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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와 괴물 사형제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
정하섭 글 한병호 그림 / 길벗어린이 / 1998년 7월
평점 :
그림책 중에 한병호 선생님이 그렸다면 무조건 오케다.^^ 더구나 한병호 선생님은 도깨비 전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해치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해태'와 같은 것으로 해의 신이고 불을 끄는 역할을 한다.
세상이 처음 생겼을 때 이야기로, 해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상 구석구석 고루 햇빛을 비춰준다. 정의의 뿔이 있는 해치는 누군가 나쁜짓을 하면 바로 달려가 날카로운 뿔로 응징을 한다. 땅 속 나라에 사는 괴물 사형제는 해치와 한 판 승부를 벌이자고 달려드는데, 그 이름도 재밌다. 첫째 뭉치기 대왕, 둘째 뿜기 대왕, 셋째 던지기 대왕, 막내는 박치기 대왕이다. 이름만 들어도 녀석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감이 잡힌다.^^
괴물 사형제가 불을 지를 때마다 번개같이 나타난 해치가 불을 꺼 버리자, 녀석들은 앙갚음을 하려고 벼른다. 해치가 밤에는 해를 수평선 바다 밑에 넣어 두는 걸 알고, 몰래 훔쳐다 해를 쪼개서 동서남북에 하나씩 띄워 놓았다.
해가 네 개나 떠 있으니 뜨끈뜨끈 풀과 나무는 뜨거운 햇빛에 말라 시들고, 사람들은 너무 더워서 숨을 못 쉴 지경이다. 잠에서 깬 해치는 바로 응징에 들어가신다. 구름을 모아 태풍과 장대비로 불을 꺼 버리고, 괴물 사형제에게 훔쳐 간 해를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하하하~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철없는 괴물사형제, 해치에게 한 판 승부를 제안한다. 막내가 먼저 박치기를 해서 이기면 주겠다면서 덤빈다. 셋째는 던지기 시합, 둘째는 뿜기 시합, 첫째는 뭉치기 시합을 벌렸지만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
괴물 사형제를 제압한 해치는 해를 도둑 맞지 않게 밤에는 창고 문을 자물쇠로 잘 잠궈 놓았고, 괴물 사형제는 해치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무서워서 벌벌 떨게 되었단다. 그래도 못된 성질을 못 버리고 가끔씩 땅 위로 올라와 불을 지르는 심통을 부린대나 뭐래나.
책 말미에 소개된 경남 통도사 팔상적 벽화와 경복궁 정문 앞의 해태. 해치는 '해님이 보낸 벼슬아치'라는 뜻이다. 해치는 불의를 물리치고 정의를 지키는 신이라서, 정의를 밝히는 법관과 어사는 해치의 모습이 새겨진 모자나 옷을 입는다고 한다. 요즘 법관들이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간에 해치는 모든 재앙을 물리치고 정의와 평화를 지켜 주는 우리 민족의 수호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