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딸 생일선물로 구입했고, 어제 생일인 딸에게 주었더니, 엄마가 먼저 읽고 달랜다. 엄마가 읽으며 밑줄을 쳐놔야 볼 때 좋다면서... 이것도 학습된 것일까? 내가 책을 보면서 내맘대로 밑줄이나 동그라미를 쳤고, 그 다음에 책을 보는 딸은 거기에 길들여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가 줄 친 책을 읽어야 명쾌하게 머리속에 들어온다나 뭐라나~~~~뭐,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었다.^^

어제부터 이 책을 읽으며, 거기에 거론된 책들을 메모했다. 이 책을 읽으며 공지영이 나랑 같은 나이거나 한살 위아래쯤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몇 년생인지... 하여간 여기 나오는 얘기들이 마치 우리 모녀사이 같아 공감이 가는 것도 많았는데 '삼중당' 문고의 고전을 읽으며 읽을때마다 목록을 하나씩 지워갔다는 말에 100% 동감했다. 난, 아예 '삼중당 문고 목록'을 갖다 놓고 읽은 책에 동그라미를 쳤고, 지금도 그 목록과 책들을 가지고 있다. 이제 30년도 훨씬 넘은 책들인데, 우리 딸이 중학생이 되면서 그 책들을 자기 방으로 가져갔다. 너무 작은 책이라 지금은 글씨 보기도 힘들지만, 내겐 추억이 담긴 보물이다. 공지영은 이렇게 적고 있다.

   
 

 엄마가 중학교 2학년 때였던가. 그 시절 우리에게는 삼중당 문고라는 책들이 있었어. 그때 돈으로 200원 균일가였으니 지금 가치로 치면 얼마나 될까? 일반버스 요금의 한 세 배쯤 되는 가격이었으니 참으로 싸고 좋은 책이었지. 그때 엄마는 아주 친한 친구와 함께 수업이 끝나면 서점에 들러 삼중당문고를 구입하곤 했어. 문고판 뒤에 문고 전체의 목록이 나와 있는데 그걸 하나 오려서 책상 앞에 붙여놓고,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색연필로 하나씩 지워나갔지, 아마 엄마가 읽은 소위 세계 명작의 8할은 그 때 읽은 거 같아. 물론 그것이 꼭 재미있어서 그랬던 것 같지는 않아. 친구와의 경쟁심도 좀 작용했고 - 음, '난 이런 책도 읽었어' 뭐 이런 거드름도 피우고 싶었던 거, 이게 인생에서 꼭 나쁜 일은 아닌 거 같아. 그리고 왠지 그런 좋은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이 멋있는 것 같은 착각. 그리고 또 하나는 재미없지만 좋은 책이라고 붙들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대견함 같은 것도 있었겠지. (73~ 74쪽)

 
   

공지영은 한 챕터마다 자신이 읽었던 책을 소개하거나 인용하면서,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조곤조곤 전한다. 인용하는 글 중에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쓴 책이 많이 나온다. 카톨릭 책들은 성바오로 서원에서 많이 나왔는데, 삼중당 문고보다 세로로 조금 길었지만 삼중당 문고와 더불어 내가 애용하던 시리즈였다. 이 시리즈도 여러 권 읽었는데, 너무나 좋은 잠언들과 빛나는 말씀에 반해 노트에 깨알같이 옮겨 적었던 추억의 책이다.

공지영이 딸에게 들려주던, 혹은 읽기를 권하던 책들을 정리해 보았다. 못 읽은 책이 많아 조만간 사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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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딸의 스무살 생일에 준 책
    from 파피루스 2008-04-27 12:20 
    책값이 좀 비싸 망설였는데, 작가가 딸에게 추천하는 책이 많이 나온다기에 내 딸의 스무살 생일선물로 샀다. 여기 나오는 추천도서에 만족하고,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바로 책 속의 책을 만나는 것이다. '공지영 책속의 책'이란 페이퍼로 정리하니 30권이 넘었다. 내 청춘에 열광했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방인, 자기앞의 생, 남해금산'이나, 특히 200원 균일가였던 삼중당 문고로 세계문학을 섭렵한 것이 나와 같아
 
 
순오기 2008-04-2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이미지가 안 뜬 책은 박경리의 'Q씨에게' 내가 보고 싶은 1순위에요.^^
김명인과 문태준은 시집 제목이 안 나와서 그냥 골라 봤고요.
타샤 튜터는 한 권도 안 봤는데...꼭 봐야할 것 같아요.ㅠㅠ

이팝나무 2008-04-2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순오기님의 정리 실력을 따라갈 자가 없어요...저 복사해 가도 되죠?

