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는, 전국민이 교양을 쌓기 위해 불온서적 읽기에 올인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출판계의 불황타계와 더불어,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국민들을 독서삼매에 빠뜨린 일등공신이 기사화됐다.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볼 분들을 위해 어제 경향신문에 나온 기사를 스캔받아 올린다. ^^



자~ 이 정도면 확인하셨을 테니 본론으로 넘어가자. 아프락사스님의 '대체 불온서적 이벤트'에 참여하는 페이퍼다. 여러분들이 올린 목록을 보면서 더 이상 게으름 부리면 내가 올릴 책이 없어질까봐~ 나처럼 어려운 책 읽기 버거운 분들을 위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골라 보았다.

내 젊은 시절 추억의 불온서적으로 YMCA를 통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같은 책인데 번역자와 출판사가 다르다. 내가 읽었던 건 표지가 겨자색이었던 거 같다. 80년에 봤으니 기억이 가물가물~
광기의 히틀러 마지막 시기에, 올바른 생각으로 자유와 행복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절망하지 않고 두려움과 맞서 싸우다 죽어간... 히틀러는 나쁜 인간이란 인식이 있으니까, 국방부에서도 히틀러에 대항했다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ㅎㅎ

 

백기완선생의 '자주 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절판이고 이미지도 안 뜬다. 우리시대 고전이었는데~ ㅜㅜ
우리 교육과 정치에서 '통일'이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난 아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기완 선생의 통일 이야기를 읽으면, 그 생각을 확실하게 다져준다. 전국민의 필독서로 당연히 꼽혀야 하는데, 통일이 되면 국방부가 할일이 없어질테니 불온서적에 당당히 입성할 만하지 않는가? ^^

 

군대에 갈 나이면 청소년기를 막 벗어났지만, 군대의 금서가 되면 읽을 수 없으니  군대 가기 전에 읽어두면 좋을 책, 역사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대체 불온서적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

정치인 유시민이 되기 전의 똑똑한 유시민이 쓴 책이다. 박종철 고문과 6월 항쟁시절, 독재정권타도 유인물 찍을 비용을 만들기 위해 반지하 자취방에서 썼다는 '1980년대 청년 지식인의 지적 반항'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글을 모은 책이다. 개정판이 나오고 고등학생들의 논술교재로도 이용될만큼 꾸준히 사랑받는다. 학창시절 달달 외우던 암기의 역사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을 찾는 역사공부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이 초등용의 만화로도 나왔으니 어려서 역사의 진실에 접근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


항상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된 우리 역사를 패자의 입장에서 다시 보기로 맛이 나는 책이다. 역사를 누구의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평가될지 정말 기대가 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2MB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뭐라고 기술할지... 그들은 생각만 해도 오싹해지지 않을까? 훗날 나올 제2, 제3의 패자의 역사에 기대만땅이다. ^^


불온(?)한 인물로 설명이 필요없을 함석헌과 전태일 평전을 대체 불온서적으로 추천한다.

 내가 읽은 책은 이 책이지만 다른 평전도 있다.
한국의 간디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우리 시대 스승 함석헌의 생애를 조명했다. 그는 종교사상가, 인권운동가, 언론인으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다. 그의 이력만으로도 불온서적에 들어가지 않을까? 이 평전을 쓴 김성수씨는 함석헌 사상에 심취하여 그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직장을 때려치웠다는 말에 혹해서 사봤던 책이다. ^^



우리의 노동운동 기원은 전태일이었다. 노동자운동이나 학생운동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은 의식화 교육의 교재로 전태일 평전을 읽었다. 그 참혹한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일하던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경제성장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으리라.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노동운동은 아직도 자본의 재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결과이다.

 


책의 인지도 만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책, 난쏘공 이후 절필을 선언한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독자들이 많은 듯하다. 아직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사회가 무한 반복되고 있는 우리나라. 이런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반정부 사상을 키우기에 적합하므로 대체 불온서적에 들어갈 만하다.

 


만화가들이 한술 한술 퍼담아 뚝딱 밥 한그릇을 만들었다는 이 책은 '인권' 에 좀 더 가까워지고, 일상 속에서 지혜롭게 차별과 차이를 가려낼 줄 아는 '인권의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마이리뷰를 먹었다고 추천하는 건 아니고^^, 인권문제에 접근하기 쉽고 만화라서 부담없이 뚝딱 읽을 수 있다는 장점에 추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권~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졌네'라는 정신세계에 사는 분들은 안 읽어도 좋겠지만... 그 반대 정신이라면 필독서로 꼽아야 쥐!


내가 읽은 것은 97년 출판된 첫번째 책이었는데, 현재는 개정판으로 나온 것과 어린이용도 절판이다. 아~ 이런 책은 절판되기 전에 나와야 하는데... 자랑스런 우리 문화유산이 아니라 '부끄러운 문화유산'이다. 일제강점기의 역사왜곡과 더불어 우리 문화를 훼손한 것들을 우린 잘 모른다. 이 책 읽으면 저절로 ^^ㅣ발~~~하고 욕이 나온다. 국민을 욕하게 만드는 책이라면 불온서적이 확실하다고욧!


