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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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1부가  끝나고 언제 2부가 시작되려나 싶었는데, 11월에 출간이 된다고 한다. 

 

유럽을 관통하고 있는 지금의 유럽 역사의 태동격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를 제외한 로마란 나라의 정통적인 역사서지만 그렇다고 딱딱하게 다가오지 않게 만든 저자의 저술 능력이 새삼 다시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 책 2부, 거기에 해당되는 1권으로 시작이 되는 로마의 또 다른 역사 이야기-

 

 

 

아시다시피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이제는 노년에 접어든 나이로 뇌졸중의 여파와 육체적인 한계를 느껴가고 있는 즈음에 여전히 술라와는 같은 동지애를 유지했던 과거의 인연이 점차 희미하게 무색해져가는 사이임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총 3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첫 번째의 주된 이야기는 마리우스가 그동안 로마가 눈여겨보지 않았던 동방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다.

 

모처럼 전장에서 홀몸으로 싸운 일들이 아닌 따뜻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동방이란 곳을 떠나는 여정과 그 길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은 동방의 풍물과 사람들의 모습, 전제왕권 하에 이루어지는 혈통 간 피비린 나는 권력의 싸움까지, 작가의 세세한 묘사와 필치를 통해 마리우스의 뛰어난 예지 감각과 전쟁터에서 다져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을 잘 표현해 낸 여행기 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의 통일된 이탈리아란 나라 명명으로 태어나기까지 이탈리아의 역사는 유럽의 각 다른 혈통의 왕권들과 혈족들 간의 다툼 속에 가까스로 완전한 통일로 이루어지게 됐지만 여기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마치 통일 전의 전초전처럼 느껴지는 이탈리아 사람과 로마 사람으로 나뉘어 생활하는 나라의 형태를 보인다.

 

 

 

로마가 원한다면 전쟁에 필요한 병사를 제공하고 로마 시민권을 주기에는 여전히 힘들고 까다로운 절차와 약속을 어기는 세태, 속주에서 세금 징수원의 욕심과 약탈에 근거해 점점 농사마저 힘들어지는  생활 속에서 이들의 세태를 주시하고 법의 절차를 고쳐야만 한다는 마리우스와 푸브리우스 루틸리우스 루푸스의 뜻과 마르쿠스 리비우스 드루수스의 등장, 간간이 비치는 크라수스와 안토니우스까지 등장하면서 이어지는 커지고 복잡해진 로마의 법체계에 대한 이견들을 보여준다.

 

 

 

카이사르의 어린 시절의 영특함이 보이는 장면과 함께 술라의 권력에 대한 야욕이 서서히 보이면서 그가 펼치는 또 다른 권력 잡기에 필요한 자금 마련의 과정과 같은 동방의 길이라도 마리우스와 술라가 보인 여정들은 조금씩 다른 면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를 준다.

 

 

 

지금도 여전히 권력을 잡기 위한 막대한 자금의 필요성과 피 지배인으로서 살아가는 이탈리아인으로 불린 그들이 로마 시민권을 얻기 위해 가지게 되는 로마인을 대하는 심정과 그의 해결책이 드루수스와는 또 다른 방법론을 펼치는 삼족과 드루수스의 친구 의견들은 방대해진 나라를 어떻게 효율적이고도 인심을 잃지 않으면서 권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게 만든다.

 

 

 

순종적이고 고전적인 여성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면서 부부간의 사랑을 이어나가는 마리우스와 율리아의 관계는 이상적인 부부로서 손색이 없지만 드루수스의 여동생인 리비아의 경우는 부부간의 애정이 없는 것을 이어나가기보단 진정으로 자신의 첫사랑인 남자와의 불륜을 이어나가면서까지 자식을 보고, 어린 딸 세르빌리아의 독설과 저주를 그대로 받아 내는 어미의 모습을 함께 보이면서 또 다른 로마의 여인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마리우스의 예언대로 로마는 동방의 폰토스의 미트리다테스 6세의 침략을 그냥 좌시만 하고 있을 것인지, 전장에서 뛰어난 전략과 참모술로 이미 로마 내에서 그 능력을 인정을 받고는 있었으나 잘생긴 외모로 인한 피해를 보고 끝내는 동방의 총독으로 나서면서 비로소 그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권력에 한 발짝씩 다가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보게 되는 술라, 점차 집정관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 것인지, 조금씩 등장하면서 로마의 다음 세대를 짊어질 주인공들의 등장이 보이는 장면들은 벌써부터 다음 2부가 기다려지게 만들게 한다.

