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두 집 - <시앗(남편의 첩)> 저자의 가슴 아린 이야기
정희경 지음 / 지상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글이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란 서영은  대학도 종교계통의 기숙사가 있는 곳에 다니던 중 준혁이란 동갑내기 학생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교내에서도 글 솜씨가 좋기로 유명한, 자기 감정에 아주 충실한 여대생이다. 그런 둘 사이는 전교에서 알 정도로 유명했지만 남자의 집안이 가난하단 이유로 집안의 반대에 부딪치고 급기야 그 둘은 도망치게 되지만 결국 헤어지게 된다.  

이후 그녀는 준혁을 만나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심하에 그가  없는 사이 편입을 하게 되고 곧 이어서 동창인 인애의 소개로 어릴 적 오빠로만 알고 있었던 인수를 정식으로 만나게 된다. 집안의 적극적인 개입과 인수의 용기는 그녀가 결국 결혼이란 것으로 골인을 하게 한다.  

아들 둘을 낳고 사는 동안에도 남편은 밖에선 철저한 자신관리로 서영, 본인이 첩이 있단 사실조찾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행동을 하지만 결국 그 둘의 관계는 이미 25년간 지속된 관계임을 알고 쓰러진다. 이혼은 결코 있을 수 없단 친정 아버지와 엄마의 만류로 오랜 생각끝에 그들의 관계를 인정하게 된다. 인정이 된 후의 그 둘의 행동은 엄연히 그녀를 형님으로 부르며  제 집안 드나들듯 하는 첩 지연과 , 여자를 많이 거느리는 것은 남자의 능력이란 어처구니 없는 인수의 생각차이에서 오는 행실은 서영의 자리를 더욱 외롭고 고립되게 만든다. 더군다나  맏아들 조차도 미국으로 가 버린 후 연락을  끊겠다는 편지 한 장 달랑 주고 가버린 마당에 그마나 살갑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은 둘째 아들내외_ 

매년 찾아오는 계절이면 둘의 해외 여행은 관례처럼 굳어졌고,  자질구레한 병원 내진이나 음식 만들기는 당연한 그녀의 차지가된다.  그녀 앞에서 속옷 바람으로 당연하다는 듯 보이는 그들의 행태를 삭이면서 서영은 "시앗"이란 글을 발표하면서 시댁 식구와 인수의 매몰찬 찬바람에 외톨이가 된다.  

이후 글 쓰기를 포기하면서 (인수가 너무 싫어했던 일) 가정에 안주하고자 했던 자신의 내면에 분 인생의 회한을 바탕으로 글 쓰기를 시작하지만 여전히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손녀가 태어남으로 인해서 가정으로 돌아오길 바랐던 그녀의 마지막 희망마저도 부질없음을 알게 된다.  

환갑60을 넘어서 이혼을 결심한 서영은 끝까지 남편 인수의 어이없는 요구에 혀를 차지만 결국 수용하고 오피스텔에서 혼자만의 생활을 시작한다. 이혼의 충격은 아들내외의 연락마저도 끊게 만들었지만 첫 사랑인 준혁의 국내 지사 근무 신청으로 인한 귀국으로 다시금 재회를 하게 된다.  

준혁의 세심한 배려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던 과거의 모든 일을 기억해 내며 배려를 해주는 그를 보면서 준혁의 청혼을 고민하지만 그녀는 그가 다시 미국으로 떠난 뒤에 생각을 해 보겠단 말로 이별을 한다.  

6개월 뒤에 찾아온 아들내외의 연락과 함께 간간이 써온 글을 출판하게 되는 일도 맞게 되면서 서영은 또 다른 나의 인생길을 향해 나아간다.  

아주 어릴 적 옆 집에 이사온 나와 동갑인 남장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전학을 하지 않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통학한 아이였다.  

어느 날 학교에서 친구와 함께 교문에서 다른 반 선생님이 그 아이의 아버지와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전학을 하다 보다 하고 집에 와서 엄마께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그런일이 없다고 하더라는 말을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하더란다고 말했다.  