순오기 2008-04-22 09:38   좋아요 0 | URL
하나씩 소개하기는 너무 시간이 걸리니까 이렇게 편법으로~^^
뭐 그 책에 나오는 거니까 저작권이 제게 있는 것도 아니고~~ㅎㅎㅎ

세실 2008-04-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님은 정말 참으로 부지런하십니다. 감사합니다^*^
공지영 덕분에 타샤할머니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순오기 2008-04-22 10:59   좋아요 0 | URL
히히~ 잘했나요? 저는 타샤의 정원도 안 읽고 타샤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책을 읽고나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무스탕 2008-04-2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한권이 미치는 여파가 대단하다고 다시한번 느끼는 중입니다 ^^
순오기님. 깔끔한 정리가 정말 돋보여요!! ^^*

순오기 2008-04-22 20:12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많은 책들을 얘기한다는데 있어요.^^
저중에 한 10권은 사들일것 같은 예감이.....ㅠㅠ

하늘바람 2008-04-2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네요 전 책만 들여놓고서는 바쁘단 핑계로 못 읽고 있어요

순오기 2008-04-23 18:06   좋아요 0 | URL
저도 사들이고 못 읽은, 혹은 안 읽은 책이 엄청나요!ㅠㅠ

saramkkot 2008-05-2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할것이다..를 읽고 햐려던 작업을..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은 어느 누가 이미 하고 있다는 '법칙'이 또 맞았네요.
너무 좋습니다. 퍼갑니다..

순오기 2008-05-20 17:37   좋아요 0 | URL
예~ 누군가 먼저 하는 일이 많지요!
그래서 덕분에 편하게 일을 볼 수 있으면 좋은거구요~ ^^
님의 서재에 오전에 다녀왔는데 댓글이 늦었네요. 종종 뵈어요!

bakong94 2008-05-2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다가 하나씩 읽어봐야겠다싶어 들어왔는데...정말 감사히 담아갑니다.^^

순오기 2008-05-20 17:39   좋아요 0 | URL
그러죠. 책을 읽다보면 이 책도 보고 싶고 저 책도 궁금하고...
책 욕심을 내 보지만 다 읽기는 쉽지 않을 일이고요~ 우선 순위로 땡기는 녀석들 먼저 몇 권 사들였는데 아직 손도 못대고 있어요.ㅠㅠ
님 서재에도 다녀왔어요. 반가운 흔적이나마 가끔 만날수 있기 바래요.

내안의소리 2008-08-1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저도 공지영님 책을 읽으면서 책속의 책을 하나하나 적어나갔지요..^^
알라딘에 들어와서 책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리도 정리를 해주시네요..^^
감사드립니다..한해의 반이 남았더랬죠...제 목표가 이 책들을 하나하나씩 읽어나가는 거랍니다..

순오기 2017-06-21 03:45   좋아요 0 | URL
님의 서재에 마실 갔다 왔어요, 반갑습니다!
저도 하나씩 읽어보리라 정리하고 몇권은 사들였는데 욕심만큼 읽어내지 못하고 있어요. 님은 부지런히 읽어내기 바래요!^^

inter-i 2009-01-2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다 찾지 못해 속상해하고 있었는데..특히 카톨릭 서적이요...

love 2009-02-22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산나 타마로의 '마음 가는대로'가 빠진 것 같아요.
마음에 깊은 공명을 주는 참 아름다운 소설이랍니다.
공지영 씨 책 맨 처음에 나오지요..

fallin 2010-04-1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이 책을 읽고..책 속의 책을 찾아보는 중이였어요. 오랜만에 들르네요..잘 지내시죠? ^^ 순오기님 목록보고 더 쉽게 찾았어요..이제는 한권씩 한권씩 욕심내서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