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소설 <도가니>의 그 학교에 가다


공지영 작가를 이야기 손님으로 모시는 '홀더 후원의 밤' 희망의 도가니에 늦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탔다. 퇴근시간이라 차가 좀 밀려서 택시비 5,800원을 지불했지만, 일찍 도착해 홀더관계자도 만나고 분위기 스케치도 했으니 리포터로서의 기본은 한 듯하다.^^ 

내가 사는 하남과 KBS가 있는 상무지구로 연결된 '무진로'(왼쪽사진)를 달려 도착한 KBS, 건너편 5.18공원(오른쪽 사진 가장 우측 건물이 5.18기념관) 주변 풍경이다.

 

장애인을 위한 후원 행사라 입구부터 휠체어를 탄 그네들이 보인다. 

 

정문으로 가서 KBS도 찍고 건장하고 말쑥하게 생긴 청년 스탭들의 안내를 받았다. 중앙홀 그림은 이중섭 분위기도 나는데 누구 작품인지 이름표가 없어 모른다.

 

30분 전에 도착했더니 행사를 위한 스탭들이 이름표를 달고 저마다의 위치에서 열심이었다. 

  

부지런한 새가 먹이도 먹는다고 사회를 맡은 지정남씨가 먼저 왔다. 부산 예술영화관에서 '어떤 개인날' 을 본 이야기를 하고 지정남씨와 같이 홀더관계자들과 찍었다. (순오기 옆이 말바우아짐 지정남씨, 가운데가 상담실장 윤민자씨 - 이분의 노력으로 인화학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홀더원장님 김혜옥씨, 수화통역사 김창호씨 -이분은 선고 공판때 통역하신 분으로 공지영씨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대로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가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은 울부짖음로 가득 찼다'  라는 신문 기사 한줄에 꽂혀 도가니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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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자리엔 수화공연을 준비한 홀더선생님들이 자리했고, 카메라를 맡은 노지현스탭 옆자리에 앉은 덕분에 이분과 필담을 주고 받으며 모든 궁금증을 해소했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은 대부분 이분이 알려준 것으로, 소설 속의 연두와 유리, 민수도 왔는데,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란다.

 

예정 시간이 되었지만 공지영씨가 다른 곳에서 인터뷰를 하느라 조금 늦어졌고, 세 분의 수화통역사들이 수화로 통역해주었다. 방청객 중엔 프랑스에서 온 분이 있어 급히 영어나 프랑스어를 통역할 수 있는 분을 공개수배(?^^)했는데, 다행히 그런 능력을 가진 분이 있어 친절하게 통역했다. 방청객석 뒤쪽이라 사진엔 프랑스 손님이 보이지 않지만 한국 아가씨 같았다.

  

말바우아짐, 지정남씨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인화학교 총동문이 출동한 후원 행사로 500석의 객석이 거의 다 들어찼다.

 
 
첫번째 노래 손님으로 나온 박강수씨, 남원이 낳은 명카수로 4집 앨범을 냈고 우리지역의 '포엠콘써트'에 백창우씨와 같이 자주 출연한다. 지난 11월 행사에 찍은 사진도 있는데 여직 안 올렸다.
 


노래를 들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다음카페 '강수사랑'에 가면 이분의 공연 일정이 다 나온다고, 거기에 내가 찍은 사진도 올려달라고 학교 선배가 부탁하던데 아직 안 올렸다. 

행사 끝나고 공지영씨 싸인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본명이냐고 물었더니 강수에 자음이 하나 붙는단다.^^  

 


김민기 곡의 '아름다운 사람'으로 막을 연 박강수씨는 '자신은 소리내어 노래하지만 소리없이 노래를 전해주는 분이 더 아름답다' 는 말로 수화통역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수화통역사들이 노랫말도 수화로 부여주니까 청각장애인들도 같이 쿵작작 쿵작작 박자를 맞추며, 연가, 가방을 둘러멘, 아바의 노래들을 불렀다. 내가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와 더불어 그 분위기에 감동이 뭉클했다.   

  

 

 

박강수의 4집 앨범에 '가을은 참 예쁘다' 라는 곡을 다같이 따라 부르며 배웠는데 참 쉽고 예쁜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끝나고 사인받는 시간에 구입했는데 올 가을엔 이 노래를 걸어두고 살 거 같은 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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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이야기 손님,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씨의 등장~

 

붙임성 있게 '언니가 나보다 아홉 살이 많드만'하면서 나이로 제압한 말바우아짐, 하하~ 쌩콩한 공지영씨 당하고만 있을 포스가 아니지요.^^



광주엔 친구들이 있어 놀러오거나 술 마시러도 와서 30번쯤 왔었고, 인화학교 사건은 작년 이맘 때 첫 취재와서 마음이 아팠는데 잔치를 하게 돼서 기쁘다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 공판의 울부짖음이 운명처럼 귀에 박혀서 다른 것을 할 수 없었다고... '왜 결혼과 이혼을 세번씩이나 했어요, 결혼은 또 할거예요?'라는 질문만 아니면 어떤 것이라도 좋다며 질문시간이 주어졌다.   

