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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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 생활에서 중국제 제품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생활 속속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아주 커졌다.

사소한 물건 하나일지라도 중국 제인만큼, 이제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선입견, 즉 짝퉁 대국이란 명성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점차 거대해지고 있는 중국 제품의 품질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든다.

 

미국의 이름만 들어도 내놓아라 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국인들이 세운 샤오미는 그중에서도 그 침투력과 세의 확장력이 아주 크게 다가온다.

 

방송 선전이나 기타 다른 곳에 다녀봐도 샤오미란 이름은 쉽게 접할 수가 있는 만큼 이 회사에 대한 발전이나 그 위력에 대한 책을 소개하는 책을 접한 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에도 직결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거의 우리나라가  발로 뛰고 온몸을 불사르면서 현장을 누비고 다녔던 느낌이 나는 책이요, 현재의 발전된 이기 문명을 제대로 이용한 예상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유명세를  내고 있단 회사란 느낌이 우선 들어오는 책이다.

 

 애플의 아이폰 보조배터리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는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창업 4년 차의 벤처기업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는 이 회사의 창업주가 쓴 이 책의 경영 모토 방식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샤오미는 현재의 기업들이 중시하는 마케팅에서 심혈을 기울였고, 그 안에서는 마치 군대처럼 소총부대와 폭풍식 마케팅 같은 것을 이용해 조직 안에서 긴밀함을 유지했고, 이것은 아마도 서구식의 방식보다는 아직까지는 중국 내에서 더 쉽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 조직을 이용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의 빠른 정보력을 바탕으로 빠른 업데이트 능력, 입소문에 의한 왕으로 등극한 절차까지 회장이 지금까지 주도한 회사를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한시적으로 머물기를 권장하기보단 더 나은 것에 대한 소비자의 마음과 그 적절한 시기를 제대로 타진하는 결단력이 앞설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표지의 돼지가 마치 날개를 달고서 날고 있는 듯한 그림은 '참여감'이란 모토가 돼지도 날게 한다는 뜻이란다.

 

회사가 아무리 제대로 잘 만든 제품이 있다 하더라도 고객들이 그것을 외면한다면 무용지물이다.

바로 그 점에 입각한 샤오미의 전략이 바로 사용자 참여요, 이것이 바로 샤오미의 참여 3.3법칙에 해당이 된다.

 

*****  참여감을 구축한다는 것은 제품, 서비스, 브랜드, 소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방하여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사용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소유할 뿐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것-p 35

 

 

입소문의 중요성과 아울러 마케팅에서 저돌적인 공격성, 그리고 사용자 참여가 함께 어우러진 샤오미에 대한 인식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울러 현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다방면의 활로 문제점에 대해서도 많은 참고가 될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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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파괴자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5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김희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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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독일을 대표하는 추리 스릴러의 대표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가의 신작을 읽었다.

전작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 데에 일가견이 있듯이 이번 작품의 몰입도도 역시 좋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역시 제바스티안 피체크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바네사라고 하는 한 여인이 구출이 되는데, 이상하게도 경찰이 묻는 말에 자신은 대답을 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상대방은 전혀 듣지를 못한다.

왜? 어째서?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지, 내 이름은 바네사이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지만 구출이 되었단 안도감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상태는 뇌는 살아있지만 신체적인 모든 기관은 정지 상태인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른바 영혼 파괴자라고 일컬어지는 범인에게 당한 것-

 

 한편 독일의 한적한 숲이 있는 토이펠스베르크 클리닉에는 눈이 쌓이던 날,  한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내고 생명을 구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을 알게 된 병원 측은 그의 이름을 카스파라고 부른다.

 

카스파-

언뜻언뜻 스치는 듯 나타나는 딸이라고 느껴지는 한 소녀의 부름에 대한 괴로움, 자신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을 돌봐주던 소피아란 여의사가 다른 곳을 가게 됐다는 말을 듣게 되고 원장인 라스펠트'박사와 소피아가 의견 충돌을 일으킨 것을 보게 된다.

