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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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바벤 마을에서 자란 나는 네모란 방이라 표현이 되는 기숙사에서 나를 포함한 5명의 여자들과 생활을 한다.  

그 일원중 롤라라는 여자아이는 자신의 가난을 벗어나고자 해가 지면 기차역에서 내리는 흰 셔츠 차림의 남자들을 유혹하고  기숙사에서 돌아온 후의 그녀의 등은 숲 속에서 뒹굴고 있는 나뭇잎의 그림이 주를 이룬다.  

어느 날 체육시간에 넘어진 그녀를 본 체육교사는 그녀를 따로 불러내게 되고 얼마 후 롤라는 나의 원피스에 있는 허리띠로 목을 매 자살을 한다.  

여섯 개의 침대에서 하나가 비워지고 나의 트렁크엔 그녀의 일기장이 숨겨져 있었다. 그 안의 내용엔 롤라가 강간을 당하게 됬고 임신까지 한 상태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자살이란 명목으로 처리되었음을 암시하게 한다.    

이후 일기장은 사라지게 되고 교내 대회에서 롤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그녀는 당원에서 제적이 되면서 이에 찬성하는 행동으로 나는 손을 들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이 자살이란 점에 의문을 갖던 세 청년 에드가, 쿠르트, 게오르크는 나에게 롤라에 대한 것을 물어오게 되면서 교류를 갖는다.  

이들은 불법으로 낙인이 된 서적을 들여오고 읽으면서 그 책들을 사람이 살지 않는 여름별장이란 곳에 숨기고 민요로 내려오는 시를 읆는 이들을 경감인 프옐레가 감시를 하게 된다.  

그는 그들의 부모집을 가택수색을 당하게 되고 다시 경감에게 끌려간 그 셋은 모욕적인 벌을 받는다.  

이에 편지를 쓰게 된다면 서로가 알아 볼 수 있게 기호를 정하게 되고 이런 서신의 왕래 속에 숨 막히는 감시를 계속 당하는 생활이 된다.   

졸업 후 게오르크는 외진 곳에 교사로, 쿠르트는 도축장에서 기술자로, 에드가는 산업도시에서 교사로 , 나는 번역사 일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경감에게 다시 불려간 나는 그가 불러주는 대로 시를 읊어야 했으며, 이런 와중에 공장장의 딸인 테레쟈를 여 재단사의 집에서 비밀의 책 보관 장소열쇠를 맡기러 갔다가 만나게된다.  

경감 프옐레의 앞잡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에도 계속 그녀와 만남을 지속하던 나는 스파이 노릇을 하라는 협박에 응하지 않는 댓가로 해고를 당하게 된다.  

하숙집에서 엄마로 부터 도움을 받던 중 테레쟈의 주선으로 모피공장장 아이들에게 독일어를 가프쳐 주는 일을 하게 되지만 이 역시도 공장장 부인으로 부터 나에 대한 해고 경위를 듣고 잘리게 된다.  

한편 에드가와 게오르크도 해고를 당하게 되지만 쿠르트만은 해고를 면한다.  

게오르크는 쿠르트가 있는 곳에서 같이 지내다 기차역에서 폭행을 당하게 되고 법에 고소장을 내밀지만 병원에서 준 퇴원서 병인은 "구토를 동반한 여름철 독감"이란 진단서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게오르크는 출국신청서를 작성하게 되고 허가가 나올 때 까지 에드가의 부모집에서 에드가와 함께 지내게 된다.  

홀로 지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진 게오르크는 도시로 같이 가자는 에드가의 말을 뿌리치고 출국허가통지서를 받고 독일로 간 후 두 달뒤 엽서를 그들에게 보내게 되지만 그들이 받은 시기는 이미 그의 영혼은 이승을 떠난 뒤였다. 그리고 얼마 후 프랑크푸르트 임시 숙소 6층에서 "즉사"로 죽었단 통보를 받게 된다.  

남겨진 에드가 또한 경감에게 끌려가 협조하라는 사인 종용을 받게 되지만 거절을 하고 경감이 그에게 내민 것은 쿠르트의 머리카락이 담긴 봉투를 보여준다.  

에드가와 나는 쿠르트에게 독일로 같이 갈 것을 권하지만 둘이 먼저 떠난 후 자신도 가겠다는 말로 거절을 하고 쿠르트는 옷장 맨 안쪽에서 게오르크가 남긴 시 아홉편을 찾아낸다.  

세관을 통해서 쿠르트는 도주자 명단, 붉은 등대까지란 시,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도축장에서 불법으로 동물의 피를 마시는자, 그리고 경감 프옐레의 사진을 독일로 보내는 일을 한다. 

독일로 무사히 도착 한 후의 나는 에드가와 엄마와도 각기 다른 도시로 정착을 하고 있던 중 끊임없이 감시를 당하고 체포 할 수 있을 거란 우편을 받게된다.   

그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부당하게 해고 당했다는 사실 근거의 자료를 제출할 수 없게 되자 실업수당마저도 받지 못하는 궁핍한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쿠르트가 보내 온 두툼한 편지가 도착 하기전에 받은 전보에는 쿠르트가 끈으로 집에서 목매달아 죽었단 소식을 접한 뒤였다.  