 

 

 

이탈리아인에 대한 불법적인 로마 시민권을 얻은 사람들에게 대한 처벌 논의 방식에 대한 열띤 웅변식의 연설들은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장면들이 아닌가 싶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로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입장과 그에 맞는 레토릭을 구사하는 사람들의 글들은 작가가 얼마나 이 역사에 관해서 공을 들이며 글을 썼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동안 무시해왔던 동방의 세태를 비로소 가볍게만은 여길 수없음을 인지하는 권력자들의 행동은 다음 책에선 과연  복수의 설욕을 다지고 있는 미트리다테스 6세로 인해 도화선이 될는지....다음의 역사를 그려보게 하는 상상의 재미를 더해준다.

 

 

 

어느 특정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편지를 통해서 전해주면서도 그 흐름을 놓지 않는 풍성한 지식과 글쓰기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흐른다는 느낌까지 주게 하는 풀잎관 1부는 영예의 풀잎관을 아직 쓰지 못한 술라에게도 과연 그 기회가 올수 있을까? 행운의 여신은 술라에게 어떤 식으로 손길을 내밀 것인가에 대한 글의 설정들이 궁금해진다.

 

 

 

또한 어린 카이사르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역사에 그려진 카이사르의 모습을 제대로 재현해 보일는지에 대한 궁금증, 크라수스, 안토니우스의 등장만으로도 벌써부터 로마의 제대로 된 기틀 다지기 초석들의 전쟁이 기대된다.

 

 

 

본격적인 로마의 삼두정치가 벌써부터 기다려지게 하는 이런 전초적인 역사의 일말의 사건들이 서로 어떤 연결고리를 통해 강대한 로마제국의 일인자의 탄생까지 보게 될지, 빨리 다음 2권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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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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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관한 사실의 역사도 좋아하고 허구가 섞인 역사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유난히 근.현대에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역사는 가깝게 하기가 고대보다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것이 고대의 삼국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독립된 하나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 친근감이 든 반면 근. 현대사는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와 거의 맞물리는 결과물의 근접적인 시대로서 가깝기 때문에 역사의 한 흐름으로만 알고 있고, 더군다나 대원군 시대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외세의 간섭들이 등장하는 시대는 더욱 그렇다.

 

매년  혼불 문학상을 접해 오면서 계절에 따라 달리 바꿔 입는 옷 같단 생각을 하게 된다.

공통적인 이야기들의 소재가 아닌 다양하게 출품된 작품들의 선의의 경쟁 구도 속에 심사위원들의 선정작으로 결과물이 나왔단 사실은 이미 그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기에 작년에 이은 이번에 접한 작품 또한 그런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선 옆에 손수건 하나 준비하시길~

이 말부터 하고 싶은 것은 의도된 눈물의 흐름이 아닌 내재되어 있던 우리네 한(恨) 서린 감정들이 막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녹두장군으로 불리는 전봉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이 책은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과 당시의 흐름들을 저자의 필치로 다시 탄생한 작품이다.

 

비채에서 나온 한승원 작가의 <겨울잠, 봄꿈>늘 통해 이미 전봉준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지만 이 소설은 그와는 또 다른 색채를 가진 작품이다.

 

동학혁명의 실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전봉준과 그 밖에  지역의 농군을 수합하여 일을 도모하는 과정, 동학의 5대 장군에 속하는 손화중, 김개남, 김덕명, 최경선의 마치 살아있는 듯이 움직이는 독창적인 캐릭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다가온다.

 

시대적인 역사의 격변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한 부분들이 전봉준의 딸 갑례, 죽을 각오로 전봉준을 지키는 을개를 비롯해서 막둥이 호정이란 가상의 인물들 출현을 통한 당 시대의 각자 처한 흐름을 시종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조절의 완급이 상당히 좋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다.

