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평소보다 과식하는게 일반적일 것이다. 특별히 자제심이 좋은 사람들은 예외겠지만... 많이 먹지는 않아도 음식 자체가 칼로리가 높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으시겠죠? 튀김에 전, 송편까지... 먹을때는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먹지만, 먹고 나면 무거워진 몸이 걱정이란 말이죠.ㅜㅜ

추석날 성묘길에 바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버님께서 우리 애들한테 용돈을 주시며 큰딸에게 한 말씀 하셨다. "우리 집안에서 음식을 두고도 안 먹는 아이가 없었단 말이지." 지금은 우리 둘째랑 막내가 키가 쑥 자라 날씬함을 유지하지만 한때는 상당히 비만이었고, 큰집 조카를 비롯한 우리 남편도 만만찮은 거구입니다. 제가 뚱뚱해진 이유가 바로 그거였어요. '고목나무의 매미' 같아서 몸을 불렸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이 내려오지요. 애 하나 낳을때마다 5킬로씩 늘어났는데 셋을 낳았으니까 상상에 맡겨요.ㅋㅋㅋ

우리 큰딸은 워낙 소식하는지라 제 먹을만큼 먹으면 더 이상 못 먹는다. 아무리 맛난 음식도 조금 더 먹어보라면 들어가지 않는지 더 못 먹겠단다. 그래서 엄마 맘은 안타깝다. 부모 슬하에 있을 때 오다 가다 주전부리도 하고 과일이라도 먹게 되지만, 객지에 그것도 기숙사에 있으면서 잘 먹고 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안 봐도 비디오지만 아침만 주는 기숙사 밥도 늦잠 자느라 거르기 다반사일거고, 점심이나 저녁도 날마다 사먹는 일이 얼마나 지겨운지 알지요, 웬디양님!

이번에 내려와서도 역시 별반 먹은 게 없다. 그저 굶주렸던(?) 과일이나 좀 먹었을 뿐... 큰집에 가서도 갈비 하나 뜯어보라 해도 안 먹고, 온갖 좋은 것을 다 넣어 끓인 미역국을 공기에 떠 준 것도 다 못 먹었다. "너한테 준 거 다 먹어, 남기지 마~ "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우리 큰딸은 내 과거형이니까 나도 그랬었다고 하면 믿으실라우?ㅎㅎㅎ

그래도 어제는 정성을 기울여 전복죽을 쑤었다. 집에 왔을 때 뭐라도 먹여서 보내야 엄마 맘이 편하니까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해보는 거다. 님들도 추석에 놀란 속을 전복죽으로 다스려 봐도 좋겠지요. 이웃에서 선물 받았다고 세 개 가져왔기에 큰딸 오면 주려고 냉동실에 보관했어요. 제가 하는 말 '얻어 먹는 것도 능력'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능력있는 사람입니다.ㅋㅋㅋ

포도잼을 만들어가며 전복죽을 쑤었는데, 포도잼은 처녀작이라 완전히 버렸어요. 너무 졸여서 엿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을 전하며 전복죽 레시피나 잘 전하렵니다.^^



껍질에서 떼어내 깨끗이 손질하고 뒤집어 못 먹을 부분(뭐라고 부르는지 몰라요)은 잘라낸다.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넣어 살짝 볶아 준 후, 불린 쌀을 넣어 참기름에 볶아 준다.


내장을 떼어낸 전복은 가늘게 채설어 다진다.

내장은 믹서기로 갈아 넣는다. 바로 요걸 넣어야 전복죽을 제대로 먹었다 할 수 있다.


충분히 불린 쌀은 오래 끓이지 않아도 괜찮다. 약간 꼬들거려야 먹는 동안 퍼진다.^^


완성되었으니 한 그릇 드시지요. 위에 얹어 놓은 전복이 보이나요? 색깔이 잘 살아나지 않았네요.
우리 딸은 딱 요거 한그릇~ 조금 더 주려고 했더니 그것도 남기려고 했다나~ 그래도 다 먹었습니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두 그릇 먹었는데, 아빠와 아들은 더 큰 그릇으로 두 그릇이었고요.^^


죽 전문점에서 사먹는 전복죽은 내장을 넣지 않고 끓여서 허여멀건 하던데~~~
전복껍질은 나전칠기, 자개장을 만들 때 쓰인다죠.


오늘 아침 6시 고속버스로 큰딸을  올려보내면서 밤, 대추, 은행을 넣은 영양밥 한 그룻은 된장국에 뚝딱 먹고 갔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고속버스가 출발하기 전 딸이 보낸 문자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다 갑니다. 안녕~ 두 달 뒤에나 뵈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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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1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극한 엄마 사랑이에요. 그 맘 알아주는 딸도 너무 예쁘구요.
전복 껍데기가 영롱한 빛깔을 자랑하네요. 자개장 만들 때 쓰는 녀석이 이 친구들이군요.

순오기 2008-09-16 18:09   좋아요 0 | URL
지극한 엄마 사랑은 과장이에요. 미안하니까 쬐금은 하는 척...

웽스북스 2008-09-1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해요, 큰따님~ ㅎㅎ
저는 기숙사생활 4년에 늘어난 건 식탐뿐인데...

일단 음식이 있으면 먹고 보자 언제 먹을 수 있을 지 모른다
뭐 이런 심정으루다가 ;;;

그게 큰따님과 저의 몸매차이를 가져왔군요, 으흡.

순오기 2008-09-16 18:10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몸매가 어쨰서요~ 그 정도면 훌륭하지요.
우리딸은 위가 아주 작은가 봐요~~ 잘 안 먹으면 줄어든다고 하잖아요.^^

네꼬 2008-09-16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악악. 전복전복. 저 입에 침 고여요. @.@

순오기 2008-09-16 18:10   좋아요 0 | URL
악악악~ 고양이도 전복을 좋아하는군요.@.@

파란 2008-09-17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이라고는 입도 안대는 둘째 아들넘도 전복죽은 처음부터 잘 먹드라구요. 입맛이..너무 비싸서.내장도 통으로 넣어도 맛나요. 게을러서 채썰지도 않고 모두 통으로 넣지요. 나중에 먹을때 조금 썰면 씹히는 맛도 좋고 혼자 전복을 많이 먹을수 있어서 좋고.^^

순오기 2008-09-17 18:06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도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비싸서 사먹지 못하고 얻어서만 먹어요.^^
전복은 조금 넣고 여럿이 먹으려니 우린 잘게잘게 썰어요.ㅎㅎㅎ

배꽃 2008-09-1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전복죽 끓일때 내장을 믹서기로..추석전날 울 신랑 아파서 전복죽 끓이며 인터넷 찾아도 그런 말은 없드만은;;순오기님..담에는 정말 그렇게 갈아서 하면 색이 참 이쁠것 같아여..먹음직 스럽네요..처음 만들어본 전복죽 그래도 아주 맛나게 먹었더랍니다.
아이들이 왔다가 가면 빈자리가 더 크겠어요..그러나 또 만날 날이 있으니..그 재미로다가..^^&

순오기 2008-09-17 18:06   좋아요 0 | URL
흐흐~ 저도 이웃집에 제 요리선생한테 들었지요. 도깨비방망이 몇번 돌려서 갈았어요. 색깔이 예쁘니까 시각적으로 먹음직하죠.^^
빈자리는 아직 큰딸 하나라~ 서로 안보면 편하죠 뭐~~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