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 대회 8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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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열쇠고리 ㅣ 신나는 책읽기 19
오주영 지음, 서현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 저학년 창작 부문 대상작으로 제1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 대회 저학년 도서다.
네 편의 단편에 아이들 마음을 손에 잡힐 듯 잘 그려냈다. 아이들이 꿈꾸는 소망을 환타지로 표현했는데, 난 사실 환타지를 현실도피처럼 생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이 꿈꾸는 것들은 환타지가 빠지면 안될 것 같다. 아이들에겐 도피가 아니라 순수한 동심의 표현일거라 이해하면 이야기 속에 아이들 마음이 보인다.
<단지와 보물> 작은 곰 인형을 '깜씨'라고 부르는 단지는, 놀이터에서 신기한 동전을 주워 굉장한 보물일거라고 믿으며 환상에 빠진다. 옆에서 코웃음 치는 가영이에게 진짜 보물임을 증명하려고 은행으로 달려갔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25하라라로 우리 돈으로 80원쯤 한다는 말을 듣고 부끄러워 도망친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준 동전을 잃어버리고 찾아 헤매는 아줌마에겐 진짜 귀중한 보물임을 알고 돌려준다.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아이 마음도 알아주고,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일지라도 내게 소중한 것이면 진짜 보물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상한 열쇠고리> 표제작으로 키작은 지영이를 땅지렁이라 놀리는 박똥구(박동구) 를 혼내주려고, 주머니 속의 열쇠고리 힘을 빌리자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 나이에도 마음만 먹으면 소원이 뚝딱 이루어지는 신기한 열쇠고리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실실 웃음이 났다. 독특한 캐릭터로 그려낸 그림도 재미있다.
<호야 선장의 우주여행> 친한 친구와 뜻이 안 맞아 다투고 심통이 난 아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단편이다. 부침개를 만드는 엄마 옆에서 심심한 호영이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자, 엄마는 호영이와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런 풍경은 우리 엄마들이 연출해야 될 모습이다. 호야선장과 빼빼선장으로 대치된 호영이와 병우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호영이는 병우를 미워하던 마음이 풀리고 어느새 안부가 걱정돼 엄마표 부침개를 들고 병우집으로 뛰어간다. 아이들의 다툼을 무조건 편들거나 나쁘다 하지 않고 지혜로운 엄마가 할 수 있는 멋진 치유법이다.
<똥글이 파랑 반지> 동생 때문에 엄마의 사랑이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큰애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단편이다. 할수만 있다면 심술쟁이 동생을 벌주고 싶은 큰아이 마음을 대변해준다. 하나는 똥글이 파랑 반지의 힘을 빌어 말썽쟁이 두리를 혼내준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동생 편이다. 대체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지 엄마까지 벌주고 싶은 큰아이 마음이 읽혀진다. 엄마들은 무조건 큰아이한테 동생을 봐주거나 참아주라고 주문하지 말고, 먼저 큰아이 마음을 알아주는 표현을 해야될 듯하다.
아이들 마음을 엿보는 것처럼 그려진 뒷표지가 맘에 든다. 이상한 열쇠고리는 바로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열쇠가 바로 이 동화책이라는 걸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