 

한 나라의 말, 즉 언어에는 매초, 매 순간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변화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봐도 사극을 볼 때는 어려운 고어 체라고 부르는 대화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에 반해 요즘엔 소위 말하는 퓨전의 시대란 이름과 시청률을 외면할 수 없는 방송가의 흐름, 젊은이들을 가까이 끌어들이려는 마케팅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사극만이 주는 그 어렵게 느껴지고 때론 그런 말을 들음으로써 생각의 폭이 그 시대로 돌아가게 하는 맛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 요즘의 실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당시의 문어체적인 대화법으로 당시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기에 한순간의 결정이나 대화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나라가 있으되 나라가 없는 상태로 돌아갔던 그 시절의 위정자들의 이해타산, 본격적으로 열강의 침입이 시작되기 바로 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봉준의 일대기는 큰일을 하기에 앞서 아비로서 딸에게 대했던 대화들이나 대원군과 전봉준의 대화나, 어디가 사실이고 허구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연일 국정교과서 문제, 일본과의 문제로 시끄럽다.

위정자들은   이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각지의 전문가들마저도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나라가 없다면 우리도 없으며, 아무리 우리의 실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라의 본 실체가 주어지지 않는 한 세상의 정세는 이해의 눈길을 기대할 수 없다는 엄연한 냉정한 세태, 이미 그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전봉준의 일대기를 통해 무엇이 가장 시급한 일인지, 앞으로의 우리가 나아갈 길은 어떻게 설계를 해야 할 것인지, 나라를 지탱하고 지켜 온 우리의 조상들의 뜻을 다시 새겨야 할 후손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껴주게 하는 책이다.

 

오래간만에 우리나라의 살아있는 역사를 본 것 같은 펄떡임이 살아있는 책!

다시 한 번 일독을 하더라도 그 흥분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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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메아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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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된 '폭스 밸리'를 통해서 접한 작가의 뛰어난 점은 인간의 마음속 심리 스릴을 제대로 잘 드러내는 데에 있지 않나 싶다.

 

성장하면서 느끼는 충격 속에 내재된 고통을 밖으로 발산하지 못하고 안으로만 감추려 하는 인간의 심리를 연이어 벌어지는 두 가지 사건의 갈래를 통해 조명하는 이 책 또한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나 싶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은행 자산가의 자손으로서 가정이나 밖에서도 충실한 남편을 둔 버지니아, 딸 킴과 남편과 함께 휴가차 머문 자신들의 별장인 스카이 섬에서 잠깐 가정 도우미로 고용했던 리비아 부부의 사고 소식을 듣게 된다.

 

전 재산을 털어 요트를 마련해 세계여행을 하는 과정 중에 만난 이들 부부는 화물선과의 충돌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 처지다.

남편 프레데릭의 경고를 무시한 채, 그들 부부를 돕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에서 리비아의 남편 나탄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후엔 나탄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며칠을 기묘하게 동거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나탄의 야릇한 눈길과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센스에 그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털어놓는 버지니아-

사촌지간으로 결혼을 약속했던 어릴 적의 마이클과의 어긋난 관계와 무질서했던 자신의 젊은 날의 방황과 사랑, 그리고 결정적으로 토미의 일까지 겹쳐지면서 벌어진 일들은 곧 나탄과 함께 스카이 섬으로의 도피를 이루게 되는데....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실상 안으로 들어가 보자면 끝도 없는 갈등과 대화의 타협 속에 살아간다는 사실, 그 가운데 남편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었던 버지니아의 지난날의 괴로움은 사교계의 일과는 먼 거리로 치부되고 그런 아내의 행동을 우울증과 그녀에 대한 과거의 아픔으로만 생각하고 배려했던 남편의 행동이 부부간의 소통의 부재의 결과로 나타나는 과정이 안타깝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확신조차 없이 결혼을 했던 버지니아의 빈 가슴을 채워준 나탄에 대한 사랑의 확신처럼 생각되는 행동까지 하게 하는 과정이 여아의 유괴와 성폭행을 거쳐 살해를 하는 또 다른 사건과 맞물리면서 궁금증을 일게 만든다.

 

딸의 유괴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진정 느끼는 사랑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녀의 최종적인 토미의 사건 결과물과 유괴범의 정체는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도 기다리는 책이다.

 

버지니아의 섬으로의 도피 행동과 나탄에게 느끼던 불같은 사랑과 행동들이 여전히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녀 스스로 남편의 말처럼 이제는 감추어 둘 것이 아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함을 느끼는 그녀의 심리 변화가 잘 그려진 책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죄를 끝내 밝힐 수 없었던 침묵이 결국엔 다시 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된 딸의 유괴 사건을 통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작가의 구성미가 잘 드러난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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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6
나카마치 신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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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이 자신이 죽은 사후에 더욱 알려진다면 이승에 있지 않은 작가로서의 기분은 어떠할까를 생각해본 책이다.

