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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진 베일 ㅣ 노벨라33 세계 중편소설 전집 8
조지 엘리엇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빈치 노벨라 / 2023년 11월
평점 :
어쩌다보니 조지 엘리엇의 작품은 이 '벗겨진 베일'이 처음이다.
사실 처음 조지 엘리어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당연히 남성 작가인 줄 알았더랬다. 일단 여성 이름에 '조지'를 잘 쓰지 않으니까. 나중에서야 작가의 정체가 여성임을 알게 되었고, 그 당시 사회적 상황이 여성 작가에게 얼마나 불리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원래는 '미들 마치'를 먼저 읽지 않을까 했는데 노벨라33전집에 이 '벗겨진 베일'이 수록되어 있어, 이 작품으로 조지 엘리엇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일단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예민한 신경을 가진 병약한 남성이다. 그에게는 타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있는데, 하필 형의 약혼녀인 '버사'에게는 그 능력이 통하지 않아, 그에게 '버사'는 앎이라는 음울한 사막에 존재하는 신비한 오아시스가 되었고, 결국 짝사랑을 하게 된다. 버사는 주인공에게 전혀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단순히 그를 농락하는 대상으로 삼았지만, 집안의 부를 상속할 예정이었던 형이 결혼식 일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사망함에 따라 버사는 주인공과 결혼한다. 하지만 버사는 주인공을 사랑하지 않았고, 주인공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일단 이 소설의 장점은 뛰어난 심리묘사다. 타인의 생각을 알게 됨에 따라 세상을 혐오하는 주인공에게,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절박한 존재인지 잘 그려내었고, 결국 '버사'에게 드리워진 베일이 벗겨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다만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왜 '버사'에게만 주인공의 능력이 통하지 않은 것인가이다. 내가 보기에 '버사'는 인격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타인과 전혀 다를바 없는, 오히려 더 악하다고도 볼 수 있는 존재인데, 왜 그녀에게만 주인공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작가는 타당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에도 별로 납득되지는 않는데, 이 부분만은 이 소설의 옥의 티가 아닐까 싶다.
일단 내가 만나본 조지 엘리엇은 대단히 섬세하면서도 꼼꼼한 글의 전개를 펼친다. 아마도 조만간에 '미들 마치'도 만날 수 있을 듯 한데, 그 만남이 참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