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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여는 창 언어 ㅣ 인류의 작은 역사 5
실비 보시에 글, 메 앙젤리 그림, 선선 옮김, 김주원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인류의 작은 역사 시리즈 다섯 번째다. 나는 순서없이 잡히는대로 보는데 순서대로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잘게 나누어진 챕터와 멋진 판화 같은 그림이 곁들어져 가독성이 뛰어나 초등 고학년 이상이면 읽을만하다. 읽고나면 박학다식을 자랑할만하고... ^^ '내일을 여는 창, 언어'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세상을 보는 창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장 자크 루소는 '말은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잣대'라고 말했지만, 동물들이 들으면 코웃음치지 않을까?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언어를 얘기하지만 동물들도 자기만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직 인간만이 언어를 문자로 표기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종들도 그들만의 언어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인간의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 책에선 인간에게 언어란 무엇인지, 세계에는 어떤 언어들이 있는지, 한 가지 언어가 얼마나 많은 얼굴을 가지고 오늘날 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알려준다. 또한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며, 현재 우리가 당면한 과제들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준다.
세상에는 6,000여가지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모국어 외에 다른 나라의 언어 하나라도 더할 수 있다면 자신의 세계가 훨씬 더 넓어진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리석게도 세상의 언어가 '영어' 하나인 듯 착각한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많은데도 모두가 영어에만 올인하라고 부추기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언어는 문명의 주춧돌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이자, 나와 타인을 보는 거울이고, 또 나와 세상을 보는 창이다. 만약 언어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인간과 인간 사회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성서는 하느님이 세상을 만들 때 말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종교적으로 뿌리가 같은 유대교와 이슬람교도 마찬가지고 힌두교의 창조신화에도 말의 힘을 얘기한다. 즉 세상을 창조하는 힘이 말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말로 창조된 세상은 말의 홍수에서 살고 있지만, 때론 침묵이 그 어떤 말보다도 힘이 있음을 우리는 경험한다.
언어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중학교에서 배우나? 더 이상 작게 나눌 수없는 단위인 '음소'의 조합으로 '낱말'이 이루어지고, 그 낱말을 어떤 위치에 놓아야 자연스런 문장이 되는지 결정하는 '통사론적 규칙'을 잘 활용하면 끝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것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언어의 마술사라는 시인과 작가들이 아닐까?
언어을 담당하는 영역인 뇌가 손상을 입으면 제대로 된 언어를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베르니케 중추'가 손상된 사람은 문장을 만들수는 있지만 상황에 맞는 단어를 쓰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왼쪽 뇌의 '브로카 중추'가 손상을 입었다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소리는 낼 수 있지만 대화에 필요한 단어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문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고 한다.
100년 안에 세계 언어 중 절반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세계 언어의 25퍼센트는 1000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절반이 넘는 언어는 1만 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어떤 언어를 가르치느냐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영어를 잘하게 하겠다고 어려서부터 모국어를 제쳐두고 영어에 올인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인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국어를 세계에 널리 퍼뜨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더불어 생각하면 좋겠다.
"언어는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고 전달해 줄 수 있는 사회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다니엘 레트, 수잔 로메인-
세계에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로 통합하려는 억지를 부리지 않으면 좋겠다. 한 나라에도 다양한 방언이 있으므로 말이 얼마나 아름답고 재미있는가! 바벨탑을 연상시키듯 미국의 언어로 인식하는 영어로만 얘기하지 말고, 다양한 인간의 언어들이 살아 꿈틀거리게 하자. 언어는 끊임없이 자연적으로 생성과 소멸이 반복된다. 재창조되는 언어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모국어와 더불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더불어 그들의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창인 언어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는 눈을 갖는 것이다.
이 책 끝엔 '한국어가 걸어온 길' 이라는 부록을 실어 우리말의 역사와 나아갈 길까지 밝혀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