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금요일 오후 7시, KBS 광주총국에서 <희망의 도가니>라는 이름으로 홀더 지역아동센터 그룹홈 후원의 밤이 열린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연두네 집에 여자 아이 여섯 명의 기숙사를 꾸몄고, 그것을  '홀더(로 서고 불어 산다)' 라고 부르기로 했어'(289쪽) 라고 나오는 그 홀더다.




영화 <어떤 개인날>의 정남 역으로 출연한 - 광주에선 라디오 시사프로 '말바우 아짐'으로 유명한 지정남씨가 사회를 보고, 이야기손님으로 <도가니>공지영씨가 나온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도가니 속에서 '자애학교'로 나온 문제의 그 학교는 유감스럽게도 내가 사는 지역구에 있다. 보통의 장애시설이 그렇듯 복잡한 도심을 피해, 일반인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에 위치했다. 그래서 어디쯤 있는지는 알아도 쉽게 찾아가진 않는다. 시내 중심가에 있다가 우리 지역구로 온지도 16년이 되고, 내가 여기에 산지도 20년이 넘지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사실 그런 학교가 있는지도 몰랐다가 PD수첩을 보고 알았다. 당시 방송을 보며 경악과 분노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에서 재판장께 탄원서를 내기 위해 시민 서명을 받을 때, 독서회원들과 동참하기 위해 출력한 탄원서가 남아 있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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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유로 도가니를 예약 주문했으면서 너무나 경악스러운 사건이라 읽기를 겁내고 있었다. 천인공노할 현실에 치를 떨던 기억에 차마 우리 애들에게도 읽어보라 권할 수 없었다. 그래도 사건 이후에 그곳을 나온 사람들을 위한 홀더 후원 행사에 오는 공지영씨를 보기 위해서 책을 읽었고, 문제의 그 학교에도 지난 24일(월요일) 다녀왔다. 



그냥 살짝 둘러보기만 할 생각이라서, 나를 태우고 간 교수님께 잠시 기다려 달라하고 혼자 내렸다. 기숙사 2층 창문에선 여학생이 3층에선 남학생이 내려다 보고 있어 손도 흔들어주는 여유를 부렸다.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바다가 가까운 곳이 아니라 혹시 학교 뒷편에선 바다가 보일까 싶어 뒷쪽부터 살폈다. 하지만 바다가 보일리 없지~ 여기서 차로 한참을 달려야 영광 백수라는 멋진 해안도로가 나오니까. 원래 우리 일정은 10년만에 새차를 뺀 이웃 언니(교수)의 시승식을 겸해 그 해안도로를 달리는 거였다.    



인화학교 기숙사 뒷편 기슭이다. 그 너머까지 가보려는데, 마침 소설 속에서 연두가 린치를 당하던 세탁실 문을 여는 사람이 보였기 때문에 더 올라가지 않았다.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그 사람이 소설 속에 묘사된 교장 형제와 똑같이 작달막한 키에 머리가 벗겨져서 너무 놀랐다. 혹시 행정실장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고... ㅜㅜ 아래 건물은 인화학교 기숙사 뒷편에 있는 생활관과 직업보도관이다.

 

   
  그는 세탁실 문을 열었다. 기숙사 아이들이 스스로 세탁을 하는 넓은 작업실 안, 커다란 세탁기 앞에 덩치 큰 상급생 여자아이들 세 명이 우르르 몰려서 있었다. 그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여자아이 두 명이 양쪽에서 연두의 어깨를 붙잡고 한 명은 세탁기통에 연두의 손을 억지로 집어넣고 있었다. 어차피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세탁기의 탈수기능은 멈추는 중이었지만 아직도 분명히 통은 빠른 속도로 올고 있었고 연두는 비명을 질렀다. (도가니 56쪽)   
   


소설 속에서 연두가 린치를 당하던 세탁실 문을 열기에 슬며시 같이 들어가 봤다. 넓은 세탁실에 세탁기 다섯 대와 왼편엔 대형 드럼세탁기가 '고장'이란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고, 오른편엔 대형 건조기가 있었다. 건조기는 맑은 날은 사용하지 않고 비가 와서 빨래를 말리기 어려울 때만 쓴다고 했다. 출입문 오른쪽 벽엔 '매월 20일은 세탁조 청소하는 날'이라고 색상지로 예쁘게 꾸며 놓았기에 보기 좋다고 했더니, 그분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솔직히 도가니를 보고 왔노라곤 답할 수 없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관심이 있어 왔다고 했더니, 혹시 장애아를 가진 엄마쯤으로 알았는지...... 




