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를 먹는 불가사리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
정하섭 지음, 임연기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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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남편과 아이들을 잃은 아주머니 밥풀을 뭉쳐 인형을 만들고  이름을 '불가사리'라고 지었다. 아주머니는 전쟁에 쓰이는 쇠를 싫어해, 불가사리에게 쇠를 먹어 치우라고 노래를 불렀다. 

밥풀떼기 불가사리야
너는 너는 자라서
쇠를 먹고 자라서
죽지 말고 자라서
모든 쇠를 먹어라
다 먹어 치워라. 



불가사리는 아주머니 쌈지의 바늘을 먹고 몸이 단단하게 커졌다. 바늘을 모두 먹어 치운 불가사리는 "누가 나에게 쇠를 줄까?" 말하며 방안의 모든 쇠를 먹기 시작했다. 못, 가위, 칼, 망치, 인두...쇠붙이란 쇠붙이는 몽땅 먹어 치웠다. 방안에 쇠붙이가 없어지자 집 밖으로 나와 문고리, 자물쇠, 쇠꼬챙이, 괭이, 삽, 낫, 톱...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두 먹어 치웠고 불가사리는 점점 커졌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도끼, 가마솥, 쇠말뚝, 쇠스랑, 쇠종...쇠문, 쇠창살, 쇠몽둥이, 쇠바퀴, 쇠기둥... 온 동네의 쇠붙이를 다 먹어 치운 불가사리는 집채만큼 커졌다. 쇠를 찾아 점점 멀리 갔다 오느라 집에 돌아오는 일도 오래 걸렸다. 아주머니는 이제 헤어져야할 때가 되었다면 불가사리를 보냈다. 



그 무렵, 나라에 오랑캐가 쳐들어와 불가사리의 힘이 필요했다. 쇠를 먹어치우는 불가사리는 전쟁터에 보내졌다.  

불가사리 불가사리
쇠를 먹는 불가사리
칼도 먹고 창도 먹고
모든 쇠를 먹지요. 

 

오랑캐들은 불가사리를 겹겹이 에워싸고는, 활을 쏘고 창을 던지며 칼로 찔렀지만 불가사리는 모든 쇠를 먹어 치웠다. 쿵쾅쿵쾅 돌아다니며 대포까지 먹는 불가사리를 보고 오랑캐들은 도망쳤다. 전쟁이 끝나자 온 나라안에 잔치가 벌어졌고 사람들은 '불가사리 만세!'를 외쳤다.  

불가사리의 인기가 높아지자 왕은 불가사리가 왕의 자리를 빼앗을까봐 불안했다.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소리를 듣고 왕은 불가사리를 잡아 없애려고 작정했다. 
쇠를 먹는 불가사리
쇠로 잡지 못한다네
쇳덩어리 불가사리
불로 녹여 잡는다네  



왕은 들판에 마른 풀과 숯을 깔고 아주머니를 잡아 들여 기둥에 묶었다. 아주머니를 구하러 불가사리가 나타나면 잡으려고 했다. 아주머니는 불가사리가 다가오지 말라고 노래를 불렀다 

가거라 불가사리
산 넘고 물을 건너
돌아보지 말고서
앞만 보고 가거라
멀리멀리 가거라
죽지 말고 가거라 

불가사리는 뜨거운 불길을 헤치고 아주머니를 구하러 달려왔다. 몸이 불에 녹는 줄도 모르고...
질질질질, 줄줄줄줄, 좔좔좔좔......불가사리는 온 몸이 녹아도 아주머니를 구해 떠났다. 그후로 사람들은 불가사리를 보지 못했지만, 어딘가에 살아 있으며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



불가사리는 고려말에 나타나 쇠를 먹어 치우고 조선이 세워지자 사라졌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코끼리 몸에 소의 발, 곰의 목에 사자 턱, 범의 얼굴에 물소의 입, 말의 머리에 기린의 꼬리를 단 모습이라고 한다. 쇠를 먹어 치워서 무기로는 죽일 수 없는 동물이라고 불가사리가 되었지만, 오직 불로서 죽일 수 있는 불가사리다. 탐욕스런 사람을 일컫는 말로도 불렸는데 나쁜 꿈을 물리치고 병이 들어오는 걸 막아 준다며 굴뚝에 불가사리 모습을 새기기도 했단다. 경복궁의 아미산 굴뚝에도 새겨 넣었고, 일반인에겐 죽지 않는 불사신으로 재앙을 막아주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전쟁을 싫어한 사람들의 염원이 불가사리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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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09-10-2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단하신 듯...
책을 정말 많이 읽으세요.
저도 나중에 그래야 할텐데 말이죠.ㅋ

순오기 2009-10-27 07:45   좋아요 0 | URL
우리 자랄 땐 그림책이라는 게 없어서 이 나이에도 그림책 매니아예요.^^
그림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게 많아서 반납일에 맞춰 리뷰를 쓰느라 바쁘죠.ㅋㅋ

꿈꾸는섬 2009-10-2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어요. 상상의 동물 시리즈인가봐요?

순오기 2009-10-27 07:46   좋아요 0 | URL
이건 신나는 재미가 아니라, 사실은 슬픈 재미에요.ㅜㅜ
해태에 이은 불가사리 리뷰라서요.^^

같은하늘 2009-10-2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의 동물 시리즈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순오기 2009-10-27 11:03   좋아요 0 | URL
상상의 동물 시리즈를 일부러 골라오는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