 

바깥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날에 한 대의 구급차가 환자 스스로 자신의 목을 찌름으로서 급히 병원으로 돌리다 전복이 되고 병원은 브루크 박사라는 환자와 구급대원을 병원으로 이송시킨다.

 

시간이 무척 흐른 뒤에 한 교수는  다름 아닌 영혼 파괴자와 그 피해자들 간의 심리를 학생들로 하여금 이 사건에 대해 쓴 책을 기반으로  읽게 하고 결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두 남녀 대학생이 동참하게 되고 이들이 읽는 이야기는 바로 카스파 및 영혼 파괴자로부터 생명을 잃은 세 여인의 초점이 맞추어진다.

 

책은 사건이 벌어졌던 과거의 시간대와 현재의 교수와 학생들이 이 사건에 대한 경위를 읽는 시간대를 보이면서 진행이 된다.

 

영혼 파괴자는 20~40대 사이의 젊은 여성을 주로 피해자로 점찍으며 신체적인 이상은 없지만 뇌는 살아있는, 마치 식물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가수면 상태를 유지한 채 죽게 된다.

 

카스파가 있던 병원에서 브루크 박사는 소피아 의사를 공격하고 죽이려 했지만 병원 환자에게 발각됨으로써 창문을 통해 도망가게 되고 병원장마저 죽음이 이르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에 제대로 터진 눈발과 차단 방어벽이 내려옴으로써 병원 안에 갇힌 사람들의 영혼 파괴자를 대상으로 사투를 벌이는 숨 막히는 상태가 그야말로 숨죽임 그 자체다.

 

소피아의 손에 있던 쪽지는 무엇을 의마하는 지, 왜 영혼 파괴자는 소피아를 노렸는지, 모두가 즐기는 크리스마스 때, 외딴곳에 자리한 정신병원에서 갇혀 있는 사람들조차도 서로가 서로를 못 믿고 의심을 하는 두려움과 초조함이 카스파란 인물이 자신의 정체와 왜 그곳에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들이 심리학 적인 면에서 접근한 작가의 내밀한 심리묘사가 어우러져 긴장감의 속도를 높인다.

 

궁금해서 뒷부분을 먼저 볼까 하는 유혹을 물리치기가 어려웠던 책이었지만 최면술이란 것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호기심을 넘어선 정신적인 분야에서 어떻게 인간의 정신을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 또 반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특성, 그리고 교수와 학생들 간의 나눈 대화를 통해서 앞선 부분의 글들을 보다 심증 있게 읽어야 해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묘한 설정들이 가독성을 높인다.

 

카스파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느끼는 슬픔과 교수가 느끼는 감정, 소피아는 과연 어디에 있는지, 영혼 파괴자가 카스파에게 전해준 마지막 쪽지의 해답은 무엇인지를 독자들 나름대로 알아가는 묘미도 있는 책이다.

 

내부에서 조합된 비밀번호로 열지 않는 한 차단 벽을 해제할 수 없는 밀실이 된 병원의 오싹함과 공포, 밖에서 구해주길 바라는 남겨진 사람들의 사투가 크리스마스가 주는 느낌의 풍경과는 정반대인  제대로 된 공포의 크리스마스를 느껴보고 싶은 독자라면 좋아할 만한 추리 스릴 소설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나 작가와 전혀 상관없는 몽실서평단에서 지원받아 읽고 내맘대로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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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반지
즈덴카 판틀로바 지음,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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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사람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상처 속에 한 힘없는 인간이 어떻게 그 참혹한 일상을 겪어왔는지,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자전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그 어떤 효과보다도 인간 본연의 존엄성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시키고도 남는다는 것을 여러 책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가까운 할머니나 어머니 세대들 중 6.25 사변을 겪으신 분들의 이야기나 일제 시대 때 살던 이야기를 들어보더라도 악랄하다 못해 저절로 치를 떨게 되는 그 상황에 대한 기억들은 인간이 망각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코 영원히 그 뇌리 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히틀러의 광기적이고 엽기적인 한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유대인이란 이유만으로도 그런 참혹함을 당해야 했는지에 대해 역사는 기리어 새겨야 할 것이며 지금도 여러 나라에선 끝까지 전쟁 당시 범죄자 처벌을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영화나 책, 그리고 실제 생존해 있는 사람들의 증언으로 이루어진 이런 바탕은 박물관에 보전됨으로써 후세들이나 관광객들에게 충격을 다가오게 한 산 역사라고 생각한다.

