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소로우 선생님 - 달리 초등학교 그림책 12
줄리 던랩.메리베스 로비에키 글, 메리 어재리언 그림, 조연숙 옮김 / 달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발견한 건 정말 '심봤다'였다.^^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란 부제가 붙은 '소로우의 오두막'을 지역도서관에서 빌린 후, 초등도서실에 갔는데 바로 이 책이 눈에 띄었으니 예상치 못한 횡재였다.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이웃에 살았다니 얼마나 복받은 일인지 너무너무 부러웠다. 더구나 루이자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날마다 집안 일을 도와야 했다는데, 소로우를 만나면서 자연과 더불어 동무가 되었고 그 영향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참 맘에 든다. 나는 판화 그림으로 된 책들이 좋다. 많이 보지 않았지만 그 희소성 때문에 더 좋아하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판화 그림책은 베스 크롬스의 '겨울 할머니'와 '수수께끼 동시 그림책' 정도인데, 메리 어재리언이라는 판화작가를 한 명 더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메리 어재리언을 검색해보니 알라딘에서 달랑 이 책 하나 검색된다.ㅜㅜ 

 

루이자는 참 말괄량이였던 듯, 일곱 살때 들보 위에 올라가 뛰어내리다 발목을 삐었다. 덕분에 아빠 서재에서 착한 여자아이가 해야 할 일들을 써 내려가는 벌을 받았다. 아빠는 어떻게 하면 딸이 얌전해질지 고민하게 되었고... 루이자는 발목이 다 나은 후에 소로우 선생님과 허클베리 열매를 따러 가는데 따라 나섰다. 소로우 선생님은 언니 애너가 다니는 콩코드 사립학교의 선생님이었다. 



루이자는 소로우 선생님과 함께 하는 게 마냥 좋았다. 선생님의 주머니엔 플룻을 모자엔 연필을 꽂고 다녔지만 말이 별로 없었다. 선생님은 양철통을 안 가져온 아이에게 나무껍질로 통도 만들어 주셨다. 이런 멋쟁이 선생님께 루이자는 홀딱 반해 버린 듯.^^ 



소로우 선생님은 두꺼비를 잡아 무언가 공책에 끼적였고, 글쓰기를 재빨리 끝내는 선생님이 루이자는 신기했다.



"산열매보다 싱그러운 건 없다. 눈뜬 자들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지." 
소로우 선생님 말씀처럼 자연이 공짜로 주는 선물을 따면서 아이들은 신이 났다. 소로우 선생님은 바위에 앉아 플룻을 불었고...루이자의 가슴 속엔 해맑은 플룻 소리가 물결 쳤다. 


루이자는 집안에 틀어박혀 일만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소로우 선생님이 토요일에 학생들을 데리고 야외수업을 한다는 걸 알고 루이자는 허락을 받고 달려 갔다. 소로우 선생님의 휘파람 소리에 나무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논종다리도 신기했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디언 이야기와 버섯 위에서 춤추는 꼬마 요정 이야기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거미줄은 요정이 떨어뜨린 레이스 손수건이라는 말씀과 플룻 연주를 들으며 행복했다. 

 

루이자는 아버지가 금지령을 내렸어도 소로우 선생님이  콩코드 강으로 소풍 간다는 걸 알고 기어이 따라 나서는 못 말리는 꼬마였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플룻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소로우 선생님은 언젠가는 강물 따라 여행하고 그 이야기를 쓸 거라고 했다.  



루이자 아빠가 글쓰기로 돈을 벌지 못해서 겨울동안 장작을 패서 하루에 일 달러를 벌었다. 생일파티도 하지 못했고 얇게 썬 빵과 사과 몇 조각이 전부인 가난한 생활을 했다. 엄마는 동전을 벌려고 바느질을 했고, 루이자는  언니와 집안일을 하고 동생을 돌봐야 했다. 루이자는 겨울 내내 집안에 틀어박혀 갑갑하게 지냈다. 



