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엄마' 생각에 눈물 줄줄 흘렀는데, 오늘은 '이수익 시인'때문에 깔깔 웃었다. 이 변화무쌍한 감정이라니~~~~ 깐따삐야님이 책임져야 해! ^^

나남시선은 내가 한번도 접해 본 적이 없는 시선이다. 주로 창비나 문학과지성시선집을 즐긴 듯하다. 또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출판사가 어디든 가리지 않았고. ^^ 유안진의 '봄비 한 주머니'를 주욱~ 읽으며 마음에 끌리는 것들을 동그라미 쳐두고, 바로 이수익 시선집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이수익 시들은 명쾌하게 읽히는 느낌이었다. 그대로 들어와 꽂히는 느낌! 뭔 뜻일까? 머리를 굴리거나 의미를 찾아보려 끙끙대지 않아도 그대로 이해되는 시. '맞아, 시는 이렇게 한 눈에 확 꽂혀야 잘 쓴 시야!' 혼자 주절거리며 즐거웠다. 그 중에 특히 내가 웃어제끼며 우리 큰딸한테 읽어 준 시를 올린다.

   
 

 그리운 악마       -이수익-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아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악마 같은 여자.

 
   

엄마가 읽어주는 이 시를 듣는 우리 큰 딸, '마누라 알면 죽음이군!' 이러면서 듣더라는~ ㅎㅎ

그런데, 요건 남정네들만의 로망이려나?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다!

'그리운 악마'는 조신한 아낙네들도 때론 꿈꾸고 싶은 불순한 로망이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02-04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옆지기 하나 관리하는 것도 힘에 부칩니다. 숨겨둔 정부 너무 귀찮고 부담스러울것 같아요. ㅎㅎ

순오기 2008-02-04 03:50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러니까 이런 로망은 반드시 '불혹'이 지나야 생긴다? ^^

bookJourney 2008-02-0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를 하면 저희 옆지기도 '기운이 남아도느냐?'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저도 요즘 같아서는 힘에 부쳐서 못하겠습니다만 .. ㅋㅋ

순오기 2008-02-04 08:51   좋아요 0 | URL
ㅎㅎ~ 기운이 남아도느냐?
공선옥의 표현대로 '라일락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오면 그런 로망도 꿈꾸게 되더라고요! ^^

깐따삐야 2008-02-0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것도 부익부빈익빈이라죠. 남편은 커녕 애인도 없구만 남편에다가 숨겨둔 애인까지 바라시는 순오기님은 욕심쟁이! 우후훗! ㅋㅋㅋㅋ

순오기 2008-02-04 11:42   좋아요 0 | URL
그럼 이게 깐따님껜 염장페이퍼? ㅋㅋㅋ
하지만~~~ 꿈도 못 꾸냐고욧! ^^

전호인 2008-02-0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모두의 로망이라...... 긍정반 부정반이라고 하면 재미없는 멘트가 되겠죠.
모두가 나를 기준으로 볼 때를 이야기 하는 것이니 알아서 추측하시면 저의 마음을 알게 되겠군요.
조신한 아낙네의 기준이 참 모호하긴 합니다.

순오기 2008-02-04 11:45   좋아요 0 | URL
조신한 아낙네의 기준은 '순오기'야요! ^^
'불혹'이 어느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하지만, 제가 '불혹'이 되어보니 비로소 '흔들리기 시작'하더라는 거~ 바로 그걸 겪어봐야 흔들림 없다는게 뭔지 알겠더라는... ^^

마노아 2008-02-0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들었더라. 경쟁심리가 작용해서 남의 사람일 때 더 뜨겁게 타오른다는 야~기!
아, 이렇게 위험한 발언을 대낮부터 하다니... 부끄러워욧!

순오기 2008-02-04 11:48   좋아요 0 | URL
위험한 발언을 대낮에 하는 사람은 절대 안 위험하고 안 부끄러워요!^^
겪어보니, 지나치게 금술 좋은 척 하는 부부가 문제 있고, 지나치게 조신한 척 하는 사람이 부뚜막 올라가더라는...^^ 추천하면 속마음 보일까봐 안하나 봐~~ 추천이 하나도 없당!ㅎㅎㅎ
설연휴에 결강이라 오늘 보강하러 학교 갑니다. 이제==333

프레이야 2008-02-0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혹이 왜 불혹이게요? 비로소 흔들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구요.
옛사람들도 그랬으니 스스로 다잡기 위해 그런 이름을 지어붙인 거라고 박박 우겨봅니당~
오늘도 마구 흔들리며 사는 저이다보니..ㅎㅎ
우울한 샹송, 생각나요.

순오기 2008-02-05 01:32   좋아요 0 | URL
불혹이 왜 불혹인지는 지나본 사람만이 알거예요.
정말 옛사람들이 다잡기 위해 지어붙인 거라고 박박 우겨봅니당~ 2 ^^
오늘도 테트리스에 마구 흔들리느라, 파마하고 영화'명장'보고 들어왔어요.
오늘은 '우울한 샹송'이나 올릴까? ^^

2008-02-04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05 01:32   좋아요 0 | URL
^^불혹이 가깝군요. 라일락 향기 흩날리는 봄날엔 지금도 흔들리고 싶어요.ㅎㅎ
조신한 아낙네라~~~~ '남편에게 허용 못하고 우리 애들한테 말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가 제 행동 기준입니다! 이 정도면 조신한 것 맞죠? ㅎㅎㅎ

2008-02-11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4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05 01:33   좋아요 0 | URL
에구~ 바쁜가보다 했어요. 그럼 기다리는 즐거움을 맛보기로 하죠! ^^

웽스북스 2008-02-05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불혹하려고 40살만 기다리고 있는 츠자의 가슴에
돌맹이를 던지고 가시다니 ㅜㅜ

순오기 2008-02-05 01:34   좋아요 0 | URL
나도 그 나이때는 그런 줄 알았다는... ^^
돌맹이의 파문도 만만치 않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