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웃는 집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구입한 책은 출간 한 달인 10월 17일 발행의 1판 12쇄다. 출간 두 달이 지난 지금은 몇 쇄까지 찍었는지 모르지만 베스트셀러임을 확인하며 '모두들 웃으며 살고 싶구나' 혹은' 다들 세상 사는 고민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륜 스님 글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날마다 웃는 집'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막 결혼한 새내기 주부한테 선물하려고 했는데, 두 가지 이유로 선물은 망설여진다. 첫째는 상담 내용이 새내기 주부에겐 피부에 와닿지 않을 인생 전반에 걸친 문제였고, 둘째는 불교적 자기수행으로 귀결돼서 카톨릭 신자인 그녀에겐 그닥 호감이 가지 않을수 있겠다 싶다.  

이 책 참 예쁘다. 띠지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어느 게 더 예쁠까? 초록색 웃는 얼굴의 띠지를 보면 저절로 웃게 된다. 사이 사이 들어있는 그림도 예쁜데, 표지와 본문 그림을 그린이는 이영철(http://namusai33.com)이라고 속지에 소개했다.




들어가는 말 첫 머리부터 공감의 끄덕임과 더불어 저절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포즈를 취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가까이 있는 사람 사이에서 더 많이 생긴다. 그 사람 성격이 나빠서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왜 나와 가장 가까이 있어서 사랑과 힘을 나누어야 할 가족, 친구, 동료와 갈등을 빚게 될까요. 왜 행복을 함께 누려야 할 가족과 다투게 될까요. (들어가는 말)   
   

'행복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는데 실제로 살아보면 년차가 쌓여갈수록, 가족 때문에 갈등과 고민이 많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가족이란 범주는 핵가족의 내식구 뿐 아니라 친정, 시댁을 두루 망라한 가족이다. 그 관계망의 갈등구조는 시시때때로 밥 맛 없고, 살 맛 없게 하는 복병이다. 왜 그래야 할까? 법륜 스님은 다 자기 마음에 달린 일이니 인정하고 감사하며 자기 수행을 쌓으라며, 그 옳은 말씀을 받아들이도록 조곤조곤 설득하신다.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 먼저 불자들의 고민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상담을 들려주신다. 의외로 스님이 이런 말씀도 하시는구나, 싶은 말도 있지만 대체로 반론의 여지없이 끄덕이게 된다. 그렇지만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은 사람은 귀에 쏙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산전수전 겪어야 인생을 보는 눈이 열리듯이 스님이 들려주는 말씀에 공감하려면 최소한 같이 고민을 해봤어야 될 거란 말이다. 그래서 별 고민없이 사는 사람에겐 그저 그런 인생철학서이고, 무수한 고민에 잠긴 사람에겐 반짝이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빛나는 말씀이 될 거 같다. 

교회 다니는 엄마가 불교신앙을 가진 자신에게 지나친 강요를 하는데 어찌 처신하면 좋을지 물어온 질문에 대한 해석이 명쾌했다. 어머니는 당연히 자신의 종교에 따른 올바른 행동이므로 '우리 어머니는 참 훌륭한 분이다. 믿으면 저 정도는 해야 돼. 저렇게 줄기차게 해야 하나라도 건지지.'라는 마음을 가지면 아무 문제도 없단다. 일단 인정해드리고 종교에 대한 서로의 권리를 이해하라면서 종교의 본질적인 문제를 말씀하는데 딱 공감이 됐다. 

   
  우리는 지금 부처님이 필요한 게 아니고 돈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돈이 목적이고 부처님은 수단입니다. 부처님 믿으면 돈 번다니까 부처님을 믿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하느님을 믿으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면 내일이라도 하느님 믿으러 가버립니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의 유일한 종교는 '돈교'입니다. 불교나 기독교나 무슬림이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일 위에 있는 유일 종교는 돈이고 그 밑에 여러 개의 도매점을 벌여 놓은 것과 같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그 사이을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이쪽 가게가 더 싼가, 저쪽 가게가 더 싼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이란 게 이렇습니다.(46쪽)  
   

살면서 누구나 부딪히는 소소한 고민부터 심각한 고민(부모와 자녀의 관계, 부부의 문제, 친정 및 시댁과의 문제, 열등감, 금전문제 등)까지 두루 망라되어, 문제에 부딪힐때마다 꺼내 읽으면 인생의 좋은 나침반이 될 책이다. 내 인생의 문제는 결국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수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면 날마다 웃고 살 수 있다고 이해되었지만,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자기 마음을 다스려 수행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ㅜㅜ  

카르마(업식), 습, 보디사트바 같은 불교용어가 낯설었지만 읽어보면 그 의미를 알기는 어렵지 않다. 보디사트바,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됐다.^^ 

보디사트바는 복은 태산같이 지어 놓았더라도 복 받을 생각을 안 하고, 설령 복이 오더라도 중생에게 회향하는 사람이고, 나쁜 짓이라곤 하나도 안 했어도 중생을 위해 내가 대신 재앙을 받겠다고 한 분이 지장보살, 복을 태산같이 지어서 그 복을 다 중생에게 주겠다고 하는 분이 관세음보살이다.(223~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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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11-2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륜스님은 생활법문 잘하시기로 유명하신 분이시죠. ^^
스님이 어찌 저런 말씀까지 하실까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역시 큰 소식을 들으신 분께는 소소한 가정사들이 다 보이실 것이겠죠.
아니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시기에, 그토록 쉽게 말씀하실 수 있기도 할 거구요.
내 마음 속에 부대끼는 '남'도 잘 살펴보면, '나'의 문제임을 아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지요.

순오기 2009-11-26 19:42   좋아요 0 | URL
불교도인 옆집 언니가 불교TV에 잘 나온다고 하던데 저는 한번도 못 뵈서 잘 몰랐어요. 그러게요 살아보면 다 내가 문제라는 걸 깨닫기는 하는데 개선은 쉽지 않거든요.^^

hnine 2009-11-26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또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군요...

순오기 2009-11-26 19:42   좋아요 0 | URL
님이 궁금해하던 것에 답이 되었을까요?^^

메르헨 2009-11-2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법문...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웃으며 맘에 담으며 그렇게 읽을 수 있더군요.^^
포터리뷰를 보니...그림체가 좋아 도서관에 가서 확인해 보고 싶어요.^^

순오기 2009-11-26 19:43   좋아요 0 | URL
포토리뷰는 아닌데 책이 너무 이뻐서 꼭 보여드리고 싶어서 몇 컷 넣었어요.^^

루체오페르 2009-11-2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분입니다.
즉문즉설로 매우 유명하시죠. 종교는 삶과 맞닿아 있을때 진짜 살아있는거 같습니다.
철학도 마찬가지고요. ^^

순오기 2009-11-27 02:07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삶과 맞닿아 있는 종교와 철학~ 그래야 되겠죠.

파란 2009-11-28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뻐서 꼭 보여주고 싶은 몇 컷에...눈길이 화악 쏠리네여. 이런 느낌은 고만 받으며 살고 싶은데^^

순오기 2010-02-15 20:42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