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녀는 이름이 없다.  

평소엔 얌전한 샌님인 아버지란 사람은 입에 술만 들어갔다하면 엄마를 마른 북어 패듯 패고 그런 무서움과 매질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나는 그저 이년, 저년으로 불리었고 정확한 나이도 알지 못한다.  그런 소녀의 머릿속엔 진짜 자신의 부모를 찾아서 만나는 것이다.

매를 피하다가 못한 엄마가 연례행사로 트렁크에 옷을 넣고 집을 나가던 날 , 그 뒤를 밟아 기차가 오는 역에서 머뭇거리는 엄마를 본 순간 자신이 먼저 떠날 것을 생각하는 소녀다.  

드디어 엄마가 며칠 째 집에 안들어온 것을 본 소녀는 기차 옆의 황금다방에서 마침 방학을 맞은 마담의 아들 숙제와 공부를 봐 준단 핑계로 드나들면서 언나라는 이름을 얻게된다.  

다방 아가씨중 장미란 이름을 가진 언니를 좋아했던 언나는 장미가 좋아하는 백수 백곰의 집에 같이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백곰으로 부터 장미가 자신을 "고아에 불쌍한 년"이란 소릴 했단 소리를 듣고 싸우게 되지만 장미가 편을 든 것은 백곰이란 것을 알고 나온다.   

뛰쳐나온 기차길역에서 만난 태백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서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같이 지내게 되고 벙어리 행세를 본의아니게 하게 되면서 할머니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행복을 잠시나마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한 할머니 아들가족이 들이닥치면서 며느리의 눈살어린 눈치, 손녀 두 명의 멸시, 아들이 엄마에게 사업자금 대 달라라는 소리에 결국 할머니는 소녀에게 돈 몇 푼을 쥐어주고 경찰서에 맡기고 돌아선다.  

경찰서에서 빠져나온 소녀는 어느 종착역에 내려서 목소리라 불린 사람 손에 이끌려 교회에서 식사를 하게 되고 그 곳에서 폐허가에서 살고 있는 어떤 남자와 살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폐허가 옆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서 남자가 오해를 받게되자 다시 그 곳을 떠나 거리의 각설이 패와 함께 동행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각설이 패의 대장 또한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기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닌 단 말을 듣고 같이 찾기로 한 희망도 그가 집착하는 미남이란 여인과 용이라는 삼촌으로 불린 두 사람의 야반도주로 인해서 대장은 무너진다. 겨우 추스린 몸으로 전국장터를 배회하던 중 자리 싸움으로 인해서 대장이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자 달수 삼촌은 돈과 초코파이, 그리고 이제 여인이 된 소녀에게 생리대를 쥐여주며 서울로 가라 말한다.  

서울에 도착한 소녀는 공원에서 유미와 나리를 만나게 되고 상호를 만나게 되면서 그와 같이 밤을 보내게 된다.  

각기 다른 집안 사정으로 인해서 가출 소녀가 된 그들과 같이 지내게 되던 중 나리가 그가 겪어 온 고통이 그대로 답습이 되듯이 새 아빠에게 붙들려 집에 갇히게 되고 나리가 투신 자살을 함으로써 생을 마감한 것을 본 두 소녀는 항의를 해 보지만 소녀는 결국 청소년 보호 시설에서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게 된 소녀는 그 곳을 몰래 나와서 나리가 살던 아파트를 며칠 째 배회하던 중 새 아빠를 만나는 시점을 알고 접근, 칼로 그를 찌른다. 

 책을 읽은 지는 좀 됬지만 바로 내 느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책이다.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소녀가 처한 환경이 극단적이고 그녀가 자신의 부모가 가짜라고 여기는 어른들의 행동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내가 진짜 엄마를 찾으러 다니는 이유는 진짜엄마가 그리워서도, 진짜엄마가 필요해서도 아니다. 가짜를 가짜라고 확신하기 위해서, 이유는 그 뿐이다. 진짜를 찾아내야 가짜를 가짜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 

 

이렇게 말하는 소녀는 진짜 부모가 어떤 사정에 의해서 자신과의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기에 자신이 직접 찾아나선다는 성장이야기는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가슴의 상처를 더욱 아프게 만든다.  

정말 의지하고 싶었던 다방언니 장미의 말 한마디와 잘못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백곰의 편을 든 점은 처음으로 감정적으로 의지하고자 했던 소녀의 마음을 닫히게 하는 데 일조한다.  

태백할머니와의 이별은 아들이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진짜 부모를 찾겠단 생각을 잠시 접을 정도로 행복을 느낀 한 때였건만 핏줄이 앞선 상황에선 결국 소녀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경찰서에 맡기고 가는 가슴아파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엿보여 우울함을 줬다.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각설이 패와의 이별이다. 이들과 만나기 전의 무언의 폐허가 남자의 인생 또한 자신과 비슷한 만만치 않은 가슴을 가졌단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소녀는 어른들의 세계가 결코 자신이 생각하는 뜻대로 되지 않음을, 억울함을 호소 할 길이 없다는 막막함을 느낀다.  

전 남자가 소극적인 비 쥬류의 행동형 인간이라면 각설이패의 대장이나 달수 삼촌은 모처럼 만나는 부초 같은 인생을 보여주는동적인  인생행로를 보여준다. 

자신과 같은 신세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대장에게 의지하고 언젠간 딸을 만날 것을 희망으로 적금을 붓던 달수 삼촌의 인간상이 따뜻한 보금자리라면, 이런 인간들에게 야반도주와 돈을 가지고 간 미남이모와 용이란 인물은 가짜 부모의 형상을 보여준다.  

오래도록 의지하고 싶었고 진짜 부모를 찾는단 희망마저도 무너진 소녀에게 유미와 나리는  그런 의미에서 한가닥 의지하고픈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환경속에서 자란 그들 소녀들에게 의지할 것이라곤 서로에게 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보이지 않는 의리와 우정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꼈던 소녀에게 나리의 죽음을 새 아빠란 인간이 보인 최악의 저질스런 행동은 소녀가 용납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짜 부모의 모습 그대로였고 나리의 복수를 위해서 행한 행동엔 그런 의미가 포함이 되어있다.  

누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지만 내가 모르고 지나치는, 무언의 눈빛을 받았을 지도 모르는  우리들 곁을 스쳐간 소녀의 성장은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함과 아련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만나고 헤어짐을 겪어 오면서 소녀에서 여인으로 변한 몸의 변화와 함께 세상의이치란 것이 맘 먹은 대로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음을,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 우리들 곁의 소녀의 모습이라서 더욱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들 곁을 스쳐 지나간 많은 소녀들을 우리들이 기억못하듯이 그 소녀도 우리를 자신의 곁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행인으로 기억할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연령을 보니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묘사법은 나이에 맞지 않는 인생의 세월 흔적을 엿보게 하고 그런 묘사를 야한표현법이라고 생각하게 하지 않으면서 유아적인 소녀의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되게 하는 서술법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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