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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서 ㅣ 지원이와 병관이 1
고대영 지음,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3월
평점 :
요즘엔 세상이 험해서 어린 아이들끼리 지하철을 태워 보낸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일거수일투족을 부모가 함께 할 수 없으니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병관이와 지원이 남매의 지하철 승차는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병관이는 일곱 살이라 나오고 지원이는 정확한 나이가 안 나왔지만 터울을 생각하면 1학년이나 2학년은 됐을 거 같다. 자녀를 보호하는 건 부모의 의무지만 언제까지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울 수도 없으니, 처음엔 엄마가 멀찍이 따라가면서 저희들끼리 지하철 타기를 해보는 체험학습도 좋겠다.
병관이와 지원이의 지하철 타기는 환승해서 할머니 집에 찾아가는 거지만 야무진 누나가 말썽쟁이 동생을 잘 이끌어 준다. 아마도 엄마가 여러차례 데리고 다녔던 길이라 아이들끼리 찾아오라고 했을 거 같지만, 형제 자매가 있으니까 이런 일도 시키니 외동이라면 쉽지 않을 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부모의 지도하에 방학중에 이런 체험활동을 시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 삼남매도 막내가 일곱 살일 때 저희들끼리 버스비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12킬로나 되는 거리를 걸어 온 일이 있었다. 저희들이야 그렇게 먼 길인 줄 모르고 무모하게 도전했지만, 그 경험으로 많은 걸 깨달았던 놀라운 체험이었다. 셋이 뭉치면 겁날 것도 없고 못할 것도 없겠다는 값진 교훈도 얻었다.^^
맘놓고 끄덕끄덕 조는 병관이와 다르게 누나는 책임감에 졸린 눈을 비비며 참아 보지만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눈꺼플을 들어 올리는 일도 쉽지 않다. 다행히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아이들끼리 가는게 걱정스러웠는지 깨워서 어디까지 가는지 묻고 두 정거장 남았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세상 사람 모두가 부모 마인드를 가지면 악한 일도 없을텐데... 잠자던 병관이를 깨웠더니 완전 뿔난 도깨비다.ㅋㅋㅋ
할아버지 제삿날, 엄마는 먼저 할머니댁에 와서 일하다가 지원이와 병관이를 맞아 주시며
"수고했다. 지원아, 동생 데리고 오느라고."
이 한마디에 말썽쟁이 동생을 데려오느라 애먹은 지원이는 그만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으앙~ 그 다음에 지원이가 한 일은 말썽쟁이 병관이에게 똥침을 준 것! ㅋㅋㅋ 지원아 잘했어!
내가 어릴 땐 충청도 시골에서 자랐지만, 초등 6학년 정도 되면 혼자서 기차타고 서울도 보냈다. 물론 그 전에 부모 따라서 한 두번 다녀본 다음에 그리 했지만, 그땐 그렇게 혼자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고학년 되면 저희들끼리 뭉쳐서 시내버스 타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러 가던데, 위험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도 체험시키면 좋을 듯하지만, 선택은 부모와 아이가 신중히 의논해서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