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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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의 첫 아들인 소현세자는 인조의 굴욕적인 항복의 댓가로 인질로 동생인 봉림대군과 고위 관리 자제들과 같이 볼모로 청에 잡혀간다.  

그 세월이 흘러서 청의 왕권 교체 다툼에서 그들만의 권력쟁탈전을 보게 되고 어디에서도 자신의 뜻을 말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청의 대신으로 일찍이 황제의 여자로 있던 조선에서 끌려온 양반의 딸인 흔을 하사 받은 고위관리와의 힘겨루기 경쟁, 심기원의 아들인 심석경에 대한 세자의 끊임없는 의심과 신뢰를 반복하면서 결코 누구도 믿을 수 없되, 믿지 않을 수 없으며, 죽여야 하되, 결코 죽여서는 안되는 , 반드시 살려내야 하는 심석경에 대한 애증의 폭을 드러낸다. 

청의 도르곤의 권력양위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파장이 조선에 몰고올 여파를 생각 하지 않을 수없는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자신의 힘없는 무능함을 드러낸 말 한마디에도 신중함을 보인다.  

아버지인 인조가 자신을 생각하는 뜻과, 자신이 원치 않았음에도 자신은 조선의 세자란 사실에서 버거운 삶을 이어나간 소현은 조선에서 반정의 세력모함 주동인으로서 심기원이 내세운 회은군 이덕인과의 관계는 그를 더욱 고립으로 몰아가고 이 와중에 천한 출신으로 청나라 말을 익힌 잇점을 자신의 능력으로 삼아 통역일을 하는 신분으로 상승한 만상이란 인물이 등장을 하고 신의 내림굿딸로 지내던 막금이 흔을 모시면서 심석경과 흔의 안타까운 정인의 관계를 이국에서 이루지 못한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준다.  

인조를 보러가는 중에는 반드시 자신대신 아들인 원손이 청에 가 있어야 하는 현실에서 오는 아비로서의 아들에 대한 그리움, 애틋한 정 한 번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자란 아들을 바라보는 소현의 심성은 그 표현의 강도가 폭발을 누르고 지그시 자제를 행 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드리운다.  

회은군과 함께 심기원 일당이 소탕이 되고 자신의 입지가 더욱 좁아짐을 느낀 소현의 마음은 봉림에게 의지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런 형을 바라보는 봉림의 마음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보인다.  

역사상 가장 비운의 왕가쪽 인물이라면 단연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사도세자지만, 소현세자 또한 이에 못지 않은 불운의 삶을 살다 간 인물이다.  

드라마 "추노"에서 소현의 자제인 원손이 제주도에 갇혀있다는 설정하에 무대가 이어지고 있던 상황의 극을 보면서 소현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일었다. 

다른 작가들이 써 온 역사소설 속의 구성이 시대상의 압축과 소현의 마음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한 반면 이 소설은 내내 무거움을 주고 남겼다. 

시종 일관 소현을 비롯한 주의의 인물의 내면에 생각이나 말 표현이 많은 함축을 하고 배제되어 있기에 소설상의 분위기는 답답함을 주기까지 한다.  

고국에 돌아와서 얼마 안되어 죽은 소현의 죽음 자체도 여전히 의문에 쌓여있고, 아버지 보다 뛰어난 인물은 친 혈육이라도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던 당시의 조선이란 나라의 정치세계는 소현이란 인물이 청에서 받아들이고 익힌 서양 문물에 대한 뜻을 펼치기엔 너무 좁았고 그런 소현을 지지해 주는 기반이 없었단 점에서 많은 안타까움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릇 태평성대라는 의미안에는 왕 자신의 내면적으로 뛰어난 자질과 소양도 갖추어야 할 기본기가 있어야겠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위의 환경요건, 보좌를 함에 있어서 훌륭한 신하들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세종대왕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알고 있다.  

그런점에 비추어 볼 때 소현이 갖고 있던 내면의 자질은 그에 못지 않았을 거란 생각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오직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조선의 사정을 재건키 위해 자신의 뜻을 감추고 살아온 청국에서의 볼모 생활은 아버지 인조가 생각하는 그런 세자로 생각되어지지 않았단 점이 어긋난 행보를 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를 앞서간 소현의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정신은 인조나 당시 조정대신들 눈엔 이단자의 눈으로 보였을 것이고, 심기원 일당의 반정모함 실패 사건은 소현으로 하여금 아버지 인조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려운 단서를 제공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소설은 시종 이런 분위기조차도 내내 부자 지간의 대화라고 하기엔 짦은 말 몇 마디 속에 그 의중을 헤아리게 하였고, 심지어는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서술방식으로 이어지고있다. 

