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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메아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전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된 '폭스 밸리'를 통해서 접한 작가의 뛰어난 점은 인간의 마음속 심리 스릴을 제대로 잘 드러내는 데에 있지 않나 싶다.
성장하면서 느끼는 충격 속에 내재된 고통을 밖으로 발산하지 못하고 안으로만 감추려 하는 인간의 심리를 연이어 벌어지는 두 가지 사건의 갈래를 통해 조명하는 이 책 또한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나 싶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은행 자산가의 자손으로서 가정이나 밖에서도 충실한 남편을 둔 버지니아, 딸 킴과 남편과 함께 휴가차 머문 자신들의 별장인 스카이 섬에서 잠깐 가정 도우미로 고용했던 리비아 부부의 사고 소식을 듣게 된다.
전 재산을 털어 요트를 마련해 세계여행을 하는 과정 중에 만난 이들 부부는 화물선과의 충돌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 처지다.
남편 프레데릭의 경고를 무시한 채, 그들 부부를 돕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에서 리비아의 남편 나탄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후엔 나탄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며칠을 기묘하게 동거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나탄의 야릇한 눈길과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센스에 그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털어놓는 버지니아-
사촌지간으로 결혼을 약속했던 어릴 적의 마이클과의 어긋난 관계와 무질서했던 자신의 젊은 날의 방황과 사랑, 그리고 결정적으로 토미의 일까지 겹쳐지면서 벌어진 일들은 곧 나탄과 함께 스카이 섬으로의 도피를 이루게 되는데....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실상 안으로 들어가 보자면 끝도 없는 갈등과 대화의 타협 속에 살아간다는 사실, 그 가운데 남편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었던 버지니아의 지난날의 괴로움은 사교계의 일과는 먼 거리로 치부되고 그런 아내의 행동을 우울증과 그녀에 대한 과거의 아픔으로만 생각하고 배려했던 남편의 행동이 부부간의 소통의 부재의 결과로 나타나는 과정이 안타깝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확신조차 없이 결혼을 했던 버지니아의 빈 가슴을 채워준 나탄에 대한 사랑의 확신처럼 생각되는 행동까지 하게 하는 과정이 여아의 유괴와 성폭행을 거쳐 살해를 하는 또 다른 사건과 맞물리면서 궁금증을 일게 만든다.
딸의 유괴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진정 느끼는 사랑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녀의 최종적인 토미의 사건 결과물과 유괴범의 정체는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도 기다리는 책이다.
버지니아의 섬으로의 도피 행동과 나탄에게 느끼던 불같은 사랑과 행동들이 여전히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녀 스스로 남편의 말처럼 이제는 감추어 둘 것이 아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함을 느끼는 그녀의 심리 변화가 잘 그려진 책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죄를 끝내 밝힐 수 없었던 침묵이 결국엔 다시 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된 딸의 유괴 사건을 통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작가의 구성미가 잘 드러난 책이란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