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논은 목요일까지만 학교에 가고 금요일은 쉰다. 아마도 기독교의 주일에 해당하는 날이 이슬람에선 금요일인 것 같다. 그래서 금요일 아침은 늦게 일어난다. 내 아들이나 남의 아들이나 학교 안가는 날 늦잠자는 건 마찬가지다. 나도 학교 안 가는 날의 늦잠자는 맛을 알기에 일어날때까지 놔 둔다. 우리 애들은 그러면 '해가 000까지 뜨도록' 잔다. 그래도 버논은 9시 되기전에 일어나니 양호하다.
오늘, 복지관에서 하는 '주부대학 초급생활영어회화'의 첫수업이었다. 버논한테 "I am go to english conversation study today begining." 이렇게 말하고 달려갔다. 이 말이 어법에 맞는지 안 맞는지 난 모른다. 그냥 버논이 알아먹었으면 되는 거다.~~~ㅎㅎ 내가 콩글리쉬로 지껄여도 그는 다 알아먹는데, 문제는 그가 하는 말을 내가 못 알아먹는다는 거니까......
하여간 35명 정원이었는데, 47명이 등록했다~~ 오~~놀라워라, 대단한 아줌마들의 이 열정을 누가 말리랴! 호주에서 3년간 있었다는 상큼한 아가씨가 우리의 선생님인데, 왜 영어를 배우러 왔는가 물었다. 아마도 70 가까이 됐음직한 우리들의 왕언니 왈, "1년에 다섯달은 미국가서 겨울나고 오는데, 손주들과 영어로 얘기할래도 주둥이가 안 떨어져서 좀 배우려고 왔어요." 이러시는 거다. 헉~~~주둥이란 말에 다들 웃었지만 충분히 공감하는 분위기,
또 딸 아이가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는데, 엄마가 읽어주면 "엄마, 우리 선생님은 그렇게 안 했어. 엄마 소리는 이상해." 라는 말에 부끄러워, 이참에 제대로 발음 좀 배우자는 생각으로 왔단다. 또 다른 엄마들도 아이의 학습을 위해 기꺼이 왔노라고 몰표를 던졌다.ㅎㅎ 대한민국 엄마들의 자랑스런 교육열에 힘입어 자신을 한 단계 UP시키는 건 좋은 현상이다.
"저는 원어민 강사 홈스테이 하는데, 제가 할 말은 한영사전을 찾든, 콩글리쉬든 뜻이 통하는데, 그 친구가 하는 본토 발음이 '소 귀에 경읽기'라서 도움을 받을까 하고요..." "와아~좋겠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탄성모드로 잠시 술렁였다. '부럽긴 뭬가 부럽다는 거야. 애들 영어실력 쑥쑥 올라가는 줄 알고?' ㅎㅎㅎ 속으로 쓴웃음을 짓는 나......
하여간에 오늘 두시간 재미있게 공부하며, 궁금했던 걸 질문도 하고 내겐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니, 버논이 뭐라 뭐라 묻는다. 그런데 딱 하나 귀에 걸리는 단어가 'Class'였다. ㅎㅎ~오늘 수업이 어땠는지 묻는거구나 눈치로 때려잡고, "I`m so good, i`m so happy" 이 말이 대답에 맞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내 기분은 그랬다.
버논은 어제 먹고 남은 핏자 두 조각 뎁히고, 나는 육개장과 열무김치에 밥을 차려 한 식탁 딴 상차림으로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여행 간다는 말을 한참 하는데, 그 중에 내가 알아 들은 말은 "~~come back home, sunday"
"친구 누구? 팀, 레아~?" 하고 물으니, "another Friend"
"일요일 언제 올건데?" "I don`t know, sunday afternoon"
나는 콩글리쉬로 묻고, 그가 하는 본토 발음중에 내 귀에 걸리는 녀석만 알아먹는 나......
어떤 친구인지 잘 모르지만, 2박 3일 가방 싸서 여행을 갔다. 참, 남의 식구라는 게 이런 건가~~며칠간 밥을 안 해줘도 된다 싶으니, 오늘도 반찬하기 싫어서 오랜만에 해물을 듬뿍 넣은 쟁반짜장 시켰다. 우리 네식구, 쟁반짜장 10,000원어치 시켜 면은 먹고 남은 소스에 흰쌀밥 쓱쓱 비벼 먹었다~~~아,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냐고? ㅎㅎㅎ우리 네 식구 간만에 쟁반짜장으로 포식했다.
'버논도 어디서든 저녁밥은 먹었겠지?'
***아 참, 오늘 영어공부를 하다보니 아주 아주 쉬운 단어도 자신있게 쓸 수 있는 spell~~몇 개 안되더라는 비애를 절절히 느끼고 왔다. 여기 쓴 것도 옆에 아들한테 묻거나 사전 펴서 확인했다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