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뷰] 우리 '옛 이야기' 그림책 사진리뷰 올려주세요~ 5분께 적립금 2만원을 드립니다!
-
-
어처구니 이야기 - 2005년 제11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28
박연철 글.그림 / 비룡소 / 2006년 9월
평점 :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정확한 출처나 연유를 모르고 쓰는 말이 있는데, 아마 ’어처구니 없다’란 말도 그 중 하나일 게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처구니 없다’는 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또 ’손없는 날’이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2005년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분 수상작인 이 책은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속지 제목을 거꾸로 써놨다.^^
거꾸로 된 제목을 가르키고 있는 녀석이 바로 ’어처구니들’의 하나인 손행자다. 어처구니는 모두 다섯으로 어찌나 말썽을 일으키는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자, 화가 난 하늘나라 임금님이 잡아 들였다. 어떤 죄를 지었는지 한번 살펴 보자.
이구룡- 거짓말로 하늘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죄.
저팔계- 술을 먹고 하늘의 천도복숭아 나무를 몽땅 뽑아 버린 죄.
손행자- 하늘나라 임금님과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선녀들을 골탕 먹인 죄.
사화상- 하늘나라 임금님이 아끼는 연못의 물고기를 죄다 죽인 죄.
대당사부- 사람들의 죽는 날을 똑같이 만들어 큰 말썽을 일으킨 죄.
줄줄이 굴비처럼 엮여가는 죄인들이 할 말은 있는지 변명을 늘어 놓으니 한번 들어 보자.
대당사부- 누구는 일찍 죽고 누구는 늦게 죽고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손행자- 허수아비한테 속은 선녀들이 바보지.
저팔계- 천도복숭아 나무가 그렇게 쉽게 뽑힐 줄 알았나.
사화상-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죽는지 정말 몰랐다고.
이구룡- 입이 두 개라 어디서 거짓말이 나오는지 알 수가 있나.
한편 하늘 끝에는 ’손’이라는 못된 귀신이 살고 있어 사방팔방 쏘다니며 사람들을 해코지 해서 모두들 무서워했다. 사람들은 손을 혼내달라고 하늘에 빌었고, 궁리하던 임금님은 어처구니들을 불러 손을 잡아 오면 죄를 용서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어처구니들은 손한테 혼쭐만 나고 쫄아버렸다. 그래도 사흘 밤낮 하늘도서관에 처박혀 책만 읽은 대당사부가 드디어 해법을 찾아, 각자 재주를 가진 어처구니들에게 일을 맡겼다.
이구룡- 너는 입이 두 개니 다른 목소리를 내도록 연습해.
저팔계- 너는 힘이 좋으니 커다란 연과 청동그릇을 만들고.
사화상- 너는 물을 다스릴 줄 아니 청동그릇 안에 물을 가득 채워.
손행자- 너는 재주가 좋으니 구백아흔아홉 자의 긴 밧줄을 만들어. 꼭 엄나무로 만들어야 돼!
하지만, 꼭 시킨대로 안하는 놈이 나온단 말이지. 손행자는 까불까불 말참견만 하다가 뒤늦게 엄나무를 찾으러 갔고, 밧줄을 만들다 엄나무 껍질이 조금 모자르자 귀찮아서 두릅나무로 만들었다. 다들 대당사부의 지시대로 맡은 역할을 잘 감당해 손을 잡아 들였고, 엄나무 밧줄로 연에 묶어 하늘로 띄워 보냈는데... 그만 두릅나무로 만든 줄이 툭 끊어져 멀리 달아나 버렸다.
결국 손을 놓친 어처구니들은 숨어버렸고, 손은 다시 잡힐까봐 옛날처럼 날뛰지는 못하게 됐다. 죄를 지은 어처구니들은 임금님께 잡혀 궁궐 추녀마루 끝에 올라가서 손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게 됐다. 바로 요렇게~ ^^
어처구니는 생각 밖으로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뜻밖의 물건을 뜻하기도 하는데, 궁궐 추녀마루에 올린 ’잡상’이 바로 어처구니들이다. 기와장이가 궁궐 지붕에 어처구니들을 올리지 않은 실수를 저질러 ’어처구니가 없다’란 말을 하게 되었다. 또한 ’손’은 날수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다니며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귀신 이름으로, 부담스런 손님에서 비롯된 말이다. 즉 공경하기는 하지만 멀리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 있어 결혼식은 '손 있는 날'로 이사는 ’손 없는 날’로 택일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오늘은 이웃집 언니 큰딸 결혼식이니 '손 있는 날'이 확실하다. 손 있는 날 덕분에 비싼 점심을 먹고 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