   

--여기부턴 질문 순서를 조금 편집해서 올린다.

1. '광주의 작가들이 써야 하는데 인지도가 높은 공지영씨가 '도가니'를 써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고, 여성작가라 더 잘 볼 수 있었을거 같아 감사한다.=>여성이 사회 분야에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작가로 데뷔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증명'을 해야 한다. '여성'이란 말을 따로 붙이는 것 그만하자. 그냥 작가면 족하지 꼭 '여성작가'라고 붙여야 하는가!  

2. '도가니'란 무슨 뜻인가? =>폐쇄된 공간의 답답한 열기로 대학때 '더 크루셔블(미국의 불편한 광풍으로 마녀사냥식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답답한 이야기)이란 아서 밀러의 작품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 '도가니'라는 제목으로 써보리라 생각했었다.  

3. '도가니'를 읽은 독자들이 청각장애인을 단순히 '불쌍'하게 여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어떤 작품이든 독자의 반응이 상반되었는데, 도가니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감동받았다'는 한가지 반응이었다. 독자들이 정의에 무감각하지 않고 열렬히 성원하는 힘을 느꼈다. 진정으로 응원하는 걸 보며 작가로서 희망을 갖고 감사한다.

4. 도가니를 쓰고 종교적으로 공격받지는 않았는가? =>종교적인 공격은 받지 않았다. 단순히 성폭력 뿐 아니라 상류층의 연합으로 약자를 폭행하는 카르텔이다.

5. 도가니의 배경이 된 '무진'이 광주의 옛이름이란 걸 알고 쓴 건가, 아니면 '안개'의 상징성 때문에 쓴 '무진기행'의 오마주인가?=> 실제의 지명을 작품에 거론하는 건 작가로서 매장될 위험이 있어 당연히 가상의 도시를 생각했다. '안개'의 상징성 때문에 무진기행을 거론했지만, '무진'기행의 무진이 순천쯤 되는 줄 알았었다. 무진이 광주의 옛이름이란 걸 처음엔 몰랐고 작품을 쓰고 나중에 알았다.  

6.초기작품에 '광주'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힘든 도시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은 작가의 개인적이 애정인가? =>우리 모두는 광주에 빚진 사람들이다. 자신의 초기작품에 '광주'가 많이 등장하는 건, 광주의 5월이 자기의 인생을 바꿔 놓았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80년 5월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데, 많은 이들이 잊고 있어 '별들의 들판- 귓가에 남은 음성'은 다시 한번 광주를 기억하자는 뜻으로 썼다. 또한 '도가니'로 새로운 광주를 만나며 다시 한번 인생을 바꿔 놓았다. 앞으로도 바꿔 놓을 것 같아 광주에 감사한다. 

7. 강인호가 천막농성을 하는 그들에게 가지 않고 가족과 서울로 돌아 간 결말은 어떤 의도인가? => 결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작가로서 당연히 의도한 설정이다. 강인호가 그들을 버려두고 편안한 세상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독자들이 아프다고 한다. 소설 속의 강인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독자들이 아파야 행동할거라고 생각했다.  

8. 연두의 편지 속에, 유리가 강인호 선생님 등에 업혔던 기억-잠이 깨었지만 선생님 등에서 그대로 있었던 순간이 참 좋았다는 감정, 상처입은 그아이를 보듬어 주는 마음이 드러나서 좋았다 => 성폭행의 실제 경험은 없지만 그 고통은 온몸으로 느꼈다. 세상의 따뜻함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9. 따뜻한 모성애를 가진 사람으로 느껴지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 따뜻한 모성애 No, 무조건 이뻐하지 않는다, 말을 잘 들어야 이쁘다.ㅋㅋㅋ 

10. 다시 태어난다면 현재 외모 그대로 태어나고 싶은가? =>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그냥 남은 생이나 쿨하게 살고 싶다. 몸뻬 바지 입고 늙어가지 않는 할머니, 햇살 좋은 베란다에서 커피와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는 할머니로 곱게 늙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아까 지정남씨가 말한 것처럼, 행동하는 양심이란 지갑을 여는 것이다. 여기 오신 분들 모두 있는 힘껏 홀더를 위해 지갑을 열자.^^   

이야기를 마치고 지정남씨가 준비한 부채를 선물로 주었다. 광주의 유명한 화가가 손수 그림을 그린 하나뿐인 부채라고.^^ 이어서 소설 속 최목사님으로 묘사된 김용목 목사님이 나와서 5.18정신과 불의에 대한 저항의 정신이 홀더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김목사님은 공지영씨보다 아홉 살 많단다.^^

  

이어서 이용보씨의 수화공연이 있었는데 큰 노래소리에 맞춰 수화로 표현하는데 전율이 일었다. 나중에 지정남씨가 말하길 너무 감동받아서 극단 '신명'의 공연에 함께 할 수 있도록 구상해봐야 겠다고 했다. 