먼 훗날 그 일은 내가 잘못 본 일이 아닌 실제 윗 소설처럼 그 아이의 아버지가 두 집 살이를 하는 사람이었고 이미 첩에게선 두 남매가 호적에 올라있기에 전학차 인사를 하러 온거였단 말을 들었다. 그 집은 내가 성인이 되서도 여전히 살고 있었고 형님,아우 하면서 때때로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된 후에 들은 얘기론 본 처인 옆집 아줌마의 가슴은 항상 뭔가가 내리 누르는 것이 있다고 하소연 하더란말을 들었다.

위의 경우처럼 서영은 남편 인수가 집안 대대로 시앗을 보는 집안이었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여기는 집안의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더구나 부인의 첫 사랑과도 잘 아는 사이였고 무엇보다 도망갈 정도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던 그 둘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던 탓에 서영 자신이 인정했듯이 인수 자신도 많이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자신보단 준혁을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 속에 술만 들어가면 폭언과 그 간의 감정을 쏟아붓고 이제는 25년씩이나 자신의 엄마도 첩의 신분으로 자신을 낳은 컴플렉스를 갖고있는 지연도 결국 엄마의 팔자와 똑같은 행보를 보인다는 데서 실소가 나온다.  

그 둘의 사이를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가슴의 응어리가 졋을 것이며, 아마도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아무리 관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버젖이 집안을 드나들며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서 본처가 겪을 감정의 소용돌이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하는 답답함을 느낀다.  

시대적인 상황도 있고 고지식한 윗 부모세대의 그저 참고 살란식의 압력에 높은 학력과 뛰어난 글쓰기 솜씨를 가졌음에도 발휘하지 못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음식과 모든 수발을 하는 서영의 태도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인정하기까지 허락을 했다면 그 선에서 마무리 짓고 그들의 부탁에 동조를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중에 그런 행동을 그나마 서영의 말이 나와서 그런 행동을 더러 보이기는 하지만....)

자식의 성혼을 이루고 난 후의 그간의 맘 속의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 되새겨보리라 했던 서영의 결심대로 그들의 저간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살아온 세월의 흔적은 수술자국만 남기게 되고 서영의 이혼은 또 다른 사랑으로 다가오지만 이미 결혼에서 맛본 인간에 대한 신뢰와 기만, 유린당한 감정의 폭은 준혁의 따스한 맘을 알면서도 과거속에 있는 자신의 20대 서영으로 남아있다는 점, 그리고 살면서 인수에 대한 흔적을 비교할 것이란 생각에 스스로 벽을 가두고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말하는 서영의 태도엔 안타까움이 든다.  

다시 만난 준혁의 사랑엔 과거나, 현재, 미래에도 결코 그간 서영이 당하고 온 결혼이란 참된 의미의 부부정을 모르고 살았던 만큼 준혁의 말처럼 이제 살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살겠는가? 길어야 20년?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의 날이 짧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의 사랑을 받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서영에게 절친인 친구의 위치가 첩실위치에 있는 또 다른 현실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남의 가정의 파탄자로 보일수도있고, 서영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첩실은 첩실이되 자신이 당한 경우와는 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부분에서 결혼과 간통의 법 제도권안에서 어떤것이 진실된 감정의 교류로 나아가고 같이 동반하는 생활이 어울리는지 생각을 하게 한다.  

첩실이 또 다른 첩실을 보지 못한다고 지연이 분하다고  서영에게 같이 가서 혼을 내주자는 말엔 그들의 관계를 초월한 서영에겐 그저 한낱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조강지처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인수가 퇴직 후에 보이는 실 생활에서 그녀를 의지하되 또 다시 이용하고 지연의 집으로 가는 행동엔 한 두살 어린애도 이러진 않겠단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게 만든다.  

사랑을 이루기엔 너무 늦어다고, 과거의 사랑은 과거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자고, 생각하는 서영에게 아픈 가슴이 무뎌지기까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고 믿는다. 다만 더 늦기전에 앞으로의 인생도 이혼이란 큰 산을 넘었듯, 행복의 산이 저 만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준혁과의 아름다운 황혼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