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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 10대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6
김리리 외 지음, 김경연 엮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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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따끈따끈한 신간도서인 이 책의 표지처럼, 성에 대한 청소년의 조심스런 호기심은 핑크빛이 딱 어울린다. 두근두근 울렁울렁 연분홍빛 사랑을 꿈꾸던 시절을 거쳐, 이제는 내 아이들의 사춘기를 겪어내는 엄마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을 엿보려는 마음으로 '호기심'을 펴들었는데, 어라~~ 내가 보이는 거다. ^^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사랑과 성에 대한 호기심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딸들의 마음이야 내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짐작하지만, 남자의 마음이라 여겨질 아들의 마음은 잘 읽혀지지 않아, 자꾸만 머슴아들의 사춘기와 성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청소년 문학을 기웃거리고 청소년도서를 친구삼게 된다.

나는 단편소설을 차례대로 읽으면, 제목 따로 내용 따로 뒤죽박죽 기억하는 한계 때문에 내 맘대로 골라 읽는다. 특별히 편애하는 작가부터 전작들과 비교하며 의미부여를 해야 비로소 나의 장기기억 창고에 살뜰하게 갈무리된다. 이 책에는 일곱 개의 작품이 실렸지만 수록 순서에 상관없이 호기심이 땡기는 순서대로 보았다.

지난 겨울, 우리 막내한테 사인해주며 사진 찍기도 수줍어하셨던 이용포 작가의 '키스 미 달링' 집중력을 높여주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는 그 물건이 야한 생각을 하는 부작용이 있다면 판매금지를 시켜야 한다는 시작부터 유쾌했다. 키스데이(6월 14일)가 되어도 17년을 살면서 키스 경험 한 번 없는 나는 반 친구 현서에게 짝사랑을 키운다. '키스미 달링 키스 미 키스미 투나잇' 노래를 들으며 용기낸 녀석을 따라가며 킥킥 웃었다. 숨어 있을 땐 불끈불끈 잘도 화를 내던 녀석이었지만 진영이의 물건 앞에서는 깨갱, 꼼짝을 못했다.(135쪽)는 등 적절한 성 묘사에 내 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얼굴 빨개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키스를 해 봤다고 큰소리 치던 녀석, 졸지에 현서에게 기습 키스를 당하면서 아, 구취제거 스프레이를 뿌려야 하는데......사내녀석의 속내를 밝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좋았다.

작년 1월과 11월 두번이나 만났던 이금이 작가의 '쌩레미에서, 희수'는 수록 작품 중 유일하게 제도권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다. 자신의 인생 설계에 따라  얼마 전, 고등학교 2학년에 자퇴하고 혼자 공부하는 작가의 아들이 모델이 되었을 듯 싶다. 그저 부모의 품안에서 조종당하는 청소년이 아나라, 자기 인생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살아내는 희수를 통해 희망을 품고 싶었을 작가 마음이 느껴졌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계획했던 파리, 아를, 쌩 레미에 가겠다고 주유소 알바로 돈을 모은 희수. 드디어 고흐가 마지막 생을 보냈던 쌩레미에서 희수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내 인생에서 조연이 아닌 빛나는 주연으로 살아갈 희수의 미래를 그리며 뿌듯했다.

임태희 작가의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 을 읽으며, 우리 아들 또래 사내녀석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아하~ 여자들과는 다른 사내녀석들의 성에 대한 생각, 스킨십을 갈망하고 뻥치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쪼다로 불리는 태우가 쪽팔림을 면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가 민희에겐 얼마나 치명적인지 깨닫고, 다시 쪼다로 불릴지라도 해명하며 호기심에 책임을 진 태우가 멋져 보였다. 음, 그래서 민회는 마음을 열고 태우에게 진짜 키스를 해 줬을거라 그려지는 결말... 너무 바람직한 청소년상인가?

박정애 작가의 '첫날 밤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수작으로 꼽을 만하다. 소재의 차별성과 청소년 화자가 풀어내는 전개방식의 참신함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도 요렇게 당차고 똑똑한 딸이 있었기에, 이 땅의 딸들이 야무지게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마구 밀려오는 작품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예나 지금이나 '첫날 밤 이야기'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귀 기울이는 소재를 현재에 살려낸 멋진 옛날이야기다. 가끔가끔 칡덩굴 같은 것에 조이고 입속에 새콤달콤한 침이 고이기에, 외할머니의 외할머니 유전자가 오늘의 내게 대물림되는 것이다. ^^

신여랑 작가의 '서랍 속의 아이'는 비교적 무거운 소재다. 성에 대한 관심과 무지에 대책없이 팽개쳐졌던 열두 살, 혹은 열다섯 살 자신을 서랍속에 꽁꽁 처박아두고 닫아버린 아이. 어쩌면 자신은 더러운 아이라는 죄책감에 짓눌려버린 기억으로 현실 적응을 못하는 성인을 위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그 또래 여자애들이 성에 대해 관심으로 스스로 저질러버린 경험이 올무가 되지 않도록 이해와 배려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상담선생님이 가슴 뭉클했다. 청소년들은 그들의 서랍 속에 어떤 이야기를 숨겨두고 있을지 마음이 심란해진다.

김리리 작가의 '남친 만들기' 이혜경 작가의 '공주, 담장을 넘다'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이성친구 사귀기로 우정과 오해 등을 풀어내지만, 다른 작품보다 비교적 가볍게 읽힌다. 10대들에겐 가장 큰 관심과 고민거리라 빠져서는 안 될 구성이었다고 생각된다.

내게도 콩닥거리던 심장소리가 들릴 것 같던 경험이 있었기에, 내 아이들도 소중한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는 아름다운 10대를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추억의 보물창고에서 하나씩 건져올리며 배시시 웃을 수 있는 빛나는 10대를 경험하기 바라며 '호기심'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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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1-1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쟁쟁한 작가들이 모여 만든 청소년소설이라 관심이 갑니다.
거기다가 사랑이야기라니...^^

순오기 2008-01-12 09: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게다가 우리가 잘 아는 작가들의 신작을 보는 즐거움이 추가됩니다!
뽀송이님, 아들도 이런 생각 하지 않을까 가늠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