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책 표지와 제목만 접했을 때는 기쎄고 똑똑한 사기꾼 여자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소설 속 캐릭터에 빙의되어 초조해하고 슬퍼하고 통쾌해하는 나를 발견하였다. 더군다나 올 해 8월, 29살이란 나이에 학자금 대출을 완납했던 내게는 더없이 감정이입될 수밖에 없는 아주 유쾌한 책이었다. 미디어산업을 간단하게 쥐락펴락하는 재벌기업 '타이탄' 속 고위직 남성들의 비서들(어째 비서는 죄다 여자인거야)이 벌이는 심장뛰는 사회변혁운동이라고 해야할까. '의도하지 않은 일', '예상치못한', '될대로 되라' 식의 부제가 어울리지만 그 끝은 결코 실망을 주지 않을 스펙타클한 5명의 비서들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 뒤 표지에 5인의 도둑비서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등장한다. 언론대기업의 회장 로버트의 비서인 '티나 폰타나'와 그 외 4명의 비서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물살에 이끌려 비서들의 대장이 된다. 그리고 옛날의 티나 폰타나는 엄두도 못냈을 일들을 척척 해내며 멋진 대장이 되어간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모순을 일련의 사건들로 유쾌하고 통쾌하게 그려내서 일반 서민의 삶을 사는 내게 일종의 환희를 맛보게 해주면서도 한편으로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 들어간 대학에서 빚을 떠안고 졸업한 이후, 열심히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취업한 젊은이들이 오랫동안 빚에 허덕이고 열정을 강요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대한 허탈감 내지는 배신감이 들끓었다. 그래서인지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나는 지금껏 고분고분 하라는 대로만 하고 살았을 뿐인데?" 였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취업을 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거대한 빚과 고된 노동뿐인 현실의 모습.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고분고분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모든 악순환을 때려치고 싶지만, 대학에 나오지 않으면 고꾸라질 것 같은 사회적 신분과 지위 그리고 그것이 불러오는 불안감은 모두가 빚을 져서라도 대학에 가게 만들고 있다. 대학은 또 어떤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지경이니 이 땅의 대학이 지성의 공간으로서 얼마나 기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도둑비서들>은 이런 모순된 사회에서 일말의 희망을 보여주고 일탈을 맞보게 해준다.    

  결말을 여러  번 읽었다. 티나 폰타나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소설 속 어떤 장면보다도 통쾌하다. 여러 번 결말의 장면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그리고 소설 속 그녀에게 존경과 응원의 말들을 마음 속에서 웅얼거려본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티나 폰타나'가 잠재되어 있을까. 여전히 사회모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하는지 잠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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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1-28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자금대출완납축하드려요ㅠㅋ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