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주제가 예쁜 우리말로 올라오는 게 나의 로망이라고 썼건만, 서재지기님은 '드라마' '로망'에 이어 꿋꿋하게 '징크스' '멘토'까지 끌고 가신다. ^^ 하긴 이런 말을 우리말로 뭐라 해야할 지 나도 난감하다. 그래도 필이 확~~~~ 당긴다면 써야지 어쩌겠나!
이상하게 태그 주제에 따른 내 페이퍼는 '인생' 시리즈가 되는 것 같다. 하긴 살아온 세월이 앞으로 살아갈 세월보다 많기 때문에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벽에 거시기 칠할 때까지 산다면 남은 세월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에구~ 그러면서까지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 인생을 돌아볼 만큼의 나이테라서 오늘도 꿋꿋하게 내 인생의 멘토를 더듬어 본다.
내게 있어 최고의 멘토는 역시 '책'이다. 내 삶의 철학적 바탕을 만든 것도 책이었고, 희망을 갖고 꿈꿀 수 있게 이끌어 준 것도 책이다. 천방지축, 단점 투성이인 나 자신을 사랑하게 자존감을 회복시켜 준 것도 책이었으니, 내 인생 최고의 멘토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거쳐 진정한 자아에 눈떠가던 여고시절, 루 살로메의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란 책을 만났다. 알라딘에서 검색하면 2005년판의 문예출판사 책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누렇게 퇴색한 1978년판 정가 1,200원인 책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당시 고3이던 내게 '루 살로메' 그녀는 충격이었다. 이 책은 당대 내노라 하는 남성들 - 니이체, 릴케, 바그너, 프로이드 등 19세기 유럽 지성들의 연인으로 뭇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증오를 받으며 신비 속에서 살다 간 루 살로메의 자전적 소설인데, 그녀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도움을 주었다는 것에 굉장히 자극받았다. 난, 그녀처럼 미모가 빼어나지도 지적이지도 않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결심했다. 지금도 이런 삶의 자세는 변함이 없다. 비록 내가 누군가에게 주는 영향과 도움이 미미할지라도...... 내 인생 최초의 멘토로 '루 살로메'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내 삶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준, 책에서 만난 그녀 '루 살로메'는 진정한 나의 멘토였다.
결혼하여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난 여전히 꿈꾸며 산다. 꿈이 없다면 내 삶도 없기에 현실적인 가불가를 가늠하지 않고,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리라 믿으며 오늘도 꿈꾼다. 아이가 커가는대로 엄마도 성장해야 된다고 믿는 나는, 육아로 바친 세월 10년 후 막내가 두 살되던 해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늘 책을 펴놓고 있는 엄마를 보기에 "엄마 뭐하는 사람이야?" 라고 물으면, 두 살짜리 막내는 주저없이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해서 흡족한 맘으로 나를 추스렸다. 그때 만난 사람이 '경청'의 저자 조신영씨였다. 내가 경청의 리뷰에도 썼듯이 그는 자신의 인생그래프를 보여주며 나의 인생그래프를 그리게 했고, 그때 구체적으로 그린 인생그래프대로 따라 살고 있으니, 내 인생의 두번째 멘토는 조신영씨라 할 수 있다.
지금, 나는 이웃 아줌마들의 멘토로 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너무 높은 나무는 오르기 어렵기에 평범한 아줌마인 나를 멘토로 삼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가장 오르기 쉽고 만만한 내가 그녀들의 멘토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기쁨이다. 루 살로메를 읽고 꿈꾸었던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내 인생 목표에, 한 걸음 다가 선 지금의 내 모습에 자족한다. 내 인생에 멘토가 되어 준 루 살로메와 조신영, 그리고 이웃들의 멘토가 된 지금의 나는 결국 책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따라서 내 인생의 진정한 멘토는 역시 당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