 

1922년 생이니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도 장수에 속하는 93세의 주인공 즈덴카 판틀로바-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체코에서 터전을 삼아 살아온 유대인 여성이다.

 

 전쟁이 끝나고 50여 년 만에 찾은 고향에 대한 장소, 그 안에서 어울렸던 여러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키며 자신이 직접 겪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책들에서 접해 왔던 이야기들 못지않은 충격과 인간의 끊임없는 희망, 그리고 자신의 의지 관철 속에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가 감동을 일으킨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모두가 하나의 같은 체코인으로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1939년 3월 15일 수요일, 체코의 유대인 가정에서 평화롭게 살던 그녀의 가정에 광풍이 들이친다.

 독일의 침공으로 인해 재산 몰수는 물론이요, 외국 방송을 들었다는 죄 하나로 아버지와의 생이별, 그 이후 엄마, 오빠, 여동생을 포함해 자신까지 테레진이란 곳에 설치돼 있는 강제수용소에서 살게 된다.

 

한눈에 반한 아르노와의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가까스로 수용소 안에서 짧은 재회를 나누지만 이내 아르노 가족이 형벌 수송선에 타게 됨으로써 이별 전야의 날을 맞이한다. 

수송선에 갇혀 떠나기 전, 아르노는 그녀에게 작은 깡통 반지를 끼워준다.

 

"이건 우리 약혼반지야. 널 지켜줄 거야. 전쟁이 끝나고 우리가 살아 있다면 내가 널 찾아갈게."

 

 

 

이 한마디로  그와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테레진 안에서의 연극 출현이나 각기 다른 고통과 위험천만한 삶의 고난을 이어가는 즈데카는 자신의 아버지의 말씀과 오로지 아르노를 만나야 한다는 의지로 꿋꿋이 버텨나가는 과정들이 영화에서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사실성의 묘사가 압권이다.

 

수용소에서 다시 아무것도 모른 채 아유 슈비츠로 이송된 후 엄마와 이별하는 과정과 엄마의 죽음, 여동생의 임신과 고난의 행군이라고 일컬어지는 전쟁 막바지에 이르던 시기 독일군의 지독하고도 악랄했던 도보를 이용한 베르겐-벨젠 수용소에 가기까지의 모든 상황들은 인간이 같은 동종의 인간에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우리는 익히 히틀러가 전쟁에서 망한 날짜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극에 다다른 독일군의 만행을 좀 더 참아내야 돼! 라는 응원을 하면서 읽게 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일체 그 어떤 정보를 접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베르겐-벨젠 수용소 안에서 죽었거나 도착 당시에 이미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해야 했던 같은 친구이자 동료였던 사람들의 죽음을 대하는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는 그 어떤 말조차도 허용할 수 없는 숭고함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랑은 모든 장애를 극복할 것이란 믿음, 수용소에 도착한 직후 밀려드는 후각적인 냄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도 몰랐던 사람들의 행동이 오히려 순진해 보인다고나 할까? 정말 서글픈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 장면 중의 하나다.  

 

나는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것에서 연기 냄새가 났다. 불에 그슬린 고기 냄새 같은, 좀 달착지근하고 알싸한 냄새가. 근처 도축장에서 소뼈와 내장을 태우는 것이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 외에는 다른 어떤 설명도 떠오르지 않았다. -p 223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가질 존엄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던 비굴한 심정을 만드는 머리 삭발서부터 온몸에 이르는 수색까지, 상해 가는 뼈마디에 붙은 살점 하나라도 서로 먹겠다고 달려드는 인간들의 행동의 묘사들은 헤르타 뮐러가 쓴 숨그네 그 이상의 처연함,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죽음이 성큼 다가옴을 느끼면서도 못 느끼는 감각의 상실성, 연민,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들을 다시 느껴보게 되는 책이다.