사상문제로 옥중에서 꿋꿋하게 견디며 글을 쓴 이런 책들도 대체 불온서적에 올릴만하다. 두분 다 그림을 그렸고 가족에게 편지를 썼다. 영어의 몸으로 절망하지 않고 뭔가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긍정적인 마인드도 좋다. 책 속에 나오는 책들을 찾아 읽으면, 독재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독서하는 국민이 될거야. (우리애들이 '엄마 그러다 잡혀가는거 아니야?'라고 해서 추가된 책이에요. 이렇게 멋지게 할 수 있으면 수감생활도 좋겠다 싶어서요~ㅎㅎㅎ)


수감중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정진하며 사람됨의 길을 걸어간 사람,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분의 사랑이 읽히고 향기가 난다. 강한 듯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유에 '걷고 싶다'고 말하는 인간적인 그에게 출렁 감동이 물결친다. 시대를 넘어 민족의 고전으로 추천사를 쓴 전우익 선생을 믿어도 좋을 책이다.

 


역시 똑똑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느낀 책이다.
서울대를 나와 뉴욕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다 '학원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꽃같은 서른 살부터 마흔네 살이 될때까지 감옥에서 썩었지만, 결코 썩지 않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썩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감옥소 한 귀퉁이에서도 자라나는 풀들과 동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혹시 무슨 이유로 감옥살이를 할지라도 이런 마음이라면 잘 버티어낼 것 같다. 덕분에 풀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디에 무슨 풀이 좋은지 알아가는 것은 덤이다.^^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찰스 M.쉘돈 지음 / 예찬사 / 1982년 11월) 백만 기독교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신앙의 형태가 달라지지 않을까? 예수는 기독교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 인정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에 예수라연 어떻게 했을까?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기 전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신앙인의 지침서, 오히려 성서보다 쉽고 정확하게 가르쳐준다. 이 책을 대통령이 읽고 전 국민의 교양도서로 추천한다면 완전 대박인데... 이 책은 절대 불온서적이 아니란 말이쥐!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만 해야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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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8-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 시대의 고전이네요~ 아직까지 이 책들을 고전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불온'이라는 딱지가 붙는 책들이 있다는 것이 슬퍼요.
'부끄러운 문화답사기'는 아직 못본 책이에요.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아야겠어요. ^^;

순오기 2008-08-03 22:38   좋아요 0 | URL
우리시대의 고전과 불온서적~ 읽을거리가 점점 쌓여가죠~ 님도 이젠 평가단 책까지 쌓이겠군요.^^
부끄러운 문화답사기 보면 절로 열받아요~~~ 정말 부끄럽기도 하고요.ㅜㅜ

글샘 2008-08-0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저들이 금서를 안다면... '아고라'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ㅎㅎㅎ

순오기 2008-08-03 23:57   좋아요 0 | URL
다른 분들이 올린 책은 목록에서 뺐어요. 아고라는 메피님이 추천하셨더군요. 제가 안 읽은 책은 추천할 수도 없고요.^^

마노아 2008-08-0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쏘. 공을 올린다는 걸 깜박했는데 여기서 만났어요. 지당한 책이잖아요^^
역시 여러 알라디너들의 추천 책을 모으니 양서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여기서도 전국민 교양도서가 눈에 팍팍 들어와요.

순오기 2008-08-04 00:0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난.쏘.공을 생각했군요.^^
한여름 더위 불온서적 독서삼매경에 빠지다!
앞으로 나올 기사 제목이에요.ㅋㅋㅋ

새벽여행 2008-08-04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읽을거 넘 많습니다. 언제 다 읽지??

그래도 즐거워라,, 랄라,,, ㅋㅋ 국방부.. 땡큐.

순오기 2008-08-04 10:26   좋아요 0 | URL
흠~ 님의 서재에도 구경갔었어요~~ 국민교양 향상시키는 국방부에 땡큐!ㅋㅋ

조선인 2008-08-04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전들이네요. 기억이 물씬 떠오릅니다.

순오기 2008-08-04 10:27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오래(?)된 사람이라~ㅎㅎㅎ
국방부 덕분에 추억의 책을 떠올렸으니, 여러가지로 고마운 국방부?ㅋㅋ

BRINY 2008-08-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방부 덕분에 보관함이 점점 넘쳐갑니다

순오기 2008-08-04 15:53   좋아요 0 | URL
플래티넘에서 내려와볼까 했더니 국방부가 협조를 안합니다 그려~ㅋㅋㅋ

감은빛 2008-08-18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권은 읽었고, 또 두 권은 갖고 있으면서 계속 못 읽고 있는데, 나머지는 모르는 책들이군요. 부끄러운 문화답사기 한번 읽고 싶은데, 절판이군요. 쩝, 수소문을 해서라도 구해봐야겟네요.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