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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평점 :
인생에서 불운은 그야말로 이유없이, 랜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며, 고대인들에게 모든 불행의 원인은 신이었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 중 유대인들이 겪은 불행은, 결코 신에게 그 원인을 돌릴 수 없는, 그야말로 비합리적이고도 압도적인 불행이었고, 다행히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일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였고, 그 중 많은 수는 결국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중 한 명이 이 책의 저자, 프리모 레비다.
수용소 출신의 많은 생존자들이 그러했듯이, 프리모 레비도 전후 1947년에 자신이 겪은 수용소의 체험기인 '이것이 인간인가'를 출간하였다. 출간 직후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1958년 영어판 출간과 함께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 후 프리모 레비는 여러 소설과 수필을 출간하였고, 1986년에 이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펴낸 후 1987년에 스스로 그 생을 마감하였다.
나는 이 책에서 프리모 레비가 온 생애를 다하여 왜 그 말도 안되는 비극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옛 사람들처럼 신에게서라도 그 이유를 찾지, 그는 인간에게서 그 원인을 찾고, 나치가 왜 그런 참극을 벌이게 되었는지를 날카롭고도 깊이있게 파헤친다. 그는 정말 최선을 다해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였고 이 책은 그런 그의 노력의 결과다.
나는 이 책은 이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는다. 현재 세계에 불어닥치는 극우의 열풍 아래에서 우리가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이 책만큼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우슈비츠는 나와 당신을 포함한 보통 사람들에 의해 운영된 기관임을 기억하고, 우리는 반드시 그 어떤 경우에도 전쟁과 폭력이 필요치 않음을 명심해야 함을 이 책은 명징하게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