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어린이 독후 감상 그림 공모전 9월 30일까지
-
-
만희네 집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평점 :
연립주택에서 살던 만희네가 단독주택에 사는 할머니 댁으로 이사간다. 오호~ 보통은 '할아버지댁'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할머니댁'이라고 썼다. 여자 이름 같은 '만희'는 남자 아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권윤덕 작가는 나랑 동갑이라 더 반갑다.^^ 어쩌면 자기 추억을 풀어낸 것 같은 만희네집은 아이들보다는 엄마 아빠들이 추억을 더듬어 볼 책이다. '엄마가 살았던 집은 이랬어, 아빠가 살던 집이랑 똑같네'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 책이다.
만희가 살던 연립주택에서 할머니 집까지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가는 길이 구불구불 그려졌다. 어떤 곳을 거쳐서 할머니 집까지 오는지 손가락으로 짚어가는 것도 재밌다.
쨘~ 도착한 할머니집은 이제 '만희네'가 되었다. 마을에서 꽃이 제일 많은 집이다. 이 책에 나오는 접시꽃, 도라지, 해바라기, 나리, 분꽃, 옥잠화와 대문 밖 화단에 있는 나팔꽃, 무궁화는 내가 어려서 살던 시골집에도 있었다. 홍초라고 적은 꽃은 아무래도 봉숭아 꽃인거 같다. 경기도 안성 출신인 작가 마을에서는 그렇게 불렀던 듯...
이 책은 옆으로 길게 펼친 그림에 글밥이 많지 않아서 그림책 보는 맛을 즐기려면 꼼꼼히 살펴야 할 거 같다. 집안 곳곳의 살림살이를 세밀하게 그려서 눈썰미가 좋으면 재밌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집안 구경하는 맛을 더하게 다음에 소개할 곳은 살짝 흑백 그림으로 알려주는 센스도 돋보인다.
우리 할머니집은 넓어서 개를 세 마리나 키운다고 자랑하더니 그림 모든 장면에 세 마리의 개가 찬조 출연하신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지금은 보기 어려운 '광'이나 '장독대'가 있는 할머니집은 향수를 불러 일으킬 정겨움이 묻어난다. 세 마리 개는 여기에도 찬조 출연하시고... ^^
뒤꼍의 가마솥과 앞뜰의 화단이다. 그림에 나온 것처럼 저 꽃들은 피는 시기가 조금 달라서 다같이 피어 있는 풍경은 보기 어렵다. 나리꽃과 접시꽃은 비슷하게 피고 지면 해바라기나 도라지꽃이 피지만 지방에 따라 혹은 때늦게 피우는 녀석도 있을 듯...
목욕탕의 리얼한 풍경과 비누거품으로 공룡 발톱을 만들어 보이는 아빠도 보기 좋다. 마루 오른쪽에 있는 만희방, 친구들과 장난감을 갖고 놀 때는 마루까지 만희의 방이 된다. 개들도 한 몫 끼어들어 장난감을 물고 내빼기도 하고...^^
옥상 한쪽엔 할아버지가 가꾸는 채소밭이 있고, 한쪽에는 이불과 빨래를 널었다. 요즘은 저런 이불 쓰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 이불이나 요 호청을 빨아 꿰매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ㅜㅜ
흐흐~ 만희네 집 서재는 예전엔 대부분 그랬듯이 전집물로 꽉 채워져 있다. 여긴 아빠의 서재니까 뭐~ ^^ 만희랑 놀아주는 아빠는 좋다! 넓은 집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노느라 지쳤을까? 만희는 곯아 떨어졌다. 물론 세 마리의 개도 잠들었고...ㅋㅋㅋ
마지막 장엔 지붕을 열고 본 만희네 1층과 2층이 나온다. 고등학교 가정 시간에 내가 꿈꾸는 미래의 집 설계도를 그려 A+를 받았는데 그 설계도는 아직도 내 보물창고에 남아 있다.^^ 요즘 이런 집에서 살아야 된다면 좋다 할 여자가 얼마나 될까?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한 아파트가 보편화 되어 우리의 전통적인 주거 형태는 자꾸 밀려나고 있으니, 추억을 되새김할 그림책으로나 만족해야 될 듯하다. 단독주택에서 살지만 장을 안 담그는 우리집은 장독대도 없고, 화단도 손바닥만해서 꽃을 가꿀 수도 없다. 몇 그루의 나무와 마당에 줄줄이 늘어 놓은 화분으로 대신할 뿐이지만, 목포 시댁에 가면 그림책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