 

이 분이 소설속에 등장했는지는 몰라도 기숙사 생활교사라고 했는데, 앞 건물 기숙사에 원장님이 계시니 만나서 설명도 듣고 시설도 둘러보라고 했다. 그래서 졸지에 원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엄청 떨렸다. ㅜㅜ 왼쪽 사진은 기숙사 뒷모습이고, 그 아래 컨테이너박스는 세탁실 사진 앞에 귀퉁이만 보이는 파란 지붕이다. 사진 찍는다고 뭐라 할까봐 사람들이 없을 때 급하게 찍느라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하여간 기숙사에 들어가 인화원 원장님을 만나 기숙사 현황도 듣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무슨 일로 왔냐고 해서 거짓말은 못하는 순오기, 어쩔 수없이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 구의장님을 팔았다. 전부터 나한테 사회복지를 공부하라며, 현재 짓는 복지관이 완공되면 일을 도와달라는 말씀도 있었으니 뭐 뻥은 아니다~ ^^ 

기숙사 원생중엔 30세 이상인 분들이 30명도 넘었다. 현재 인화학교를 다니는 원생은 남학생이 넷, 여학생 셋이라던가~ 인화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이젠 학생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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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복지시설에선 성인이 되면 내보내지만 장애인은 사회에 나가 살 능력이 없기 때문에 수십년씩 여기서 사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작년에 딱 한 명이 나가서 살고 싶다 해서 내보냈다고 했다. 원장님과 얘기를 마치고 나와서 찍은 복도, 그러니까 2층 여자 기숙사인데 오른편 세번째 문이 원장실이다. 



간식시간이었는지 빵과 우유를 먹고 있어 양해를 구하고 찍었다. 왼쪽 사진은 출입문 옆에 붙어 있는 각 호실 원생들 사진이다.

 

원장실에 있을 때부터 붙임성있게 하던 분이 사진을 찍고 싶어해서 위 사진에 보이는 선생님이 찍어줬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확인하자고 하는데 도둑이 제발 저리듯 깜놀~ 원장님 만나서 안내 받았다고 했더니 게시판 찍는 것도 허락해줬다. 

 

기숙사를 나와서 뒷편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아까 세탁실에서 빨래를 가져가던 원생이 다가왔다. 안면이 있다고 반가워하나 생각했는데 다짜고짜 내 손목을 잡고 주차장으로 가는 거다. "왜 그래?"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지만 듣지 못하니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잡힌 왼쪽 손목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혹시 사진 찍었다고 교장샘한테 데려가는 건가?' 속으로 엄청 겁났다.ㅜㅜ 공연히 친한 척하며 말도 걸어봤지만 나혼자 하는 말일 뿐... 차 있는 곳까지 와서 빠이빠이 한다고 손을 흔들었더니 차문을 열고 무조건 앞자리로 탔다. 운전석에 있던 교수님은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묻고... 나도 모르지요, 무조건 내 손목을 잡고 와서 대뜸 올라탔으니...  

 

세탁실 옆 쉼터에 앉아서 손목 잡혀가던 나를 바라보던 청년을 손짓으로 불렀더니 와서 데려갔다. 소설 속의 민수처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녀석이었는데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을까~ 돌아오면서 내내 마음이 짠했다.ㅜㅜ
가슴이 떨려서 사진도 못찍고, 방학이라 사람이 없어 살펴보기도 좋았을 텐데, 인화학교 쪽에는 가지 못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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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을 나와 차를 멀찍이 떼어 놓고 사진 하나 찍고 왔다. 왼편 하얀 건물이 내가 들어갔던 기숙사고 그 앞쪽 건물이 세탁실, 스쿨버스 앞 빈자리가 우리가 차를 세웠던 곳이다.

 

이 사진을 찍고 영광 백수 해안도로를 달렸는데, 노을이 멋진 곳으로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한 산길이 운치있어 이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드라이브 코스다. 인증샷은 나중에...  

