꽃과 찔레꽃 이야기, 마을에 간 스님을 기다리다 죽은 동자승의 넋으로 피어난 동자꽃은 애잔하다. 특히 내 조상인 율곡을 살리기 위해 밤나무 천그루를 심었다는 사임당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라서 놀랐다. 천 그루에서 딱 한 그루가 부족했지만 어디선가 ’나도 밤나무요’ 하는 소리가 들려 천그루를 채워 율곡은 목숨을 건졌고, 그의 호에 밤나무 율(栗)자가 들어가게 됐다는 건 설득력이 있다. 모란꽃 그림에 나비가 없어 향기가 없다는 걸 알아낸 덕만공주의 지혜는 많이 회자되지만, 실제로 영랑생가에서 모란꽃을 보고 냄새도 맡아 보니 향기가 있었다. 부부의 애틋한 사랑으로 생겨난 민들레와 충선왕과 가야금을 타던 봉선이의 사연으로 탄생한 봉선화도 애틋하다. 구전된 이야기라 책마다 꽃들의 유래와 전설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과 억울함이나 원통함으로 피어난 꽃들의 유래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나타낸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