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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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의 첫 아들인 소현세자는 인조의 굴욕적인 항복의 댓가로 인질로 동생인 봉림대군과 고위 관리 자제들과 같이 볼모로 청에 잡혀간다.  

그 세월이 흘러서 청의 왕권 교체 다툼에서 그들만의 권력쟁탈전을 보게 되고 어디에서도 자신의 뜻을 말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청의 대신으로 일찍이 황제의 여자로 있던 조선에서 끌려온 양반의 딸인 흔을 하사 받은 고위관리와의 힘겨루기 경쟁, 심기원의 아들인 심석경에 대한 세자의 끊임없는 의심과 신뢰를 반복하면서 결코 누구도 믿을 수 없되, 믿지 않을 수 없으며, 죽여야 하되, 결코 죽여서는 안되는 , 반드시 살려내야 하는 심석경에 대한 애증의 폭을 드러낸다. 

청의 도르곤의 권력양위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파장이 조선에 몰고올 여파를 생각 하지 않을 수없는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자신의 힘없는 무능함을 드러낸 말 한마디에도 신중함을 보인다.  

아버지인 인조가 자신을 생각하는 뜻과, 자신이 원치 않았음에도 자신은 조선의 세자란 사실에서 버거운 삶을 이어나간 소현은 조선에서 반정의 세력모함 주동인으로서 심기원이 내세운 회은군 이덕인과의 관계는 그를 더욱 고립으로 몰아가고 이 와중에 천한 출신으로 청나라 말을 익힌 잇점을 자신의 능력으로 삼아 통역일을 하는 신분으로 상승한 만상이란 인물이 등장을 하고 신의 내림굿딸로 지내던 막금이 흔을 모시면서 심석경과 흔의 안타까운 정인의 관계를 이국에서 이루지 못한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준다.  

인조를 보러가는 중에는 반드시 자신대신 아들인 원손이 청에 가 있어야 하는 현실에서 오는 아비로서의 아들에 대한 그리움, 애틋한 정 한 번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자란 아들을 바라보는 소현의 심성은 그 표현의 강도가 폭발을 누르고 지그시 자제를 행 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드리운다.  

회은군과 함께 심기원 일당이 소탕이 되고 자신의 입지가 더욱 좁아짐을 느낀 소현의 마음은 봉림에게 의지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런 형을 바라보는 봉림의 마음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보인다.  

역사상 가장 비운의 왕가쪽 인물이라면 단연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사도세자지만, 소현세자 또한 이에 못지 않은 불운의 삶을 살다 간 인물이다.  

드라마 "추노"에서 소현의 자제인 원손이 제주도에 갇혀있다는 설정하에 무대가 이어지고 있던 상황의 극을 보면서 소현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일었다. 

다른 작가들이 써 온 역사소설 속의 구성이 시대상의 압축과 소현의 마음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한 반면 이 소설은 내내 무거움을 주고 남겼다. 

시종 일관 소현을 비롯한 주의의 인물의 내면에 생각이나 말 표현이 많은 함축을 하고 배제되어 있기에 소설상의 분위기는 답답함을 주기까지 한다.  

고국에 돌아와서 얼마 안되어 죽은 소현의 죽음 자체도 여전히 의문에 쌓여있고, 아버지 보다 뛰어난 인물은 친 혈육이라도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던 당시의 조선이란 나라의 정치세계는 소현이란 인물이 청에서 받아들이고 익힌 서양 문물에 대한 뜻을 펼치기엔 너무 좁았고 그런 소현을 지지해 주는 기반이 없었단 점에서 많은 안타까움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릇 태평성대라는 의미안에는 왕 자신의 내면적으로 뛰어난 자질과 소양도 갖추어야 할 기본기가 있어야겠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위의 환경요건, 보좌를 함에 있어서 훌륭한 신하들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세종대왕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알고 있다.  

그런점에 비추어 볼 때 소현이 갖고 있던 내면의 자질은 그에 못지 않았을 거란 생각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오직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조선의 사정을 재건키 위해 자신의 뜻을 감추고 살아온 청국에서의 볼모 생활은 아버지 인조가 생각하는 그런 세자로 생각되어지지 않았단 점이 어긋난 행보를 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를 앞서간 소현의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정신은 인조나 당시 조정대신들 눈엔 이단자의 눈으로 보였을 것이고, 심기원 일당의 반정모함 실패 사건은 소현으로 하여금 아버지 인조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려운 단서를 제공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소설은 시종 이런 분위기조차도 내내 부자 지간의 대화라고 하기엔 짦은 말 몇 마디 속에 그 의중을 헤아리게 하였고, 심지어는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서술방식으로 이어지고있다. 

타고난 신분에 따라서 소현은 소현대로의 왕세자란 신분에 맞게 자신을 주위에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남았고, 천출출신인 막금이나 만상같은 인물들 또한 그네들 나름대로의 잡초같은 인생을 그들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다만 막금이나 만상처럼 속 시원히 자신이 살아남고자 애쓰는 과정이 현실적인 대안의 방법이었다면 소현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신분의 위험을 감수하며 그날 그날을 살았다는 점에서 대비된 삶을 보여준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란 말이 있듯이 소현의 죽음 또한 정확한  것이라고 하기엔 의심의 여지를 두고 있기에 , 총명하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만 있었다면 효종과는 또 다른 청에 대한 조선의 현실적인 정치실현이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의 상상을 해 보게 한다.  

작가의 반어적인 문체 표현 속에 소현을 비롯한 인조, 심석경, 흔의 맘을 알듯 말듯 하게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도 그리 개운치 않는 느낌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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