타고난 신분에 따라서 소현은 소현대로의 왕세자란 신분에 맞게 자신을 주위에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남았고, 천출출신인 막금이나 만상같은 인물들 또한 그네들 나름대로의 잡초같은 인생을 그들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다만 막금이나 만상처럼 속 시원히 자신이 살아남고자 애쓰는 과정이 현실적인 대안의 방법이었다면 소현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신분의 위험을 감수하며 그날 그날을 살았다는 점에서 대비된 삶을 보여준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란 말이 있듯이 소현의 죽음 또한 정확한  것이라고 하기엔 의심의 여지를 두고 있기에 , 총명하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만 있었다면 효종과는 또 다른 청에 대한 조선의 현실적인 정치실현이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의 상상을 해 보게 한다.  

작가의 반어적인 문체 표현 속에 소현을 비롯한 인조, 심석경, 흔의 맘을 알듯 말듯 하게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도 그리 개운치 않는 느낌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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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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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바벤 마을에서 자란 나는 네모란 방이라 표현이 되는 기숙사에서 나를 포함한 5명의 여자들과 생활을 한다.  

그 일원중 롤라라는 여자아이는 자신의 가난을 벗어나고자 해가 지면 기차역에서 내리는 흰 셔츠 차림의 남자들을 유혹하고  기숙사에서 돌아온 후의 그녀의 등은 숲 속에서 뒹굴고 있는 나뭇잎의 그림이 주를 이룬다.  

어느 날 체육시간에 넘어진 그녀를 본 체육교사는 그녀를 따로 불러내게 되고 얼마 후 롤라는 나의 원피스에 있는 허리띠로 목을 매 자살을 한다.  

여섯 개의 침대에서 하나가 비워지고 나의 트렁크엔 그녀의 일기장이 숨겨져 있었다. 그 안의 내용엔 롤라가 강간을 당하게 됬고 임신까지 한 상태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자살이란 명목으로 처리되었음을 암시하게 한다.    

이후 일기장은 사라지게 되고 교내 대회에서 롤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그녀는 당원에서 제적이 되면서 이에 찬성하는 행동으로 나는 손을 들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이 자살이란 점에 의문을 갖던 세 청년 에드가, 쿠르트, 게오르크는 나에게 롤라에 대한 것을 물어오게 되면서 교류를 갖는다.  

이들은 불법으로 낙인이 된 서적을 들여오고 읽으면서 그 책들을 사람이 살지 않는 여름별장이란 곳에 숨기고 민요로 내려오는 시를 읆는 이들을 경감인 프옐레가 감시를 하게 된다.  

그는 그들의 부모집을 가택수색을 당하게 되고 다시 경감에게 끌려간 그 셋은 모욕적인 벌을 받는다.  

이에 편지를 쓰게 된다면 서로가 알아 볼 수 있게 기호를 정하게 되고 이런 서신의 왕래 속에 숨 막히는 감시를 계속 당하는 생활이 된다.   

졸업 후 게오르크는 외진 곳에 교사로, 쿠르트는 도축장에서 기술자로, 에드가는 산업도시에서 교사로 , 나는 번역사 일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경감에게 다시 불려간 나는 그가 불러주는 대로 시를 읊어야 했으며, 이런 와중에 공장장의 딸인 테레쟈를 여 재단사의 집에서 비밀의 책 보관 장소열쇠를 맡기러 갔다가 만나게된다.  

경감 프옐레의 앞잡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에도 계속 그녀와 만남을 지속하던 나는 스파이 노릇을 하라는 협박에 응하지 않는 댓가로 해고를 당하게 된다.  

하숙집에서 엄마로 부터 도움을 받던 중 테레쟈의 주선으로 모피공장장 아이들에게 독일어를 가프쳐 주는 일을 하게 되지만 이 역시도 공장장 부인으로 부터 나에 대한 해고 경위를 듣고 잘리게 된다.  

한편 에드가와 게오르크도 해고를 당하게 되지만 쿠르트만은 해고를 면한다.  

게오르크는 쿠르트가 있는 곳에서 같이 지내다 기차역에서 폭행을 당하게 되고 법에 고소장을 내밀지만 병원에서 준 퇴원서 병인은 "구토를 동반한 여름철 독감"이란 진단서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게오르크는 출국신청서를 작성하게 되고 허가가 나올 때 까지 에드가의 부모집에서 에드가와 함께 지내게 된다.  

홀로 지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진 게오르크는 도시로 같이 가자는 에드가의 말을 뿌리치고 출국허가통지서를 받고 독일로 간 후 두 달뒤 엽서를 그들에게 보내게 되지만 그들이 받은 시기는 이미 그의 영혼은 이승을 떠난 뒤였다. 그리고 얼마 후 프랑크푸르트 임시 숙소 6층에서 "즉사"로 죽었단 통보를 받게 된다.  

