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에서 헥토르역의 에릭 바나에게 반했던지라 그를 보기 위해, 기꺼이 천일의 스캔들에 말렸다. ㅎㅎ 헨리8세의 실제 초상과는 거리가 먼 잘 생긴 배우 에릭 바나가 그려내는 헨리는 카리스마가 좀 약한 듯하다. 그 끝없는 성적 욕구에 농락당하는 왕일뿐! 크게 부각되지 못한 느낌이다. 영국 왕실에선 유부녀를 더 즐겨 취한 듯하다. 유부녀든 자매든 상관않고 들이미는 권력에 눈 먼 사람들은 동서양이 다를바 없는 듯.ㅠㅠ

스틸이미지

하긴 캐서린도 형 아서왕의 부인이었으니 형수와 결혼한 것이었지만, 볼린가의 자매 외에도 헨리를 거쳐간 여인이 여섯이나 된다던가?

백치미가 돋보이듯한 매리(스칼렛 요한슨)는 순수하게 헨리를 사랑한 캐릭터로, 당차고 도도한 앤(나탈리 포트만)은 권력을 얻기 위해 헨리를 유혹하는 캐릭터였다. 영화는 자매의 상반된 캐릭터를 대비시키며 끌어간다. 관객의 취향과 정서에 따라 앤이 좋다거나 매리에게 더 점수를 주는 편으로 나뉠 수 있겠다.

스틸이미지

'복종하면서 남자를 다스리고 지배하는 것'이 여자의 능력이라는 대사처럼, 자기의 목적대로 헨리를 유혹하여 권력을 취한 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어쨋든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끌어갔다는 것 때문에... 결국 욕망의 끝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덧없는 인생이었지만, 앤은 왕비가 되어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남겼으니 후계자를 낳기 위한 처절한 욕망은 실현됐다. 헨리를 잃지 않으려고 동생 조지에게 동침을 요구하는 장면에선 저렇게까지 해서 잡고 싶은 권력이 무언지 참, 기가 막혔다.

스틸이미지

'나는 그를 유혹하지 않았어. 그를 사랑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매리, 너무 순수한 사랑을 해서였을까 약간 어리버리 백치같은 표정이었다. 관객을 낚으려는 의도였던 문제의 베드신은 실루엣처럼 그려져 영상미는 괜찮았다. 매리는 욕심이 넘치던 언니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속 깊은, 마치 언니 같은 동생이었다. 헨리의 정부로 아이까지 낳은 그녀가, 다시 본 남편과 결합하여 여생을 보내는 것은 인생의 아이러니다.

스틸이미지

권력에 눈이 멀어 자식들의 인생을 진흙탕에 처박은 남편의 뺨을 후려치는 것으로 분노를 드러낸 앤의 어머니에게 끌렸다. 당시 여자들도 남편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잘못 된 길로 가는 걸 알면서도 말리지 못하고 결국 따랐나 보다. 하지만 두 딸을 비교하지 않고 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잘 가르치고 키웠다는 자신감이 좋았다. 결국은 이 어머니의 기질이 앤과 엘리자베스 1세에게 나타난 것 아닐까?

스틸이미지

화려한 의상과 영국 왕실을 맛보기할 수 있어 좋았다. 카톨릭과 결별하고 영국성공회가 생겨나게 된 배경도 이해하고, 당시 상황을 알게 되는 것도 괜찮다. 때때로 팽팽한 긴장감도 있어 지루하진 않았지만 별점으로 치면 다섯은 줄 수 없고 후하게 주면 별 넷 정도.^^


댓글(9)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영화,멜로] 욕심을 버려라! 천일의 스캔들(The Other Boleyn Girl, 2008)
    from 월풍도원(月風道院) - Delight on the Simple Life. 2010-07-29 15:08 
    이미지출처 : lovecat.tistory.com 욕심을 과하게 부리면 망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리고 또한,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것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그렇게 친하고 즐겁던 가족이, 너무나 큰 야망으로 인해 망해가는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 보여준다. 교양으로 철학 수업을 들을 적에,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다시금 생각난다. “대화를 하기위한 전제조건은, 상대와 내..
 
 
다락방 2008-04-1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대보단 별로더군요.

순오기님. 에릭 바나는요, [뮌헨]에서 가장 근사해요. 아이를 한 팔로 안고 걷는 장면은 압권이예요!!

순오기 2008-04-16 17: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기대를 안했으면 그런대로 볼만했을텐데...에릭 바나 때문이얏!
뮌헨~ 봤는데 후기를 안 썼더니 많이 생각나진 않지만, 저 장면은 생각나요. 그리고 아내와의 베드신~~~전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거사를 앞에 둔 남자의 마음, 포근하게 감싸줄 수 있는 아내의 숨결이 좋았어요.

뽀송이 2008-04-1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건~ 기대보다 별로였답니다.^^;;
언니인 앤 역의 '나탈리 포트만'은 지금 개봉중인 영화 <고야의 유령>에서 좀 더 나은 연기를 보여준 것 같아요.^^;; 님~ 잘 지내시죠? 전 큰아들 책 사러 잠시 들렀어요. 요즘 무척 정신없이 바빠요.ㅠ.ㅠ

순오기 2008-04-16 17:36   좋아요 0 | URL
나는 이상하게 별로 비중은 없었지만, 그 엄마에게 필이 꽂히더라고요!ㅎㅎ
내가 그런 엄마가 되고 싶은 건가...^^
고야의 유령 여긴 아직, 제목도 처음 들어요~~~광주 촌넘!^^

무스탕 2008-04-1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맘이 있었던 영화인데 어째 개봉후 평들이 별로인게 많이 들려요..
나중에 다른 방법으로 봐야겠어요.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한손으로 번쩍> 장면이 더 궁금해 졌어요 +_+

순오기 2008-04-16 17:38   좋아요 0 | URL
너무 기대를 하지 말고 봐야돼요.
뮌헨은 좀 무겁지요~

다락방 2008-04-17 08:23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그 장면 스틸컷이 있으면 올릴라고 아무리 찾아도 올라온게 없네요. 순오기님 말씀대로 영화자체는 무거웠지요. 먹먹하고요.

그러다 전 한손으로 번쩍에 반해버렸지만 말예요. :)

프레이야 2008-04-1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봐야하는데..
전 나탈리 포트만이 좋아요.^^

순오기 2008-04-17 17:36   좋아요 0 | URL
ㅎㅎ 나도 나탈리 포트만이 좋아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에서 귀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