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다이어리 2015>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카본 다이어리 2015
새시 로이드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구드룬 파우제방/보물창고/2005)'이후, 이렇게 긴장감으로 몰입돼 읽은 책은 없었다.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이 인류의 참담한 종말을 얘기한다면, '카본 다이어리 2015'는 암담한 미래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희망을 얘기한다. 그래, 늦지 않았어. 모두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재앙을 인식했다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거다.  

왜, Carbon(탄소) 다이어리 2015인가? 
2007년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보고서는 '지구의 온도 상승이 2도를 넘지 않게 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5년에 정점에 이르고 그 뒤로 차츰 감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소설이 채택한 2015년은 여기에 근거를 둔 설정이다. 
소설은 불과 6년 후인 2015년, 탄소배출 억제를 위한 통제에 돌입한 영국 런던에서 열여섯 살 로라 브라운이 쓴 1년의 일기다. 로라는 공부엔 별 관심없고 밴드(더티 에인절스)활동이 재밌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이웃 소년(래비)에게 관심 있고, 부모와 언니에겐 불만이 많은 사춘기 소녀일 뿐이다. 록밴드 음악으로 사회 비판을 쏟아내지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배급제의 내핍생활을 감당하기엔 벅찬 나이다.   

탄소카드 배급제란 무엇인가?
전 국민에게 의무적 탄소 가드를 발급하여 일인당 월간 한계를 넘지 않도록 관리 통제하는 것이다. '카드 한쪽 가장자리에 작은 네모 칸들이 세로로 배열되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네모 칸들은 1년치 배급량을 쓸수록 하나 하나 사라지고, 마침내 붉은 색 칸만 남으면 어둠 속에 홀로 남아 울어야 한다'고 묘사했다. 일인당 200포인트로 제한된 카드제로 겪는 가족갈등과 기후변화에 따른 전세계의 재앙과 혼란은 점점 가중된다. 곧 우리에게 닥칠 재앙을 미리보는 느낌이라 충격과 긴장으로 뒷목이 뻣뻣했다.



탄소 카드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탄소카드가 없어 버스를 타지 못한 엄마는 말한다. "강인해져야 한다는 걸 알지만 우리 세대 때문에 너무 미안해, 너희 세대의 세상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게 우리잖니."
가족 중 누구라도 할당량을 초과하면 다음에 쓸 양에서 공제되고, 탄소부 사람들이 나와 교육하고 관리에 들어간다. 가족은 공동운명체인데 언니 킴의 과다사용으로 비상이 걸렸다. 탄소배급제에 이어 단전과 단수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사람들은 시위에 나서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은 과잉진압한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우리가 도착한 순간부터, 경찰은 우리를 광장에 가두고 몇 시간 동안 한 사람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경찰은 계속 돌아다니며 뻔뻔하게 사람들 사진을 찍고 이름과 주소를 적었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 나는 뭐랄까 내 몸 바깥으로 영혼이 빠져 나간 것처럼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경찰은 완전 잘못 하고 있다. 결찰은 우리를 보호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을 보라. 도대체 이들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 거야?  
   



특히, 청춘은 사랑이 필요하다.
로라는 이웃집 소년 래비를 좋아하다가 서로 마음이 통해 사귄다. 그러나 길지 않은 만남, 래비는 공부하러 떠나고... 로라의 말을 모두 들어주던 애디는 로라를 좋아하지만 말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후 로라는 자신도 애디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다. 애디는 항상 로라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친구다. 태풍으로 템즈강이 넘쳐 도시가 물에 잠긴 위기에서도 힘을 다해 아서 할아버지를 같이 구한다. 



가족사랑은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된다.
로라 아빠는 실직했지만 새로 직장을 구하지 않고 실업수당으로 버틴다. 엄마의 차를 팔아 돼지와 닭을 사오고, 마당에 채소밭을 일구며 식량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다. 런던을 떠나 시골로 이사가자고 하지만 로라나 가족은 떠날 생각이 없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외면하고 침묵한다. 엄마가 집을 나가 생활하지만 도시가 침수됐을 땐, 소호에 가 있던 큰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역시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땐 가족사랑보다 더 큰 힘이 없다.  

서로 돕는 공동운명체, 우리는 희망이 있다.
탄소배급제 이후 긴박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로라의 사랑과 가족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이웃의 아서 할아버지는 로라가 부모한테 말 할 수없는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준다. 씩씩하고 당찬 그웬 선생님의 지휘로 침수된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해낸다. 콜레라 발생으로 사람들이 죽어갈 때도 철저한 예방으로 도시를 지켜낸다. 사람들이 이기심을 버린다면 좀 더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불법으로 부당 이득을 챙기는 트레이시 리더를 소심이 아줌마가 혼내준 것처럼, 모두 힘을 합하면 탄소배출을 줄이고 절제의 고통을 감당할 희망이 있다.

"트레이시 리더, 법은 당신에게 손을 못 댈지 모르지만 우린 달라요. 이제 그 세계에서 손을 씻거나 아니면 사라져!" 그야말로 올해 최고의 명장면이었다.(408쪽) 

*후속작 '카본다이어리 2017'도 나온다니 기대만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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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1-09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까지 첨부해주시는 열정~~~^^

순오기 2009-11-09 11:51   좋아요 0 | URL
이거 한번에 주르르 쓰지 못하고 어제 종일 나누어서 쓰느라 나도 뭔 소린지... 그러느라 처음 의도와 다르게 조각내 쓰게 됐어요.ㅜㅜ

꿈꾸는섬 2009-11-0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셔요. 전 그림책 아니면 사진 첨부 귀찮아하거든요.^^

순오기 2009-11-09 11:52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소설이면서도 자료나 삽화가 있어 이해하기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