남겨진 에드가 또한 경감에게 끌려가 협조하라는 사인 종용을 받게 되지만 거절을 하고 경감이 그에게 내민 것은 쿠르트의 머리카락이 담긴 봉투를 보여준다.  

에드가와 나는 쿠르트에게 독일로 같이 갈 것을 권하지만 둘이 먼저 떠난 후 자신도 가겠다는 말로 거절을 하고 쿠르트는 옷장 맨 안쪽에서 게오르크가 남긴 시 아홉편을 찾아낸다.  

세관을 통해서 쿠르트는 도주자 명단, 붉은 등대까지란 시,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도축장에서 불법으로 동물의 피를 마시는자, 그리고 경감 프옐레의 사진을 독일로 보내는 일을 한다. 

독일로 무사히 도착 한 후의 나는 에드가와 엄마와도 각기 다른 도시로 정착을 하고 있던 중 끊임없이 감시를 당하고 체포 할 수 있을 거란 우편을 받게된다.   

그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부당하게 해고 당했다는 사실 근거의 자료를 제출할 수 없게 되자 실업수당마저도 받지 못하는 궁핍한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쿠르트가 보내 온 두툼한 편지가 도착 하기전에 받은 전보에는 쿠르트가 끈으로 집에서 목매달아 죽었단 소식을 접한 뒤였다.  

나는 테제쟈도 겨드랑이 아래에 있던 혹 때문에 애인이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조차 못 받고 죽었단 사실과 쿠르트가 보내 온 사진 속 프옐레 경감이 손자의 손을 잡고 쿠헨을 사주는 것이란 글을 보고 경감이 죽은 사람들이 모두 들어있는 자루를 짊어지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헤르타 뮐러의 자전적 청년기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책은 끊임없이 사방에서 보이지 않게 조여오는 숨가뿐 삶을 묘사한다.  

루마니아 내의 소수 민족의 일원인 독일인으로서 루마니어와 독일어에 능통한 그녀의 주위는 당시의 독재자였던 차우셰스쿠의 정권하에서 겪었던 일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글이기에 더욱 와 닿는다.  

독재하에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던지고 있는 이 소설은 에드가의 말 " 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스워져" 처럼 독재하에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까지 그 불편함을 안겨주는 체제하의 고통을 드러낸다.   

감시를 당하게 되자 편지의 안부를 묻는 내용조차도 감시를 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를 하고자 자신의 머리카락을 넣는다든지, 심문, 수색,미행을 나타내는 말 조차 암호처럼 써야 했던 당시의 우울한 시대를 사실적인 묘사와 조어로 보여준다.

경감 앞에서 끌려간 나는 그가 요구하는대로 민요의 시를 

 구름 한 점마다 세 남자친구가 들어 있네
구름이 가득한 세상에서 창녀란 그런 거지
어머니도 원래 그런 거라 하셨네
남자친구가 셋이면 어떠니
진지한 일에나 마음을 쓰렴 _125쪽  

불러주는 대로 읆었을 때의 고통감과 좌절, 모욕감, 두려움을 모두 동반한다.  

독재하의 어둠 속에서 억울한 죽음조차도 자살이란 이름으로 처리되고  법 조차도 국민을 일개의 소모품으로 전락시켜버리는 체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심지어는 잡기위해 일부러 헛된 소문을 퍼뜨려서 그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보이는대로 잡아가는 이상한 나라의 체제를 여실히 보여준 점은 흡사 지금의 어느 분단 된 나라의 한 쪽을 보는 듯이 정확하게 집어주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허리끈, 자루, 노끈 이란 말 밖에 모른단 것처럼 작가의 분신인 나는 루마니아에 살고 있던 이방인인 독일인으로서  자신의 나라인 독일을 동경하고 그 곳을 탈출해서 정착하면서도 두려움에 떤 협박속에 살고 있는 삶의 연장선을 보여준다.  

"숨그네"에서 보여줬던 작가가 만들어 낸 말의 조어는 이 책에서도 그 솜씨를 발휘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줬던 노래의 일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 "마음 짐승"이란 조어는 뮐러만의 독창적인 글의 향연을 보여준 제목이다.  

두려움과 불안의 연장선상인 삶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느낀다는 것 자체가 사치 일수 있는 그 당시의 공산 치하에서  가슴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마음 한 가운데에 있는, 가시가 언제고 날을 세우고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조마조마한 상황을 작가는 조어를 통해서 우리에게 그 맛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 또한 북한의 열렬한 신봉자로서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도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정책적으로도 서로 유지를 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읽어내려가면서도 우리가 처한 현실과도 비교를 해 보게 만든 책이다.  

뮐러의 책은 처음부터 쉽게 빠져들게 하지는 않는다.  

