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나에게 한국의 근대는 그야말로 짜증나고 화딱지나는 과거였다. 정조 사후, 순조 즉위 후 김씨대비로 인해 시작된 세도정치와 결국은 실패한 자주적 개혁, 그리고 일본의 식민통치는 우리 민족의 비극이자 결국에는 큰 상흔을 남기게 된 슬픈 역사로, 이 시대의 역사를 공부할 때는 마치 자학하는 기분이었더랬다. 그리고 우리는 조센징 운운하는 자학을 스스로에게 꽤 오랫동안 퍼부어댔더랬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상황에서, 어찌되었든 소위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된 현재 시점에서는, 나는 그나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우리 근대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 당시 역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관련 책들을 보게 되었고, 그래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김종록 저자가 쓴 이 '근대를 산책하다'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남아있는 근대유산지를 답사한 탐사지이다. 멀리는 광화도의 양화진부터 인천의 개항장과 (구)서울역 등 우리 근대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기면서 근대사를 함께한 여러 유적지와 건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일종의 근대 생활사의 현장이라고나 할꺄?
일단 내가 마음에 든 것은 저자가 가장 처음 이야기한 곳이 바로 정동의 배재학당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교육과 문화와 관련된 곳을 첫 카테고리로 삼음으로서 우리 민족이 근대화에 있어 어떤 것을 중요시했는가를 말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발전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교육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교육에 대한 현장을 돌아본 저자는 종교 현장을 안내한 후 정치, 외교, 금융 및 행정시설을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근대 생활사의 현장을 두루 살펴보는 셈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경복궁 앞에 있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치워버린 것이다. 그 당시 보존가치 운운하던 여러 사람들의 말을 다 무시하고 철거를 강행한 김영삼 대통령이 지금 시점에서는 정말 고맙다. 만약 아직도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남아있었다면 얼마나 흉물이었을 것인가? 물론 빠른 경제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지키지 못한 여러 근대유물들이 있긴 하겠지만, 나로서는 조선총독부 건물은 지킬 필요가 없는 건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저자의 책을 보면 아직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건물들이 왠만큼은 남아있는 듯 싶고, 우리의 근대사 또한 아픔은 있을지라도 우리가 살아온 역사였다는 측면에서 이제는 보다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역사의 한 꼭지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