공지영작가를 만나고 싶은 분은 당일 방송국에 와서 현장 기부(1만원)를 하면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방송국 만남 장소가 500석이라니까 일찍 가야 앞자리에 앉을 듯...

 
     

 

 

 

내가 읽은 공지영씨 책은 6권뿐, 앞으로 읽어볼 생각인 책은 8권... 








 

'괜찮다 다 괜찮다'를 어제 읽었는데 거기에 거론된 책들은 읽어봐야 할 것 같다.공지영씨 책 중에 꼭 봐야 할 책이 빠졌으면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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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희망의 도가니, 공지영 작가 광주에 오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9-03 12:22 
    공지영 작가를 이야기 손님으로 모시는 '홀더 후원의 밤' 열정의 도가니에 늦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탔다. 퇴근시간이라 차가 좀 밀려서 택시비 5,800원을 지불했지만, 일찍 도착해 분위기 스케치도 했으니 리포터로서의 기본은 한 듯하다.^^  내가 사는 하남과 KBS가 있는 상무지구로 연결된 '무진로'(왼쪽사진)를 달려 도착한 KBS 건너편 5.18공원(오른쪽 사진 가장 우측 건물이 5.18기념관) 주변 풍경이
 
 
마노아 2009-08-2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강연회는 오늘이 아니군요. 강연회가 오늘이어서 그 후기인 줄 알았어요.
소설을 생각하면서 페이퍼를 읽으니 읽는 저도 막 조마조마했지 뭐예요.
차에 올라탄 그 아이가 참 짠하네요. 내일의 강연회 후기도 기대할게요.^^

순오기 2009-08-28 02:11   좋아요 0 | URL
이제 날이 바뀌었으니 강연회는 오늘이네요.
다녀와선 또 후기를 써봐야지요.

꿈꾸는섬 2009-08-27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정말 대단다하세요. 소설 속 현장을 직접 다녀오시구요. 저도 조마조마하며 읽었어요. 도가니를 읽었으니 솔직히 소름이 돋아요. 정말 차에 탄 아이는 왜 그랬을까요? 휴대폰 문자로 얘기해보셨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전에 청각장애인들을 만났는데 휴대폰 문자로 대화하더라구요.

순오기 2009-08-28 02:13   좋아요 0 | URL
그 아이가 휴대폰도 없었지만 있었다 해도 그런 생각을 못했을 거 같아요. 사실 엄청 떨렸거든요.ㅜㅜ
드라이브 하려고 만났는데 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고 해서 거길 원했어요. 이분은 동네 아줌마 친구가 없는 분이라 저보다 4살 연배지만 친구같은 언니로 지내며 종종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때론 답사갈 때 저를 데려가기도 하지요.

동탄남자 2009-08-2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도가니는 읽지 못했지만, 계간 창작과비평 이번 가을호를 보니 도가니에 대한 멋진 분석글이 있어서 마치 그 소설을 다 읽은 느낌입니다. 가을에도 행운을 빕니다. 열심히 현장 답사 하시는 순오기님의 건강한 다리를 위하여!!!

순오기 2009-08-29 09:20   좋아요 0 | URL
'창비 어린이'만 정기구독하고 있어 창작과 비평은도서관에서 봐야겠군요.
현장 답사 열심히 다니는데 미처 후기를 다 올리지 못하는 게으름쟁이에요.
다리심(힘) 풀리기 전에 부지런히 다녀야지요.^^

같은하늘 2009-08-28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세요~~ 전 아직 도가니를 구입해 놓고 읽지 못하고 있어요.
왜 이리 다른 보아야 할 책들이 많은건지... 어쩜 슬쩍 미뤄두고 있는지도...
가고싶은곳을 그곳으로 선택하셨다니 살 떨리는데요.^^
오늘 강연회 다녀오셨겠네요. 후기 기대합니다.

순오기 2009-08-29 09:21   좋아요 0 | URL
도가니 사놓고도 읽기 겁나지요~~ 저도 그랬어요.ㅜㅜ
현실은 그보다 더하지만... 열정의 도가니 후기는 오후에!

순오기 2009-08-2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그야말로 '열정의 도가니'였어요.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말바우아짐이랑 공지영씨 배웅하고 돌아왔지요.
오전에 보강수업이 있어 후기는 오후에 올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