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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토마스 프랭크 지음, 김병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5월
평점 :
2024년 현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해리스가 팽팽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2017년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소위 힐빌리 출신이라 불리는 백인 저소득층들이 대거 트럼프를 지지하여 이것이 화제를 불러온 바 있다. 즉 이 책 제목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인 트럼프를 지지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197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은 민주당을 지지했고, 이것은 마르크스 이론과도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1980년대 신자유주의 이후 소득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 사람들이 자신들을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로 심리적 이동을 하면서 진보를 악으로 규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저소득층들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결합한 후 진보주의자들을 오만하고 잘난 체한다고 생각하여 싫어하게 되었다.
보수 반동이라는 성전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결코 채워질 수 없는 문화적 불만을 해결하기 위하여 개개인의 물질적 이익을 잠시 뒤로 미룬다. 특히 반지성주의는 보수 반동 세력을 거대하게 하나로 묶는 주제가 된다. 지배계급으로서의 지식인에 대한 분노는 우파들이 오랫동안 지녀온 전통이기도 하다. 진보를 '자유주의 엘리트'로 개념짓고 이들이 나약하고 오만하며 속물이기 때문에 저소득층들은 보수 우파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믿는다.
보수 반동들은 경제적 계급투쟁이 아니라 문화적 계급투쟁을 조장하며 학문적 엄격성이나 객관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보다는 일상 생활 속에서의 좌절과 분노에 훨씬 더 주목한다. 특히 민주당이 친기업적으로 변하면서 저소득층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 이러한 사태의 큰 원인이 되었다.
미국도 그렇지만 우리 한국도 '혐오'와 '배제'의 정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럴수록 계층간 소득불평등이 심호되고 사회는 양극화되어가는 현실에서 이러한 투표 성향의 분석은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꼭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이 책은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돕는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