 

워낙 첫 작품으로 만난 '모방 살의'가 서술 트릭에 제대로 빠지게 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작품이었기에 이번에 접한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이 책을 읽기 전에 눈을 바로 더욱 크게 뜨고 하나하나의 문장을 제대로 짚어가며 읽어보자 생각했던, 작가가 아무리 트릭을 썼어도 이번만큼은 속지 않으리라 했건만, 와~ 정말 이번에도 어김없이 완패다.

 

창작소설 분야에서 상을 탄 이후 한때는 잘 나갔지만 이후엔 제대로 된 작품을 내놓은 적이 없는 야규는 추리 세계 편집부 아스코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휴가를 떠나간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소설 속에 소설이 구성이 되어 있는 이야기로 야규는 이런 자신의 작품을 릴레이 형식, 즉 자신이 쓴 소설의 내용이 문제를 제기한 내용에 이어서 다른 작가가 다른 해결의 책을 내놓는 방식, 끝에는 야규 자신이 생각한 결말의 해결을 풀어내는 것을 골자로 한 작품의 의도를 설명하고 자신은 곧 여배우 겸 소설가인 유키코를 지목하게 된다.

 

아스코는 야규가 쓴 글을 읽어보고 어디선가 낯이 익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유키코 또한 야규란 이름에 머뭇거리게 되면서 이 소설은 본격적인 살인의 서막을 알리게 된다.

 

아스코가 야규가 쓴 책의 내용이 실제적으로 반 년 전에 일어난 살인 사건이란 사실, 책 속의 인물들도 실명이 거론되고, 급기야는 야규마저 자살로 생을 마치는 일들이  벌어진다.

 

아스코가 이 책 속의 실제 인물들을 찾아가면서 야규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읽으면서 전 작이 주었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곱씹어 보게 되지만 한 인물을 범인으로 생각했던 나의 의도와는 달리 그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면서 범인은 오리무중 속으로 빠지게 되고 결정적으로 모방 살의와는 전혀 다른 설정의 구성들로 하여금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설사 숙지했다 하더라도 책의  인물이 실제 인물들로 하여금 동일시되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저 흘러가게 만드는 구성이 정말로 놀라움을 전해주는 책이다.

 

작가가 글 중에서 독자들을 속이는 수법들은 다양하게 그려지지만 이 작가만큼 독자들의 심중을 제대로 꿰뚫고 그 심연 속으로 빠뜨리게 하는 기법을 다양하게 부리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전혀 예측하지 못 했던 상황의 설정들이 밝혀지고 그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인물 또한 예측을 못했던 스쳐가는 사람으로 각인이 되었기에 설마 했던 결과물의 조성은 허걱~ 이다.

 

야규가 철저하고 치밀하게 그려온 이야기 속에 아스코가 뛰어들면서 밝히려 한 범인의 살해 동기는 사소한 욕심에서 발생했단 것  치고는 약간 아쉬움을 남기지만 탐정이 범인이 아닐까 했던 의구심마저 해소시킨 이 책의 트릭은   자신의 자존심을 함부로 대했고 당했던 그 설욕을 제 삼자로 하여금 유도하게 하게끔 그려 놓은 절묘한 타이밍이 작가의 사후에 다시 재 출간된 책 치고는 전혀 어색함이 없게 흐른다는 점이 장점이 아닌가 싶다.

 

제대로 또 한 번 당한 트릭의 소설 전형답게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드는 추리 소설만의 읽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준 책이기에 저자의 사후가 다시 한 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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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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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의 소설은 '속죄' 란 작품으로  접했고 그 이후 그의 타 작품들을 읽으면서 간결함 속에 내재되어 있는 무한한 의미의 공간 여백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몇 안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영화로도 본 속죄의 내용이 거짓말에 의한  미세한 균열에 의해서 차츰 무너져가는 인간의 신뢰와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사회성이 아주 짙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누구나 종교의 자유가 있고 자신이 믿는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서 생활하는 것은 일반적인 종교인들이 갖는 생활 형태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보편적으로 인지하는 종교 외에 뿌리는 같은 곳에서 발생을 했지만 다른 교리를 가진 종교에 대해서라면 믿건 믿지 않건 간에 사람들의 인식은 보편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쓴 이 내용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명망 높은 고등법원 판사 피오나 메이는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온 이래 큰 충격을 받는다.