문체 자체가 읽어내려가면서 글의 문단과 문단의 연결성이 부드러운 편은 아니지만 다시 들게만드는 매력에는 작가 자신이 만든 조어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체을 연상시키는 자루, 침대가 있는 기숙사의 표현을 네모난 방이란 표현처럼 읽을 수록 독자의 상상력을 부추기고, 조어의 맛을 곱씹어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처음 부터 푹 빠져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갈수록 점차 속도가 빨라지고 그 내용면에 이끌려 글의 맛에 빠져들게 하는 책이 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모두를 지향하지만 뮐러 작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한 내면적인 고통과 더불어 그 시대를 살아견뎌왔고, 자신이 고백하듯이 루마니아에서의 삶 자체가 우연을 가장한 연극이었는지, 아니면 실제의 진실된 모습이었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판단이 안선단 말엔 두려움과 불안이란 단어가 이 처럼 생생하게 전달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테레쟈에 대한 작가의 연민적인 사랑, 그녀를 앞잡이로 내세운 프옐레 경감의 행동이 자신의 열쇠를 카피하고 전화를 건 곳이 루마니아 대사관으로 연결된 사실에 다시 돌아갈  것을 말하는 나의 심정은 그 누구를 믿어야 하는 인간의신뢰에 대한  절망을 나타낸다.  

그리고 제모를 하기 위한 방법으로 밀랍을 녹여 신체에 붙였다 떼어내는 과정을 묘사한 장면은 아직 제모제가 발달하지 않았던 그 당시의 생활상을 엿 볼 수 있는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잘못된 체제속에서 끊임없이 잘못을 바로 잡고자 했지만, 아니 좀 더 자유스런 인간으로서 살고자 했던 청년들의  삶이  결국 자유를 찾아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가게 하고, 경감에 대한 나의 생각은 누구나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을 하게 한다.  

손자에겐 한 없이 자애로운 할아버지로 변하는 경감의 모습의 이율배반적인 사진 속의 모습은 그래서 용서를 할 수 없는 감정으로 번지게한다.  

마음 짐승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때에 따라선 평생을 내 자신조차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일찍 알아버린 체제의 부당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 겪은 작가 내면의 마음짐승은 우리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란  바로 이것이다란 말로 답을 내리기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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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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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이름이 없다.  

평소엔 얌전한 샌님인 아버지란 사람은 입에 술만 들어갔다하면 엄마를 마른 북어 패듯 패고 그런 무서움과 매질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나는 그저 이년, 저년으로 불리었고 정확한 나이도 알지 못한다.  그런 소녀의 머릿속엔 진짜 자신의 부모를 찾아서 만나는 것이다.

매를 피하다가 못한 엄마가 연례행사로 트렁크에 옷을 넣고 집을 나가던 날 , 그 뒤를 밟아 기차가 오는 역에서 머뭇거리는 엄마를 본 순간 자신이 먼저 떠날 것을 생각하는 소녀다.  

드디어 엄마가 며칠 째 집에 안들어온 것을 본 소녀는 기차 옆의 황금다방에서 마침 방학을 맞은 마담의 아들 숙제와 공부를 봐 준단 핑계로 드나들면서 언나라는 이름을 얻게된다.  

다방 아가씨중 장미란 이름을 가진 언니를 좋아했던 언나는 장미가 좋아하는 백수 백곰의 집에 같이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백곰으로 부터 장미가 자신을 "고아에 불쌍한 년"이란 소릴 했단 소리를 듣고 싸우게 되지만 장미가 편을 든 것은 백곰이란 것을 알고 나온다.   

뛰쳐나온 기차길역에서 만난 태백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서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같이 지내게 되고 벙어리 행세를 본의아니게 하게 되면서 할머니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행복을 잠시나마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한 할머니 아들가족이 들이닥치면서 며느리의 눈살어린 눈치, 손녀 두 명의 멸시, 아들이 엄마에게 사업자금 대 달라라는 소리에 결국 할머니는 소녀에게 돈 몇 푼을 쥐어주고 경찰서에 맡기고 돌아선다.  

경찰서에서 빠져나온 소녀는 어느 종착역에 내려서 목소리라 불린 사람 손에 이끌려 교회에서 식사를 하게 되고 그 곳에서 폐허가에서 살고 있는 어떤 남자와 살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폐허가 옆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서 남자가 오해를 받게되자 다시 그 곳을 떠나 거리의 각설이 패와 함께 동행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각설이 패의 대장 또한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기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닌 단 말을 듣고 같이 찾기로 한 희망도 그가 집착하는 미남이란 여인과 용이라는 삼촌으로 불린 두 사람의 야반도주로 인해서 대장은 무너진다. 겨우 추스린 몸으로 전국장터를 배회하던 중 자리 싸움으로 인해서 대장이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자 달수 삼촌은 돈과 초코파이, 그리고 이제 여인이 된 소녀에게 생리대를 쥐여주며 서울로 가라 말한다.  

