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 대회 8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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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씨 - 최명란 동시집
최명란 지음, 김동수 그림 / 창비 / 2008년 4월
평점 :
1학년 1학기 쓰기에 실린 '수박씨'를 표제로 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 대회 저학년 도서다.
나는 동시집을 읽을 때마다 '아하~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는데... '라는 가당치도 않은 착각에 빠져든다. 이 책을 보면서는 그 정도가 더 심했음을 고백한다. 실제 두어 편 끼적이기도 했단 말이지.^^
이 동시집은 그만큼 동시에 만만함을 갖게 하는데, 다른 동시집보다 유독 짧은 동시가 많다. 아이들이 뱉어낸 말만 주워 담아도 동시가 될 거 같단 생각이 절로 든다. 정말 그런지 몇 편의 시를 보시면 내가 과장하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가족사진
엄마 아빠 결혼사진에
내가 없다
삼촌 고모 이모 다 있는데
나만 없다
동생을 더 갖고 싶어
엄마가 동생을
낳아 주지 않으면
로봇에게 부탁해야지
어미 닭
어미 닭이
알을 품었어요
쫄쫄 굶으며
꼼짝도 안 해요
부끄럼
비빔밥 그릇은
부끄럼이 참 많아요
밥을 다 먹고 나도
얼굴이 빨개요
우리 집 도깨비
엄마는 도깨비야
귀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
나는 초승달
나는 엄마 품 안의
초승달이다
품 안에서 점점
보름달로 자란다
---그리고 1학년 1학기 쓰기에 실린 '수박씨'는 정말 압권이다
수박씨
아~함
동생이 하품을 한다
입 안이
빨갛게 익은 수박 속 같다
충치는 까맣게 잘 익은 수박씨
아이들은 글쓰기가 싫을 때, 가장 만만한 게 동시라서 "오늘은 동시 써요!"라는 소리를 곧잘 한다. 이 동시집은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는 듯, '너희들도 나처럼 써 봐!' 유혹하는 듯하다. 두 줄이나 세 줄, 혹은 네 줄, 다섯 줄로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한 동시들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그림도 색깔을 절제하듯 살짝 덧입혀서 아이들 일기장 한 귀퉁이에 그려넣은 그림 같다.^^
책 뒤에 정호승 시인이 쓴 해설에도 충분히 끄덕끄덕 공감된다.
"아무리 어른이 아이의 마음이 되어 동시를 쓴다 하더라도 결국은 아이를 흉내 내는 데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명란 시인은 그 경계를 간단하게 무너뜨렸다. 분명 '어른 최명란'이 썼지만 분명 '아이 최명란'이 쓴 동시다. 이 동시집을 낸 이가 어른이라는 사실을 감춘다면 이 동시집은 분명 아이가 쓴 동시라고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