바로 남편이  그녀를 사랑하지만 이 결혼을 유지한 채 나이가 더 먹기 전에 인생에서 후회 없을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으니 다른 여인을 만나는 것을 용인해달라는 것-

 

냉철하고 좀처럼 자신의 성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직업상에서도 올 수 있는 그녀 안에 내재된 굳건한 마음은 이내 흔들리고 충격을 받으면서 남편이 집을 나가자 집 열쇠까지 바꾸게 된다.

 

거기에다 17세 소년의 백혈병을 고치기 위해 수혈을 허락해달란 병원의 청구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소년의 정확한 나이는 17세  9개월, 성년으로 인정받는 18세에 3개월이 모자란다.

문제는 이 소년의 가정이 여호와 증인을 믿고 있으며 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타인의 수혈은 거부한다는 것, 사는 것도 죽음도 결국 자신이 믿는 그 높으신 분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강한 주장은 부모뿐만이 아니라 해당 종교의 장로, 그리고 뭣보다 소년도 그렇게 원한다는 사실이다.

 

병원은 그렇지만 종교의 교리 가르침 때문에 하나뿐인 생명을 죽어가게 할 수 없으며, 더군다나 수혈을 받지 못한다면 당장이라도 급작스레 고통을 받으며 죽어 갈 수 있단 사실, 고칠 수 있는데 죽어가게 놔둔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차원에서 잘못된 상황이란 것,  따라서 법의 허락을 구하는 요청이 바로 이 책의 주요 주제로 나온다.

 

양측의 팽팽한 법적인 해석과 판례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장면들은 지금도 아동 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타 국가들의 현재 실정도 생각해 보게 되고, 과연 개인이 믿는 종교의 자유권을 박탈하면서까지 법은 그것을 거부하고 판결을 내릴 권한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판사 피오나는 결국엔 그 소년이 있는 병원에 가서  소년과의 면담을 하고 오게 되고   결국  헨리에 대한 수혈을 허락한다는 법적인 허용을 한다는 요지의 판결문을 내리게 되고 이후 이 사건은 피오나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이 믿는 종교 때문에 병역거부를 한 일들도 있고, 책에서처럼 자식의 일생일대의 결정의 순간이 오지만 종교의 교리로 인해 거부를 하고 결국엔 사망에 이르렀다는 안타까운 보도들도 간혹 접할 때가 있다.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위안과 삶의 또 다른 충족을 주는 것으로서 종교가 가진 힘은 크지만 과연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종교의 뜻을 저버리는, 정확히는 생명을 구하는 길에 이단을 하게 된다면, 그것도 법의 명령으로 인해서 하게 된다면 과연 개인적인 차원에서  종교를 믿는 권리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고 만들고 힘없는 자들의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무슨 권한으로 이를 저지할 수가 있는가? 에 대한 문제와 피오나의 결혼생활처럼 눈에 보이진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아왔던 부부간의 신뢰가 깨져버린다면 아무리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사람일지라도 나약함의 전형적인 면모, 그런 모습들이 행여 주위의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처신을 우려하는 행위들은 이 책에서 드러내 보이고 자 하는 인간의 모습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법조계 지인들 모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해 듣던 중 이 이야기에 대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확실히 피오나가 판결해 온 여러 가지 법적 판결들은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연들의 이혼과 양육, 특히 샴쌍둥이에 대한 판결 부분은 얼마나 심한 고뇌를 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의 글들이 일반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법의 환경을 알아보는 계기도 만들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뜻하지 않게 숨죽여 오던 피오나 자신의 감정을 폭발하게 만든 애덤의 이야기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뭣보다도 가정 내에서 느끼고 자라 온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탈피해 새로운 세상을 접했을 애덤의 심정이 참으로 안타까움을 준다.

 

 강변의 들판에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지.
기울어진 내 어깨에 그녀가 눈처럼 흰 손을 얹었네.
강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편히 받아들이라고 그녀는 말했지.
하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이제야 눈물 흘리네. -p. 161

 


(예이츠의시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에 벤저민 브리튼이 곡을 붙임)

 

진작 자신의 뜻을 알리려했었던 애덤의 마음을 자신이 내린 판결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정확하게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아이를 멀리했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는 피오나의 눈물이 내내 지워지지 않는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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