서울에 도착한 소녀는 공원에서 유미와 나리를 만나게 되고 상호를 만나게 되면서 그와 같이 밤을 보내게 된다.  

각기 다른 집안 사정으로 인해서 가출 소녀가 된 그들과 같이 지내게 되던 중 나리가 그가 겪어 온 고통이 그대로 답습이 되듯이 새 아빠에게 붙들려 집에 갇히게 되고 나리가 투신 자살을 함으로써 생을 마감한 것을 본 두 소녀는 항의를 해 보지만 소녀는 결국 청소년 보호 시설에서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게 된 소녀는 그 곳을 몰래 나와서 나리가 살던 아파트를 며칠 째 배회하던 중 새 아빠를 만나는 시점을 알고 접근, 칼로 그를 찌른다. 

 책을 읽은 지는 좀 됬지만 바로 내 느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책이다.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소녀가 처한 환경이 극단적이고 그녀가 자신의 부모가 가짜라고 여기는 어른들의 행동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내가 진짜 엄마를 찾으러 다니는 이유는 진짜엄마가 그리워서도, 진짜엄마가 필요해서도 아니다. 가짜를 가짜라고 확신하기 위해서, 이유는 그 뿐이다. 진짜를 찾아내야 가짜를 가짜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 

 

이렇게 말하는 소녀는 진짜 부모가 어떤 사정에 의해서 자신과의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기에 자신이 직접 찾아나선다는 성장이야기는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가슴의 상처를 더욱 아프게 만든다.  

정말 의지하고 싶었던 다방언니 장미의 말 한마디와 잘못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백곰의 편을 든 점은 처음으로 감정적으로 의지하고자 했던 소녀의 마음을 닫히게 하는 데 일조한다.  

태백할머니와의 이별은 아들이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진짜 부모를 찾겠단 생각을 잠시 접을 정도로 행복을 느낀 한 때였건만 핏줄이 앞선 상황에선 결국 소녀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경찰서에 맡기고 가는 가슴아파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엿보여 우울함을 줬다.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각설이 패와의 이별이다. 이들과 만나기 전의 무언의 폐허가 남자의 인생 또한 자신과 비슷한 만만치 않은 가슴을 가졌단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소녀는 어른들의 세계가 결코 자신이 생각하는 뜻대로 되지 않음을, 억울함을 호소 할 길이 없다는 막막함을 느낀다.  

전 남자가 소극적인 비 쥬류의 행동형 인간이라면 각설이패의 대장이나 달수 삼촌은 모처럼 만나는 부초 같은 인생을 보여주는동적인  인생행로를 보여준다. 

자신과 같은 신세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대장에게 의지하고 언젠간 딸을 만날 것을 희망으로 적금을 붓던 달수 삼촌의 인간상이 따뜻한 보금자리라면, 이런 인간들에게 야반도주와 돈을 가지고 간 미남이모와 용이란 인물은 가짜 부모의 형상을 보여준다.  

오래도록 의지하고 싶었고 진짜 부모를 찾는단 희망마저도 무너진 소녀에게 유미와 나리는  그런 의미에서 한가닥 의지하고픈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환경속에서 자란 그들 소녀들에게 의지할 것이라곤 서로에게 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보이지 않는 의리와 우정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꼈던 소녀에게 나리의 죽음을 새 아빠란 인간이 보인 최악의 저질스런 행동은 소녀가 용납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짜 부모의 모습 그대로였고 나리의 복수를 위해서 행한 행동엔 그런 의미가 포함이 되어있다.  

누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지만 내가 모르고 지나치는, 무언의 눈빛을 받았을 지도 모르는  우리들 곁을 스쳐간 소녀의 성장은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함과 아련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만나고 헤어짐을 겪어 오면서 소녀에서 여인으로 변한 몸의 변화와 함께 세상의이치란 것이 맘 먹은 대로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음을,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 우리들 곁의 소녀의 모습이라서 더욱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들 곁을 스쳐 지나간 많은 소녀들을 우리들이 기억못하듯이 그 소녀도 우리를 자신의 곁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행인으로 기억할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연령을 보니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묘사법은 나이에 맞지 않는 인생의 세월 흔적을 엿보게 하고 그런 묘사를 야한표현법이라고 생각하게 하지 않으면서 유아적인 소녀의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되게 하는 서술법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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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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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몬테나 깊은 숲속엔 뱀파이어들만 사는 세계가 있다. 인간에겐 낮인 곳이 그 곳엔 밤이 되고 반대로 밤은 그들의 활동시간이 된다. 이 곳엔 12족의 왕족들이 돌아가면서 왕이나 여왕을 정해서 다스리고 있으며 그 중에 부모와 오빠를 잃은 고아인 드래고미 가문의유일한 계승자인  리사 공주가 있다.  

