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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녀석이야 ㅣ 작은 책마을 15
황선미 지음, 정유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3월
절판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황선미 작가는 동물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주인공이 된 동물을 통해 버려진 물건에서도 뭔가를 발견하는 아이, 동생을 돌보며 두려움을 이기는 아이, 꿈을 위해 힘들어도 견디는 아이, 나만큼 남도 사랑할 줄 아이가 다음 세상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단다.
이 책에는 반달곰, 토끼, 다람쥐, 너구리를 통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들려주는 동화 세 편이 연작의 형태로 담겨 있다.
꼬마 목수 반달이는 솜씨 좋은 목수 아빠가 하는 걸 보고 배워서 고장난 것들을 쓸모있게 고칠 줄 안다. 어리지만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최선을 다해서 솜씨를 발휘한다. 산토끼 아주머니의 그네를 고쳐주고 꿀을 얻었고, 산토끼 재롱이의 방도 선반을 만들어 난장판을 말끔히 정리해줬다. 재롱이는 반달이에게 초롱꽃을 주었고...잘못 된 길을 가르쳐준 능청이 너구리에게 다 내주었지만 구덩이에 빠진 능청이도 도와주었다. 하지만 능청이는 잘못을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고약한 녀석이다'
다람쥐 깔끔이는 집을 수리하는 동안 건망증 할아버지 집에 가 있게 된다. 깔끔이는 건망증 할아버지에게 달랑 꽃을 주고 먹을 걸 많이 가져가는 두더지, 능청이 너구리, 오소리 아줌마가 얄밉다. 음식을 구하지 않고 게으름을 부리다가 건망증 할아버지를 이용한다고 투덜거린다. 할아버지에게 절대 친절을 베풀지 말라며, 메모판에 음식을 얻어가는 동물들을 적어 두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깔끔이가 여기 있었던 것과 도토리 과자 굽는 법, 깔끔이가 할아버지를 걱정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적어두었다. 깔끔이는 기운이 다한 할아버지를 통해 베풀기를 좋아하는 노인의 너그러움과 지혜를 깨달았다.
숲 속 동물들에게 작은 피해를 입히거나 이용하는 능청이 너구리는 '고약한 녀석'이라고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능청이는 절대 고약한 녀석이 아니라며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반달이와 재롱이, 씽씽이는 능청이에게 친구가 되려면 가시덩굴에 갔다 오라고 말한다. 가시덩굴은 아이를 잡아가는 무서운 숲이다. 용감하게 가시덩굴에 간 능청이는 사라지고, 걱정이 된 동물들은 두더지 아저씨를 따라 가시덩굴로 들어갔더니 짠~하고 능청이 할머니의 집이 나왔다. 능청이는 아버지가 알려준 할머니 집을 찾는라 숲속을 헤매다닌 것이었다. 친구들은 오해를 풀고 능청이 할머니 마당에서 머루잔치를 벌인다.
중고샵에서 황선미 작가의 사인본을 건졌다. 작가가 이야기를 써놓고 10년이나 묵혀두었다 새롭게 다듬어 출판한 책이다. 남을 속이거나 괴롭히고, 어려움에 빠뜨리는 못된 능청이 너구리는 고약한 녀석이 아니었다. 문제아처럼 보인 능청이가 소중한 가족을 찾아 여행하는 진짜 주인공으로 태어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모든 아이가 소중하다는 걸 깨우쳐주는 이야기, 문제아는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아주자고 조용히 일러주는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