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들은 ‘타자‘라는 관념에서 절대적인 의미를 없해고 그 상대성을 명백히 나타낸다. 따라서 좋든 나쁘든 개인이나 단체나 그들 관계의 상호성(相互性)을 인정하게 된다. 그런데 왜 남녀 사이에는 이런 상호성이 인정되지 않는가. 어째서 그 중 한쪽만이 자신을 유일한 본질로서 긍정하고, 그 상호관계의 상대에 대해서는 일체의 상대성을 부정하며, 상대를 순수한타성으로 정해 버리는 것인가? 왜 여자들은 남성의 지배에 항의하지 않는가?
어떤 주체도 자발적으로 단번에 비본질적인 개체로 변화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자기를 "타자‘로 정하는 ‘타자‘가 ‘주체‘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자기를 ‘주체‘로서 정립하는 ‘주체‘에 의하여 ‘타자‘가 ‘타자‘로서 정의되는 것이다. 그런데 타작ᆢ 주체로 변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타자가 상대의 그러한 관점에 복종하고 있음을 뜻한다. 여자의 이런 복종은 어디에서 왔는가? - P20

사실 자기를 주체로서 확립하려는 개인의 윤리적 충동과 더불어, 자유를 포기하고 자기를 사물화하려는 유혹 또한 모든 개인에게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행한길이다. 왜냐하면 수동적이고 소외되고 자기를 상실한 사람은 초월에서 이탈하고 모든 가치를 상실하여, 다른 사람의 의지의 제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편안한 길이기도 하다. 그 길에서는 저마다 마땅히 감수해야할 실존의 고뇌와 긴장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타자‘로만들어 버리는 남자는 여자 속에서 뿌리 깊은 공범 기질을 발견한다. 이와 같이 여자는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게 평등한 남녀 관계를 인정하지도 않으며 자기가 남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느끼기때문에, 또는 ‘타자‘라는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에, 자기가 주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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