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중 아이들과 읽어 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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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주머니 속의 고래? 주머니 속엔 유진이 있고, 고래는 그냥 바다에 있구만!" 책 표지를 보면서 우리 아들이 한 말이다. 우리 애들, 엄마가 서평 쓰려고 자기들 생각 묻는 걸 별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라, 초등6학년 막내와 중2 아들의 감상을 들어보려 작업(?)에 들어갔다. ㅎㅎ
"이금이 선생님이 중학생들의 감상이 궁금하시다는 데, 아들아 소감 좀 얘기해 봐~ "
"전엔, 이런 책 읽으면 뭉클하기도 했는데, 요샌 뭉클하는 게 없어."
"연호나 준희 때문에 울컥하지 않았어? 엄마는 눈물났는데... "
"뭐~ 조금. 그렇다고 눈물 날 정도는 아니고."
"연호는 불쌍하지만, 준희가 왜? 그렇게 잘 해주는 양부모와 좋은 집에서 잘 살고 있는데..." 막내가 옆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야, 집 있고 잘 해주는 부모 있다고 행복하냐? 마음이 행복해야지~"
오빠가 젊잖게 한마디로 응수했다.
"왜~ 네 감성이 마른거야, 공감이 안되는 거야?"
"응, 감성이 마른 건 아니고, 그냥 책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또 내가 연예인을 동경하거나 꿈꾸지도 않으니까 별로 관심 없지!"
"그냥 책일 뿐이다 생각하니 주인공과 동일시가 안되는구나!"
"나오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은?"
"음, 이 책은 범생이는 없는 거 같고~ 그래도 연호가 범생인가?"
"연호가 왜 범생이야? 학교도 안 가고 지 맘대로 다 하는데."
동생의 반격이다.
"너도 연호처럼 투명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했잖아?
모델인가 하는 네 친구 재식이 긴 머리 때문에, 너까지 주목받고 싶지 않다고... "
"중학교 입학 초기에만 그랬지, 이젠 괜찮아. 연호처럼 투명인간으로 살면 재미없지!"
"고래의 의미와 너의 고래는?
"내 고래라~~ 이걸 꼭 해야겠다! 이런 건 아직 없어... 여기 나오는 애들도 자기 꿈을 어떻게든 펼치겠지만, 난 그냥 쉽고 편하게 살래. 집 나가 고생하는 건 싫어!"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 아들의 답변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꿈을 가꾸고 있겠지만, 시시콜콜 말하기가 귀찮은가 보다.
"아~ 현중이가 '접으면 그게 꿈이냐? 종이지'라는 말은 정말 멋져!
자신이 걸어 갈 길을 지금부터 생각한다는 준희의 말에도 동감이야!"
라고 덧붙이는 걸 보니, 나름대로 주제에 접근했다고 생각된다.
아들 녀석은 지극히 말이 없는 편인데, 친구들과 오락실이나 놀이터에서 놀다 오고, 또래집단끼리 문제아적인 행동으로 반성문도 쓰는 등,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딸을 키울때와는 다르게 서서히 느껴지는 중이다.
꿈에 도전하고 좌절하며 한 걸음씩 다가서면서,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그들이 잡은 고래일 것이다. 민기와 현중이, 연호와 준희의 고래가, 표지의 그림처럼 주머니 속에 있지 않고 대양에서 꿈틀거리듯 우리 아이들의 꿈도 그렇게 펼쳐지리라 기대한다.
*꿈은 그 꿈을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고, 현재진행형이라고 일깨워 주신 이금이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