 
힘을 내거라 강으로 가야지 힘을 내거라 바다로 가야지
그 물줄기 비라도 만나거든 피하지 말고 뒤엉켜 가거라 
강물아 흘러 흘러 바다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바다로 가거라 

냇물아 흘러 흘러 강으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강으로 가거라
강물아 흘러 흘러 바다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바다로 가거라.

 

홀더선생님들의 수화공연이 이어졌다. 홀더선생님들은 4년 전에 인화학교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홀더 그룹홈에서 산다고 한다. 모두 청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표정도 밝고 적당한 몸이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홀에서 사인회가 있었다. 초대가수 박강수씨와 공지영씨가 나란히 사인했으나 사인 받는 줄은 차이가 많았다. 
 

특별히 소리에 관심 있는지 초등소년이 지정남씨를 찾아와 사인을 받았다. 사인받는 줄 끄트머리에 섰던 우리는 기다리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랑 띠동갑이었다.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받은 '어떤 개인날' 덕분에 처음으로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봤다는 소박한 이웃 아짐 지정남씨, 사진 보내달라며 메일주소와 연락처를 적어주던데 언젠가 우리 독서회에서 초대손님으로 모셔도 좋을 듯...  어떤 개인 날에 얽힌 이야기도 많았는데 페이퍼를 따로 올려야 할 듯.^^ 

 
 
사인하는 공지영씨 참 친절했어요. 일일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촬영도 응해주고... 내가 알라딘에 올려도 되냐고 물었더니 '주름 좀 지우고 올려 달라' 하더군요. 난 그런 거 할 줄 몰라, 그냥 올려도 예뻐요~ 했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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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홀더 관계자들을 위한 사인과 기념촬영까지~ 

 


홀더 후원회라서 후원을 약속한 사람들이 많았다. '행동하는 양심은 지갑을 여는 것' 이라니까, 지갑을 열어 홀더를 후원하실 분은 여기로~
문의 전화 - 062) 434-7792, 010-3012-7047(김혜옥-홀더원장)  
후원계좌는 농협 606-01-128374(실로암 사람들)
후원물품 - 쌀, 화장지, 세제, 가전제품 등 생활필수품
CMS후원 - 직접 은행에 가지 않고도 후원이 가능함. 문의하면 안내해주심.




나중에 지정남씨에게 들으니 질문지 중에 공지영씨 개인 신상에 관한 게 많았다고 한다. 공지영의 모든 것이 궁금한 분들은 지승호씨가 인터뷰한 '괜찮다 다 괜찮다'를 읽으면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알 수 있다. 나도 가기 전에 그 책을 읽었더니 공지영씨를 다 아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즐거운 나의집'에서 위녕이 교대를 간거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교대를 가지 않았다고 하니까, 아줌마들이 '공부도 잘 못한다고 하더니 교대를 갔다고 해서 배신감이 들었다며, 교대를 안 가서 다행이야!'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ㅋㅋ 집으로 돌아오기 전 공지영씨게 물어봤더니 *신대 철학과를 다닌다고 했다. 우리딸이 궁금해하길래 특별히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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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9-0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한 작가님을 만나 뵙고 다니시는 순오기님이 너무 부럽습니다.
차곡차곡 쌓이는 싸인북도 부럽고요. ㅎㅎㅎ
멋진 후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해요!^^
다음편 부탁드립니다 ^_^

순오기 2009-09-04 08:28   좋아요 0 | URL
차곡차곡 쌓이는 사인북~ ^^
어제 밤에 나머지 올렸어요.

마노아 2009-09-0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덕분에 현장감을 느끼며 보았어요. 질문과 답변도 콕콕 박힙니다. 뒷이야기 기다릴게요.^^

순오기 2009-09-04 08:29   좋아요 0 | URL
현장감을 살린다고 너무 길게 쓰는거 같아서 보는 분들께 죄송~

프레이야 2009-09-0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너무 생생하고 좋아요.
도가니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다음편도 기다립니다.^^

순오기 2009-09-04 08:30   좋아요 0 | URL
도가니에서는 그들의 만행을 고발하지만, 희망의 도가니에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좋았지요.

2009-09-04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4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4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9-04 23:49   좋아요 0 | URL
옆집 언니 같은 느낌의 공지영씨~ 좋지요.^^
님도 아이들이 더 자라면 이런 기회가 저보다 많을 거예요.
난 지방에 사는 비애를 느낄 때가 많거든요.

같은하늘 2009-09-0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리뷰를 보고 있으면 항상 저도 참여하고 있는 느낌이랍니다.^^
제가 함께 다녀와봐서 아는데 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너무 잘 얘기해 주시더라구요.

순오기 2011-03-20 16:38   좋아요 0 | URL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강연 들으며 메모를 잘 하는 덕분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