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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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추장
수잔 제퍼스 지음, 최권행 옮김 / 한마당 / 2004년 3월
구판절판
시애틀 추장 이야기는 초등 5학년 교과서에 나오고, 인디언 이야기는 중학교 1학년 국어에도 나온다. 리뷰에 시애틀 추장의 연설 전문을 소개할 순 없지만, 정말 감동적이고 자연 앞에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메리카에는 아주 오랜된 종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수천 년을 이곳에 살면서, 초크타우, 체로키, 나바호, 이로키 족들의 문화를 비롯한 위대한 인디언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던 어느날 백인들이 밀려와 무자비한 살육전쟁을 일으키며 인디언을 몰아내었다.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던 평화로운 숲은 사라졌다.
백인들은 인디언들에게 손바닥만한 땅을 내주며 거기 가서 살라고 했다. 마지막 전투가 끝나갈 무렵, 북아메리카 대서양 연안에 사는 인디언 부족들 가운데 가장 용맹스럽고 존경받는 시애틀 추장이 협상 대표로 나섰다. 미국 정부는 인디언 연맹국으로부터 땅을 사들이고 모든 서류에 서명을 받으려 할 때, 시애틀 추장은 연설했다.
시애틀 추장은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 인디언 조상들이 들려준 말씀을 그들에게 들려준다. 아름다운 자연과 펼쳐지는 그의 연설은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당신들은 돈으로 하늘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은 비를, 바람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 어머니는 말씀 하셨다.
이 땅의 한 자락 그 모든 곳, 초원의 풀 하나, 곤충 한 마리도 우리 종족의 가슴에 성스럽게 살아 있는 것이라고...
내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나무들 몸 속에 흐른 수액을 내 혈관을 흐르는 피처럼 잘 알고 있노라고. 우리는 이 땅의 일부이고 이 땅의 우리의 일부라고, 대지 위에 피어난 꽃들은 우리의 누이들이라고...
반짝이며 흐르는 시냇물은 조상의 조상들, 그들의 피가 살아 흐르는 것이라고. 호수에 비치는 살아있는 영혼의 모습은 우리 종족의 삶에 관한 기억이고, 속삭이는 물결은 할머니의 할머니 목소리라고. 강들은 목마를 때 목을 적셔주고 우리가 탄 카누를 옮겨주며 우리 자식들을 먹여 키우니, 형제에게 대하듯 똑같은 사랑으로 강들을 대해야 한다고 조상들은 말씀하셨다.
당신들 백인의 운명이 어찌될 지 우리는 모른다
모든 들소들이 도살되면 그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모든 야생말들이 길들여지고 나면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울창하던 숲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독수리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사라져 버리고 없겠지.
그것은 삶의 끝, 그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시작되겠지.
우리는 알지.
세상만물은 우리리르 하나로 엮는 핏줄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들.
우리들 사람이 이 생명의 그물을 엮은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단지 그 그물 속에서 들어 있는 하나의 그물코일 뿐.
우리가 이 그물을 향해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곧바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하는 일.
어린애가 엄마의 뛰는 가슴을 사랑하듯이 우리는 땅을 사랑한다.
이제 우리가 당신들에게 우리 땅을 주니 우리가 보살폈듯 애써 보살펴라.
이제 당신들이 이땅을 가진다고 하니 지금 이대로 이 땅의 모습을 지켜가라.
당신의 아이들을 위해 땅과 대기와 강물을 보살피고 간직하라.
우리가 사랑했듯 똑같은 마음으로 그것들을 사랑하라.
1850년, 시애틀 추장이 모국어로 한 긴 연설은 아무런 꾸밈이 없고 인간을 설득하는 힘으로 가득한 것이었다. 100년도 넘게 사람들은 감동적인 연설을 입에서 입으로 전했다. 피어스 대통령은 연설에 감동을 받아 태평양 연안 북부의 작은 도시를 추장의 이름을 따'시애틀'로 지었다.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우리가 이 땅의 일부일 뿐"
우리나라에서 땅 투기한 전력이 드러난 정치인이 자신은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했던 말과 비교되지 않는가?
오늘날 개발이라는 논리에 밀려 환경은 파괴되고 자연은 몸살을 앓는다. 전세계는 환경재앙을 근심하며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등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애틀 추장의 염려처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제라도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을 파괴할 게 아니라 모든 생물체가 공존할 소중한 곳임을 깨달아야 하리라.
4대강을 살린다는 허울로 오늘도 종횡무진 파헤치는 우리나라는 과연 어찌 될 것인지 눈앞이 캄캄하다. 시애틀 추장의 말씀처럼,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말씀을 겸허이 받아들여 자연 그대로 보존할 수는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