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숭례문이 불타서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보며, 억장이 무너지던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역사앞에 '죄인'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은 불에 타지도 무너져 내리지도, 더구나 '죄인'이란 의식은 없는 듯 보였다. '네탓'이라 떠넘기기에 급급한 관리자들, 새 정부가 아닌 현 정부를 비난하기에 바쁜 그들은 -초등생도 눈물흘리며 몸둘바를 모르는데- 부끄러움이 전혀 없었다.

반성하거나 자기성찰을 모르는 그~~~~~들을 보며 '윤동주'가 생각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서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들은 불타는 숭례문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았을까? 숭례문이 무너져 내릴 때, 그들의 가슴은 무너지지 않았을까? 아~~ 부끄럽다~~~~~~

   
 

 서시       -윤 동 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06년 9월, 학부모독서회에서 '정본 윤동주전집'을 읽고 토론하며, 우린 많이 부끄러웠다.
초등생들도 2학년 2학기 <쓰기>에서 '눈'이란 시로 윤동주시인을 만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이런 예쁜 마음과 감성을 키워가야 할 아이들이, 오직 입시를 위한 성적위주의 교육에 내몰리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공부는 잘 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겸손할 줄 모른다면 금수만도 못한 것이 아닐까? 심정이 착잡해서 무수히 출판된 '윤동주'를 만나며, 오늘은 '침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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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12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박완서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가 떠올랐어요.
제발 ... 누가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08-02-12 06:11   좋아요 0 | URL
안 주무세요?
나도 일찍 자서 일찍 깨어났지만...정말 많이 부끄러운 날이에요.ㅠㅠ
학교에서 국영수만 가르칠 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돼요.
부끄러움을 알아야 사람인데...

무스탕 2008-02-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숭례문 태워먹고 니 탓이네 내탓 아니네 따지고 있는 꼬라지들이 정말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뭐든지 너네들한텐 정치적 비판 꺼리밖에 안되는구나 싶어서 정치판 꼴도 보기 싫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굳혔어요.

순오기 2008-02-12 17:13   좋아요 0 | URL
참, 이래저래 하는 짓거리 보면 심사만 뒤틀리고 심란하고...ㅠㅠ
우리 모두 겸손해져야겠단 생각이 마구 듭니다~~

전호인 2008-02-1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의 변명꺼리는 다 있더라구요.
속상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무너진 문화국치일!(어떤 신문에 있더라구요)

순오기 2008-02-12 17: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우리의 자존심이 무너져내린 날...

비로그인 2008-02-1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에 있는 마늘 이야기 보느라 이 페이퍼 내용은 다시 읽었답니다.
그냥 마늘 이야기 할게요.
저도 마늘을 전부 빻아놓고 냉동실에 넣어뒀다 씁니다.
마늘과 파만 정리해두면 요리하기 정말 수월해요,그죠?
마늘을 기억하며 부끄럼도 같이 기억합니다...(뭔얘긴지...)

순오기 2008-02-12 17:15   좋아요 0 | URL
마늘, 파만 손질해 놓으면 할 일 다 한것 같은 마음.^^
우리 모두 부끄럽죠 한없이......

프레이야 2008-02-1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보기 민망한 장면이더이다. 네 잘못만 따지는 측들이나 그걸 따져묻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나, 성금 걷겠다고 하는 사람이나..

순오기 2008-02-13 01:56   좋아요 0 | URL
참, 민망이 하늘을 찌르는데 그들은 모르다는 게 또 아이러니?ㅠㅠ
착잡한 이 심정을 그들은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