 

아르노가 자신처럼 같은 수용소 안에  살고 있을 것이란 희망, 설사 못 만난다 하더라도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란 약속의 증표였던 깡통 반지는 그녀 자신의 삶을 오로지 지탱하고 생의 마감의 순간이 왔던 그 순간에도 굴복하지 못하게 했던 원초적인 생명이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행동 하나에 대한 결단성, 영국군의 도움을 받기까지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했던 그녀의 삶 자체는 한편의 역사란 생각이 든다.

 

전쟁이 끝난 후의 다시 도전한 새 삶에 대한 의지와 아르노를 잊지 못했단 사실, 사랑이란 이름하에 저자가 지금까지 그를 기억하며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는 실로 직접 겪은 생생한 체험이기에 더욱 아픔이 느껴진다.

 

결단력과 용기와 행운, 그것은 삶의 중요한 필수적 요소다.- p 305

 

모든 가족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후에 겪었던 인생의 방향 전환은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의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사연도 점차 고령화 됨에 따라 한두 분씩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그들의 애통한 심정과 역사 속에서 보전해야 할 기억의 소산적 가치를 이번에 다시 한 번 이 책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느껴본다.

 

지금도 자신의 일생에 얽힌 홀로코스트에 대한 참상을 강연하러 다닌다는 저자의 노고와 그 의지력, 그리고 이를 보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허투루 버려질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해 주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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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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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자신의 일생 전체를 통과하는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도 남아 있는 부분적인 것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흔히들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새파랗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운운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어린 시절의 풋사랑 내지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그 시절의 감성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임을 깨닫게 해 준다.

 

20대 때의 사랑은 전혀 두려울 것 없는 불모지라도 뛰어들 용감성과 상대방 하나만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관된 뜨거운 사랑이란 표현이 어울린단 말로 생각되는 시기, 그 시절엔 일에서나 사랑에서나 실패를 해도 다음의 또 다른 것에 대한 기다림이 두렵지 않은 때란 사실, 그렇다면 30대가 느끼는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에 대한 생각들은 어떻게......

 

총 10편의 짧은 연애 이야기와 결혼 이야기를 담고 있는 1파운의 슬픔이란 책은 다른 사연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 아마도 지금 현시점에서 고민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조금씩은 자신의 상황과 견주어 가며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20대의 활발한 활화산 같은 사랑이 아닌, 이젠 적어도 사회생활에서 초년생의 딱지를 떼고 양복과 서류 가방, 그리고 양장이 제법 몸에 어울리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30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썼다.

 

동거를 하고 있기에 더욱 자신과 상대방의 물건 구분에 확실한 호불호를 가리는 커플이 고양이 입양을 통해 고양이를 매개로 진정한 한 가족의 구성원처럼 느껴지는 행동들의 패턴, 결혼식장에서 진행 매니저와 하객으로서 만난 커플들의 솔직한 데이트 진행, 결혼이라는 둘레에 살아가는 가정주부이자 꽃집에서 일하는 여성이 손님으로 온 한 남성으로부터 받은 데이트 신청을 수락함으로써 불륜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 구관이 명관이란 말처럼 6년 동안 사귀었던 옛 애인과의 다시 재회를 통해 또 다른 연애의 가능성을 보여준 커플, 원 나이트 스탠드를 꿈꾸며 여자 사냥에 나선 한 남자가 순진하고 청순한 한 여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색적인 환경의 데이트, 나이차가 많이 나는 부부가 느끼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사랑과 연애처럼 느껴지는 감정들...

 

어느 것 하나 닮은 것이 없는 이야기들 속에 각자가 바라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들이 이 책이 나온 시기를 생각해 보면 많이 변한 듯하면서도 고정된 틀에 갇혀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은 쉽게 변하질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의 제목인 1파운드의 슬픔이란 제목의 내용처럼 서로 원거리 사랑을 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커플의 격렬한 사랑의 행위 뒤에 오는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는 커플의 사랑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오는 인용구를 차용한 것이다.