리사는 완전한 뱀파이어인 모로이 출신인으로  그녀처럼 뱀파이어를 수호하는 성분출신으로 반은 인간, 반은 뱀파이어의 혼혈로 이루어진 댐퍼가 있고 모로이처럼 언젠가 세상을 떠나지만 불멸인 상태, 모로이는 태어나지만 죽음을 갖는 상태를 지닌 또 다른 출신성분인 스트리고이가 있다.  

모로이를 멸족시키려는 목적하에 악행을 저지르는 유일한 적인 스트리고이는 보이지 않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에 모로이들에겐 댐퍼라는 수호인이 필수적이다.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이미 죽은 목숨이었던 로즈를 자신의 온 힘으로 그녀를 살려낸 리사 공주는 자신이 마법의 학교 선생님인 카프 선생처럼 신비의 치료 마술능력을 지닌 것을 알게되고, 살아남은 로즈는 리사와 결속의 관계를 갖게 되면서 리사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된다.  

카프 선생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안 그 둘은 몬테나를 빠져나와 인간세계에서 2년간 살게되지만 어느 날 다시 수호신으로 불리는 다른 댐퍼들에 의해서 다시 아카데미로 오게 된다. 

 주위의 싸늘한 반응과 리사 오빠의 장난스런 사랑 농간에 배신 당한 비 왕족 출신인 미아의 사주로 곤경에 처하게 되고 자신만의 공간이었던 교회의 다락방에 간 리사 공주는 그 곳에서 부모가 모두 스트리고이였던 반항적인 외톨이 크리스티안 오제라는 남학생을 만나게 된다.  

서로간의 통하는 감정을 알게 된 후 좋아하게 된 그 둘을 보면서 로즈는 그녀가 스트리고이가 되거나 치료능력으로 인한 카프 선생처럼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끌려가 자살이란 것으로 생을 마감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크리스티안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후 그 둘은 서먹한 사이가 된다.  

한편 로즈는 수호인이 되기 위한 준비로 24살의 러시아 출신 댐퍼출신인 드미트리와 사제 관계가 되지만 17살의 로즈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애써 무심한 척 하는 그를 보면서 애를 태우던 어느 날 빅토르대쉬코프백작으로 부터 목걸이를 선물받게 되고 그것을 착용하자 마자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 드미트리 방으로 가서 위험한 일을 벌이려는 찰나 목걸이를 던지자 마자 그녀의 머릿속에 리사의 납치 현황이 보이게 되고 그들 사이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무안함이 감돈다.  

이후 리사의 위험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다른 수호인과 함께 그녀의 행방을 크리스티안과 함께 찾게되고 빅토르의 딸인 나탈리가 교내에서 리사가 갈가마귀를 살려낸 현장을 보고 말한 것을 토대로 치료능력이 있는 것을 알게 된 빅토르의 계획에 따라서 자신의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납치한 것임을 알게된다.  

결국 빅토르는 감옥에 수감되어 왕족의 처분을 기다리게  되고 면회를 간 로즈 앞에서 스트리고이로 변한 그의 딸 나탈리는 그녀를 공격하다 드미트리와의 싸움으로  목숨을 잃게된다.  

다시 커플이 된 리사와 크리스티안의 관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로즈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드미트리는 그녀가 미성년이고 댐퍼는 댐퍼와 결혼할 수 없는 신체조건, 그리고 진정한 수호인으로 거듭남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로즈 또한 자신이 수호인으로서의 사명감과 다시 살아난 갈가마귀가 돌아옴을 본 후에 그 새도 결국은 자신과 같은 결속력을 같게 됬음을 알고 리사곁에 있을 것을 다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구미호란 전설이 유명하듯 서양에선 단연 뱀파이어에 관련된 얘기가 끝도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최근에 유명한 뱀파이어 시리즈인 트왈라잇, 뉴문, 브레이킹 던, 이클립스 시리즈를 접해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차디찬 생명력을 지닌 흡혈귀가 공식이라면 이 이야기는 인간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그다지 없어보이고  뱀파이어의 세계에도 왕족이 있고 그 왕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애를  쓰는 비 왕족의 뱀파이어의 모습, 진실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청춘남녀들간의 로맨스도 인간의 감정처럼 곁들인다.  

