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 마흔살 고백
공선옥 지음 / 생활성서사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푹 빠져들었던 공선옥. 그녀가 마흔살 언저리에 썼던 생활성서에 연재한 글을 모아서 낸 책이다. 생활성서에 실은 글이라 종교적인 성찰을 깔고 있지만, 어떤 종교를 갖고 있든지 사람다웁게 살려는 것이기에 타종교라도 무리없이 읽힌다. 3부로 나뉘어진 '그것은 인생,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것들, 잊히지 않는 하루'라는 제목만 봐도 생활인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글이다. 

이미 내가 지나온 마흔 살 주변의 공선옥 이야기에 공감하며 같이 눈물글썽이거나 미소 지으며 읽었다. 사실 에세이는 읽기에 부담없지만 읽을 때 가볍게 끄덕이는 공감으로 족하지, 오래도록 기억하는 내용은 실상 많지 않다. 그래도 에세이집을 읽고 나면, 나도 삶의 흔적을 남겨야지 생각은 하는데 알라딘에 리뷰 쓰고 페이퍼 쓰는 것 말고는 손글씨를 쓰지 않는다.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일의 지엄함을 감당하는 작가라는 걸 행복으로 여기면서도 원고 마감이면 스트레스 받는 글쟁이들의 생활도 쉬운 건 아닌 듯하다. 농부가 씨뿌리고 거둬들이듯 글쟁이도 날마다 무언가 쓰는 일이 농부의 일상과 같다는 말에 끄덕여진다. 소소한 일상에서 글감을 건져올려 따뜻한 시선으로 감동을 담아낸 글쓰기가 부럽다. 하지만 작가도 써야 할 이야기에서 삼천포로 빠지는 걸 보면서 살짝 즐거워했다.^^

그녀의 신산한 삶이 이제는 좀 편안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절름발이 자기 할머니를 동무들과 같이 악을 쓰며 놀려대는 삼식이의 눈물에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 자기 할머니를 동무들과 같이 놀리는 것으로 저항하고 절규했던 삼식이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맏이 아람이를 '내 인생의 선장'이라고 말하는 그녀, '못난 어미 만난 죄로 어미와 고난의 세월을 함께 해 준 나의 동지'라는 말은 어찌나 눈물겹던지 내가 우리 큰딸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세 아이를 키우며 홀로 사는 그녀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글 곳곳에 보인다. 사는 일의 녹록치 않음에 마음이 짠해진다. 셋째 아빠인 전 남편에 대한 이야기, 중학교를 다니다 중퇴한 둘째를 전주 대안학교에 보낸 이야기, 결핍으로 배운 감사한 생활 등 짠하게 공감됐다. 여수에서 살다가 눈을 실컷 보고 싶어 춘천으로 이사했다는 그녀, 그곳도 사람과의 인연으로 정을 붙이며 살아간다. 사람 사는 곳 어디든지 정들면 고향이 된다. 나도 광주살이 21년째, 이제는 본래의 고향보다 더 정이 들어 광주사람보다 더 광주를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을 보는 일도 엄마의 마음으로 보듬는다면 성내거나 투덜댈 일도 없으련만, 살다보면 벌컥 성을 내는 일이 종종 생긴다. 공선옥 그녀가 사람이 많은 터미널에서 애꿎은 둘째에게 성내고 하지 않아야 될 말을 쏟아내고 부끄러워 하는 이야기는 정말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더란 말이다.ㅜㅜ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9-08-06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도 공선옥은 나이가 굉장히 많을 것 같단 생각을 줄곧 했어요. 64년생이니까 40대 중반인데 사진보고 너무 젊어서 깜짝 놀랐죠. 작가님의 글에선 삶의 치열함과 처연함이 같이 보였어요. 짠해요...

순오기 2009-08-06 00:51   좋아요 0 | URL
어~ 63년생 아닌가요? 나보다 세 살 아래라고만 기억하거든요.^^
삶의 치열함과 처연함이라~~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는게 편치 않을지도...

세실 2009-08-0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씨도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군요....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깊이 있는 작가들은 에세이도 좋아요.

순오기 2009-08-06 22:02   좋아요 0 | URL
공선옥씨 삶도 공지영씨 못지 않게 드라마틱하지요~ ㅜㅜ
나도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로 공선옥씨를 만난 후, 그녀의 작품을 여럿 봤지요~~

hnine 2009-08-0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도 제가 묻지도 않고 일단 읽고 보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거든요. 이 책도 구입해서 지금 바로 제 눈 앞에서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미리 순오기님 리뷰 읽고 가요.

순오기 2009-08-06 22:02   좋아요 0 | URL
오호~ 묻지 않고 일단 보는 작가로군요. 한때는 나도 그랬는데...내가 사는 게 힘들 때는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ㅜㅜ

같은하늘 2009-08-0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다가올 나이...
책이 한번 보고싶어지네요...

순오기 2009-08-07 00:37   좋아요 0 | URL
소소한 일상에서 글감을 잡아내는 센스도 배우고~~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좋지요.^^

노이에자이트 2009-08-0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남출신의 40대 여성문인 중 유명작가가 몇 명 있는데 신경숙이나 은희경 같은 인기작가는 아니지만 은근히 공선옥 팬이 많은 것 같죠? 같은 공씨인 공지영과 비교되는 것 같기도 하고...공선옥 고향이 곡성일 거예요.

순오기 2009-08-08 07:54   좋아요 0 | URL
나는 은희경이나 신경숙보다 공선옥이 더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공선옥씨 곡성출신 맞아요~ 공지영씨와 여러 면에서 닮았으면서 또 다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