나는 테제쟈도 겨드랑이 아래에 있던 혹 때문에 애인이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조차 못 받고 죽었단 사실과 쿠르트가 보내 온 사진 속 프옐레 경감이 손자의 손을 잡고 쿠헨을 사주는 것이란 글을 보고 경감이 죽은 사람들이 모두 들어있는 자루를 짊어지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헤르타 뮐러의 자전적 청년기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책은 끊임없이 사방에서 보이지 않게 조여오는 숨가뿐 삶을 묘사한다.  

루마니아 내의 소수 민족의 일원인 독일인으로서 루마니어와 독일어에 능통한 그녀의 주위는 당시의 독재자였던 차우셰스쿠의 정권하에서 겪었던 일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글이기에 더욱 와 닿는다.  

독재하에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던지고 있는 이 소설은 에드가의 말 " 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스워져" 처럼 독재하에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까지 그 불편함을 안겨주는 체제하의 고통을 드러낸다.   

감시를 당하게 되자 편지의 안부를 묻는 내용조차도 감시를 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를 하고자 자신의 머리카락을 넣는다든지, 심문, 수색,미행을 나타내는 말 조차 암호처럼 써야 했던 당시의 우울한 시대를 사실적인 묘사와 조어로 보여준다.

경감 앞에서 끌려간 나는 그가 요구하는대로 민요의 시를 

 구름 한 점마다 세 남자친구가 들어 있네
구름이 가득한 세상에서 창녀란 그런 거지
어머니도 원래 그런 거라 하셨네
남자친구가 셋이면 어떠니
진지한 일에나 마음을 쓰렴 _125쪽  

불러주는 대로 읆었을 때의 고통감과 좌절, 모욕감, 두려움을 모두 동반한다.  

독재하의 어둠 속에서 억울한 죽음조차도 자살이란 이름으로 처리되고  법 조차도 국민을 일개의 소모품으로 전락시켜버리는 체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심지어는 잡기위해 일부러 헛된 소문을 퍼뜨려서 그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보이는대로 잡아가는 이상한 나라의 체제를 여실히 보여준 점은 흡사 지금의 어느 분단 된 나라의 한 쪽을 보는 듯이 정확하게 집어주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허리끈, 자루, 노끈 이란 말 밖에 모른단 것처럼 작가의 분신인 나는 루마니아에 살고 있던 이방인인 독일인으로서  자신의 나라인 독일을 동경하고 그 곳을 탈출해서 정착하면서도 두려움에 떤 협박속에 살고 있는 삶의 연장선을 보여준다.  

"숨그네"에서 보여줬던 작가가 만들어 낸 말의 조어는 이 책에서도 그 솜씨를 발휘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줬던 노래의 일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 "마음 짐승"이란 조어는 뮐러만의 독창적인 글의 향연을 보여준 제목이다.  

두려움과 불안의 연장선상인 삶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느낀다는 것 자체가 사치 일수 있는 그 당시의 공산 치하에서  가슴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마음 한 가운데에 있는, 가시가 언제고 날을 세우고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조마조마한 상황을 작가는 조어를 통해서 우리에게 그 맛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 또한 북한의 열렬한 신봉자로서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도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정책적으로도 서로 유지를 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읽어내려가면서도 우리가 처한 현실과도 비교를 해 보게 만든 책이다.  

뮐러의 책은 처음부터 쉽게 빠져들게 하지는 않는다.  

문체 자체가 읽어내려가면서 글의 문단과 문단의 연결성이 부드러운 편은 아니지만 다시 들게만드는 매력에는 작가 자신이 만든 조어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체을 연상시키는 자루, 침대가 있는 기숙사의 표현을 네모난 방이란 표현처럼 읽을 수록 독자의 상상력을 부추기고, 조어의 맛을 곱씹어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처음 부터 푹 빠져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갈수록 점차 속도가 빨라지고 그 내용면에 이끌려 글의 맛에 빠져들게 하는 책이 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모두를 지향하지만 뮐러 작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한 내면적인 고통과 더불어 그 시대를 살아견뎌왔고, 자신이 고백하듯이 루마니아에서의 삶 자체가 우연을 가장한 연극이었는지, 아니면 실제의 진실된 모습이었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판단이 안선단 말엔 두려움과 불안이란 단어가 이 처럼 생생하게 전달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테레쟈에 대한 작가의 연민적인 사랑, 그녀를 앞잡이로 내세운 프옐레 경감의 행동이 자신의 열쇠를 카피하고 전화를 건 곳이 루마니아 대사관으로 연결된 사실에 다시 돌아갈  것을 말하는 나의 심정은 그 누구를 믿어야 하는 인간의신뢰에 대한  절망을 나타낸다.  

그리고 제모를 하기 위한 방법으로 밀랍을 녹여 신체에 붙였다 떼어내는 과정을 묘사한 장면은 아직 제모제가 발달하지 않았던 그 당시의 생활상을 엿 볼 수 있는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잘못된 체제속에서 끊임없이 잘못을 바로 잡고자 했지만, 아니 좀 더 자유스런 인간으로서 살고자 했던 청년들의  삶이  결국 자유를 찾아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가게 하고, 경감에 대한 나의 생각은 누구나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을 하게 한다.  

손자에겐 한 없이 자애로운 할아버지로 변하는 경감의 모습의 이율배반적인 사진 속의 모습은 그래서 용서를 할 수 없는 감정으로 번지게한다.  

마음 짐승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때에 따라선 평생을 내 자신조차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일찍 알아버린 체제의 부당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 겪은 작가 내면의 마음짐승은 우리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란  바로 이것이다란 말로 답을 내리기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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