 

내 심장 쪽의 1파운드의 살을 베라는 말처럼 두 사람의 간만의 해후는 그토록 안타깝고 사랑이 주는 그 마력이 지닌 힘을 모두 쏟아붓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나이를 떠나 진정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통하는 감정들을 잘 표현해 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어느 여성이 책을 매개로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데이트 장소는 서점이란 사실, 그 속에서 서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다음을 기약한다는 미래의 희망이 깃든 내용이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희망(?)을 던져 주기도 할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 자신이 주위의 이야기를 청취해서 엮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듯이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연애의 이야기가 비록 저, 중, 고의 느낌은 없지만 순탄한 평지를 걷는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책, 모처럼 단조로움 속에 평온한 연애 이야기를 이 가을에 읽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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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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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뿌듯하던 여름 날, 언제 지나가려나 했지만 어느새 날씨는 가을의 색채를 드리우고 있다.

 

계절상의 습도가 높았던 장마철도 한 시절이지만 그 순간을 지나가기란 인간의 마음이 한순간에 돌변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어서 어서 빨리 지나가 시원한 바람이 불면 좋겠단 생각들을 하게 된다.

 

누구는 지난날의 여름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있겠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들이 있어 모두 그 나름대로의 여름이 지닌 계절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듯이 계절이 주는 느낌들은 저마다의 색깔들이 다를 듯하다.

 

민-

 종우와 결혼 날짜와 집까지 마련해 두었지만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려 한 종우와의 관계 회복을 못하고 회사를 그만 둔 뒤에 공인 중개인 보조원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한 곳에 머물 집이 없는 탓에(그와 살 집은 전세를 주고 나왔다.) 집을 구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집 소개를 마친 후에 빈 집에 잠깐씩 머물다 가는 생활이 이어진다.

 

수-

 성실한 목수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진열해 가구점을 운영하려 하였으나 권리금은커녕 임대료마저 보증금에서 차감당하는 아버지를 둔 수는 군 입대 전까지 알바에 전전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딸은 딸대로 가계 임대료만은 내야겠다는 취지에 생활전선에 끼어든지 오래다.

 

그런 가구점에 민은 자신의 시간을 잠시나마 가지러 들락거리게 되고, 수 또한 쇼핑몰에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해 일하던 중 그곳 옥상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연이란 여자와 함께 일하게 된다.

 

도심의 생활 변화 속도는 빠르지만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고 막막한 세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그 뜨겁던 여름의 한 철인 6. 7 . 8월을 통과해 지나가는 젊은이들의 소외적인 삶과 고독을 그린 작품이다.

 

결혼의 실패를 떠나서 자신이 왜 종우가 원한 일마저도 외면하며 부끄러워해야 했는지에 대한 후회, 안면장애를 겪고 있는 아버지 곁에서 한시도 같이 있을 수 없었던 신용불량자가 된 수, 결국엔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떳떳한 이름마저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의 막막함, 고향을 떠나 작은 카페라도 차리길 계획했던 연이란 청춘들의 모습들은 모두가 저마다 힘든 여름의 계절을 맞이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춘들이다.

현실적인 공간에서 원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엔 이런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대의 젊은이들의 고독이 또 다른 모습의 투영처럼 비친 점들이 가슴속이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누구라도 어깨에 기대어 자신의 처지를 들어 줄 사람만 있었다면 이들은 과연 이런 일들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길게도 아닌 고작 아무도 있지 않은 빈 공간에서 30분 만이 오로지 자신의 시간을 가지는 민이나, 타인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수, 수를 알았다고 믿었지만 결국엔 알지 못했단 사실을 깨닫는 연의 모습들이 빠르게 변해가는 도심 속 공간 한 가운데에 홀로 남겨진 청춘들의 모습들인 것 같아 더욱 쓸쓸하게 비친다.

 

 

그 후덥지근하고 무덥던 장마를 뒤로하고 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그들의 하루 일상들을 세심하게 묘사한 작가의 표현으로 인해 그 뜨거웠던 여름을 그렇게 지나 보낸 이들도 있었음을, 만일 가까이에서라도 접했다면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라도 건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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