특이한 점은 기존의 뱀파이어들보다 보다 더 탄력적이고 합법적으로 피를 공급받는 대목이다. 드라큐라처럼 몰래 피를 흡혈하는 것이 아닌 피를 자발적으로 공급해 주는 하류층 계급에 속하는 인간들이 있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그들이 원하는대로 보상해 준다는 점, 그리고 피를 공급받지 못한 위험한 상황이나 인간세계에서 피를 공급받지 못하자 자신의 목을 내밀어 피를 주는 댐퍼 로즈의 행동은 새로운 모습의 뱀파이어 모습을 출현시켰다. (송곳니가 목을 파고 들면서 아프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표정을 글로 읽는 다는 것은 마치 내가 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교회와는 앙숙인 뱀파이어의 세계가 그간의 구도 설정이었다면 여기의 세계는 별천지다. 목사가 있고 교회가 있고 , 고해성사가 있는 , 마치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무리없이 살고 있는 듯한 설정과 마법능력인 4가지를 습득하는 묘사 대목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학교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지나친 습득으로 인해서  자살에 이를 수 있는 경고성의 행동, 그리고 수호인이 되기 위한 훈련같은 모습은 뱀파이어의 다양한 변신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드미트리의 말처럼 아직 청소년에 지나지 않는 로즈에 대한 염려를 표현하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지만 연작시리즈로 나오는 다음 책에선 어떤 사랑의 과정이 이루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새로운 영역으로서의 뱀파이어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기도 하는 이 책은 다소 두껍지만 두껍다고 느낄 수가 없을 만큼 재미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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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두 집 - <시앗(남편의 첩)> 저자의 가슴 아린 이야기
정희경 지음 / 지상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글이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란 서영은  대학도 종교계통의 기숙사가 있는 곳에 다니던 중 준혁이란 동갑내기 학생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교내에서도 글 솜씨가 좋기로 유명한, 자기 감정에 아주 충실한 여대생이다. 그런 둘 사이는 전교에서 알 정도로 유명했지만 남자의 집안이 가난하단 이유로 집안의 반대에 부딪치고 급기야 그 둘은 도망치게 되지만 결국 헤어지게 된다.  

이후 그녀는 준혁을 만나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심하에 그가  없는 사이 편입을 하게 되고 곧 이어서 동창인 인애의 소개로 어릴 적 오빠로만 알고 있었던 인수를 정식으로 만나게 된다. 집안의 적극적인 개입과 인수의 용기는 그녀가 결국 결혼이란 것으로 골인을 하게 한다.  

아들 둘을 낳고 사는 동안에도 남편은 밖에선 철저한 자신관리로 서영, 본인이 첩이 있단 사실조찾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행동을 하지만 결국 그 둘의 관계는 이미 25년간 지속된 관계임을 알고 쓰러진다. 이혼은 결코 있을 수 없단 친정 아버지와 엄마의 만류로 오랜 생각끝에 그들의 관계를 인정하게 된다. 인정이 된 후의 그 둘의 행동은 엄연히 그녀를 형님으로 부르며  제 집안 드나들듯 하는 첩 지연과 , 여자를 많이 거느리는 것은 남자의 능력이란 어처구니 없는 인수의 생각차이에서 오는 행실은 서영의 자리를 더욱 외롭고 고립되게 만든다. 더군다나  맏아들 조차도 미국으로 가 버린 후 연락을  끊겠다는 편지 한 장 달랑 주고 가버린 마당에 그마나 살갑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은 둘째 아들내외_ 

매년 찾아오는 계절이면 둘의 해외 여행은 관례처럼 굳어졌고,  자질구레한 병원 내진이나 음식 만들기는 당연한 그녀의 차지가된다.  그녀 앞에서 속옷 바람으로 당연하다는 듯 보이는 그들의 행태를 삭이면서 서영은 "시앗"이란 글을 발표하면서 시댁 식구와 인수의 매몰찬 찬바람에 외톨이가 된다.  

이후 글 쓰기를 포기하면서 (인수가 너무 싫어했던 일) 가정에 안주하고자 했던 자신의 내면에 분 인생의 회한을 바탕으로 글 쓰기를 시작하지만 여전히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손녀가 태어남으로 인해서 가정으로 돌아오길 바랐던 그녀의 마지막 희망마저도 부질없음을 알게 된다.  

환갑60을 넘어서 이혼을 결심한 서영은 끝까지 남편 인수의 어이없는 요구에 혀를 차지만 결국 수용하고 오피스텔에서 혼자만의 생활을 시작한다. 이혼의 충격은 아들내외의 연락마저도 끊게 만들었지만 첫 사랑인 준혁의 국내 지사 근무 신청으로 인한 귀국으로 다시금 재회를 하게 된다.  

준혁의 세심한 배려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던 과거의 모든 일을 기억해 내며 배려를 해주는 그를 보면서 준혁의 청혼을 고민하지만 그녀는 그가 다시 미국으로 떠난 뒤에 생각을 해 보겠단 말로 이별을 한다.  