루이자는 삼월에 찾아 온 울새의 노래를 들으며 자기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순간 머릿속으로 낱말들이 밀려들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모두 노래가락이 되어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와 시를 썼다. 루이자는 그 시를 부모님과 소로우 선생님께 보여 드렸다. 루이자의 글쓰기는  자신을 강하고 자유롭게 하는 가슴 설레는 일이 되었다. 여덟 살 루이자는 자기 안에 흐르는 음악의 강을 발견한 것이다. 루이자는 훗날 자신의 가족이야기와 닮은 <작은 아씨들>을 썼고, 이야기 속의 작가 조 마치는 바로 루이자 메이 올컷이었다.  

소로우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루이자는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었고 마침내 작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소로우 선생님은 1854년 <월든>을 출간하고, 1862년 5월 6일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루이자는 소로우 선생님을 기리는 시 <소로우의 플룻>에서 '숲의 천재가 사라진다"고 슬퍼했다. 인생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루이자와 소로우 선생님의 만남은 오래 지속되진 않았지만 어린 소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듯하다. 루이자가 소로우 선생님을 만난 건 정말 축복이었다. <작은 아씨들>을 만날 수 있는 우리에게도 축복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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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2-07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얘기 사실일까요????아님 근처에 살았다는 것만으로 만들어진 얘기?????암튼 사실이라면 정말 신기해요~.ㅎㅎㅎ
저도 이책 담아갑니다(일단 담기만,,,ㅎㅎ)

순오기 2010-02-07 16:10   좋아요 0 | URL
사실이겠죠. 루이자 언니가 다니던 학교 선생님이었고 이웃에 살았다니까.^^

라로 2010-02-07 16:26   좋아요 0 | URL
사실이군요!!!!와~ 저는 허구이겠거니 했어요,,,,선생님이었다는 것도 안믿었으니,,,,넘 의심많고 건조한가봐요,,ㅠㅠ

순오기 2010-02-07 16:51   좋아요 0 | URL
실존인물 이야기는 기록을 바탕으로 하니까 허구이기야 하겠어요?
만치님 댓글을 봐도 사실이라 믿어도 되겠죠.^^

blanca 2010-02-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너무 신기해요. 작은 아씨들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그녀와 소로우가 이웃이었다니. 게다가 올컷이 제자였다니..이런 숨은 얘기 정말 너무 잼나고 좋아요.

순오기 2010-02-07 16:11   좋아요 0 | URL
그림책 아니었으면 이런 귀중한 정보를 모르고 지나칠 뻔했어요.^^

비로그인 2010-02-0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마을에 가봤어요! 너무너무 아름다운 마을이에요.
실제로 루이자 메이 올컷의 아버지가 소로우와 친구였다더군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에머슨, 소로우, 호손과 알고 지냈다니.. 작가가 되기엔 최적의 환경이지요? 올컷의 집 구경도 했었는데, orchard house라는 이름의 작고 검소하고 예쁜 집이었지요.

bookJourney 2010-02-07 16:04   좋아요 0 | URL
와우와우, Manci님 너무 부러워요~~~

순오기 2010-02-07 16:14   좋아요 0 | URL
와우~ 만치님은 올컷의 집도 가봤군요. 부러워라~
어렷을 때부터 에머슨, 소로우, 호손과 알고 지냈다니~ 정말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겠니요.^^

bookJourney 2010-02-0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피벳'에서도 소로우와 루이자가 한 마을에 사는 이야기가 잠깐 나와요. 아름다운 환경에서 작가와 이웃하며 살면, 저절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메리 어재리언의 책은 'Mary Azarian'으로 검색하면 몇 권 더 나와요. 번역서가 없는 영어책들만 나와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요 ... ^^;


순오기 2010-02-07 16:20   좋아요 0 | URL
아~ 고마워요, 알라딘은 살아있는 백과사전이라니까요.^^
검색해보니 정말 책이 여러 권인데 번역서는 없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