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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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자신의 일생 전체를 통과하는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도 남아 있는 부분적인 것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흔히들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새파랗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운운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어린 시절의 풋사랑 내지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그 시절의 감성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임을 깨닫게 해 준다.

 

20대 때의 사랑은 전혀 두려울 것 없는 불모지라도 뛰어들 용감성과 상대방 하나만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일관된 뜨거운 사랑이란 표현이 어울린단 말로 생각되는 시기, 그 시절엔 일에서나 사랑에서나 실패를 해도 다음의 또 다른 것에 대한 기다림이 두렵지 않은 때란 사실, 그렇다면 30대가 느끼는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에 대한 생각들은 어떻게......

 

총 10편의 짧은 연애 이야기와 결혼 이야기를 담고 있는 1파운의 슬픔이란 책은 다른 사연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 아마도 지금 현시점에서 고민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조금씩은 자신의 상황과 견주어 가며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20대의 활발한 활화산 같은 사랑이 아닌, 이젠 적어도 사회생활에서 초년생의 딱지를 떼고 양복과 서류 가방, 그리고 양장이 제법 몸에 어울리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30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썼다.

 

동거를 하고 있기에 더욱 자신과 상대방의 물건 구분에 확실한 호불호를 가리는 커플이 고양이 입양을 통해 고양이를 매개로 진정한 한 가족의 구성원처럼 느껴지는 행동들의 패턴, 결혼식장에서 진행 매니저와 하객으로서 만난 커플들의 솔직한 데이트 진행, 결혼이라는 둘레에 살아가는 가정주부이자 꽃집에서 일하는 여성이 손님으로 온 한 남성으로부터 받은 데이트 신청을 수락함으로써 불륜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 구관이 명관이란 말처럼 6년 동안 사귀었던 옛 애인과의 다시 재회를 통해 또 다른 연애의 가능성을 보여준 커플, 원 나이트 스탠드를 꿈꾸며 여자 사냥에 나선 한 남자가 순진하고 청순한 한 여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색적인 환경의 데이트, 나이차가 많이 나는 부부가 느끼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사랑과 연애처럼 느껴지는 감정들...

 

어느 것 하나 닮은 것이 없는 이야기들 속에 각자가 바라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들이 이 책이 나온 시기를 생각해 보면 많이 변한 듯하면서도 고정된 틀에 갇혀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은 쉽게 변하질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의 제목인 1파운드의 슬픔이란 제목의 내용처럼 서로 원거리 사랑을 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커플의 격렬한 사랑의 행위 뒤에 오는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는 커플의 사랑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오는 인용구를 차용한 것이다.

 

내 심장 쪽의 1파운드의 살을 베라는 말처럼 두 사람의 간만의 해후는 그토록 안타깝고 사랑이 주는 그 마력이 지닌 힘을 모두 쏟아붓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나이를 떠나 진정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통하는 감정들을 잘 표현해 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어느 여성이 책을 매개로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데이트 장소는 서점이란 사실, 그 속에서 서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다음을 기약한다는 미래의 희망이 깃든 내용이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희망(?)을 던져 주기도 할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 자신이 주위의 이야기를 청취해서 엮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듯이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연애의 이야기가 비록 저, 중, 고의 느낌은 없지만 순탄한 평지를 걷는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책, 모처럼 단조로움 속에 평온한 연애 이야기를 이 가을에 읽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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