6개월 뒤에 찾아온 아들내외의 연락과 함께 간간이 써온 글을 출판하게 되는 일도 맞게 되면서 서영은 또 다른 나의 인생길을 향해 나아간다.  

아주 어릴 적 옆 집에 이사온 나와 동갑인 남장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전학을 하지 않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통학한 아이였다.  

어느 날 학교에서 친구와 함께 교문에서 다른 반 선생님이 그 아이의 아버지와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전학을 하다 보다 하고 집에 와서 엄마께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그런일이 없다고 하더라는 말을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하더란다고 말했다.  

먼 훗날 그 일은 내가 잘못 본 일이 아닌 실제 윗 소설처럼 그 아이의 아버지가 두 집 살이를 하는 사람이었고 이미 첩에게선 두 남매가 호적에 올라있기에 전학차 인사를 하러 온거였단 말을 들었다. 그 집은 내가 성인이 되서도 여전히 살고 있었고 형님,아우 하면서 때때로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된 후에 들은 얘기론 본 처인 옆집 아줌마의 가슴은 항상 뭔가가 내리 누르는 것이 있다고 하소연 하더란말을 들었다.

위의 경우처럼 서영은 남편 인수가 집안 대대로 시앗을 보는 집안이었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여기는 집안의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더구나 부인의 첫 사랑과도 잘 아는 사이였고 무엇보다 도망갈 정도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던 그 둘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던 탓에 서영 자신이 인정했듯이 인수 자신도 많이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자신보단 준혁을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 속에 술만 들어가면 폭언과 그 간의 감정을 쏟아붓고 이제는 25년씩이나 자신의 엄마도 첩의 신분으로 자신을 낳은 컴플렉스를 갖고있는 지연도 결국 엄마의 팔자와 똑같은 행보를 보인다는 데서 실소가 나온다.  

그 둘의 사이를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가슴의 응어리가 졋을 것이며, 아마도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아무리 관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버젖이 집안을 드나들며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서 본처가 겪을 감정의 소용돌이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하는 답답함을 느낀다.  

시대적인 상황도 있고 고지식한 윗 부모세대의 그저 참고 살란식의 압력에 높은 학력과 뛰어난 글쓰기 솜씨를 가졌음에도 발휘하지 못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음식과 모든 수발을 하는 서영의 태도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인정하기까지 허락을 했다면 그 선에서 마무리 짓고 그들의 부탁에 동조를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중에 그런 행동을 그나마 서영의 말이 나와서 그런 행동을 더러 보이기는 하지만....)

자식의 성혼을 이루고 난 후의 그간의 맘 속의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 되새겨보리라 했던 서영의 결심대로 그들의 저간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살아온 세월의 흔적은 수술자국만 남기게 되고 서영의 이혼은 또 다른 사랑으로 다가오지만 이미 결혼에서 맛본 인간에 대한 신뢰와 기만, 유린당한 감정의 폭은 준혁의 따스한 맘을 알면서도 과거속에 있는 자신의 20대 서영으로 남아있다는 점, 그리고 살면서 인수에 대한 흔적을 비교할 것이란 생각에 스스로 벽을 가두고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말하는 서영의 태도엔 안타까움이 든다.  

다시 만난 준혁의 사랑엔 과거나, 현재, 미래에도 결코 그간 서영이 당하고 온 결혼이란 참된 의미의 부부정을 모르고 살았던 만큼 준혁의 말처럼 이제 살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살겠는가? 길어야 20년?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의 날이 짧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의 사랑을 받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서영에게 절친인 친구의 위치가 첩실위치에 있는 또 다른 현실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남의 가정의 파탄자로 보일수도있고, 서영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첩실은 첩실이되 자신이 당한 경우와는 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부분에서 결혼과 간통의 법 제도권안에서 어떤것이 진실된 감정의 교류로 나아가고 같이 동반하는 생활이 어울리는지 생각을 하게 한다.  

첩실이 또 다른 첩실을 보지 못한다고 지연이 분하다고  서영에게 같이 가서 혼을 내주자는 말엔 그들의 관계를 초월한 서영에겐 그저 한낱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조강지처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인수가 퇴직 후에 보이는 실 생활에서 그녀를 의지하되 또 다시 이용하고 지연의 집으로 가는 행동엔 한 두살 어린애도 이러진 않겠단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게 만든다.  

사랑을 이루기엔 너무 늦어다고, 과거의 사랑은 과거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자고, 생각하는 서영에게 아픈 가슴이 무뎌지기까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고 믿는다. 다만 더 늦기전에 앞으로의 인생도 이혼이란 큰 산을 넘었듯, 행복의 산이 저 만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준혁과의 아름다운 황혼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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