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의 기억으로부터) 회복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아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편안히 받아들이고 그 일에 압도되거나 분노하거나 수치스러워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책 속에서)#
저자 베셀 반 데어 콜크 박사는 지금은 우리에게 꽤 익숙해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명을 만든 사람이다. 2009년에는 아직 바로잡을 가능성이 있는 어린이들의 트라우마에 관해 연구하고 ‘트라우마성 발달장애‘ 라는 진단명을 만들었다. 1978년 보훈 병원에서 베트남 참전 군인들을 만난 것을 계기로 정신적 외상 혹은 충격적인 경험이 사람들의 현재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하고 치료의 길을 찾았다. 항상 그 당시의 최신의 자료들과 기술들을 습득하고 연구했는데, 약리학 연구소에 일 할 때는 약물 치료의 효능과 한계를 체험했고,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의료 기기의 발달로 뇌를 직접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후로는 트라우마가 몸에 남긴 흔적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1장에서 4장까지는 트라우마의 발견, 진단, 사례들이 담겨있다. 5장 회복으로 가는 길은 실제 치료법들과 성과를 담고 있다. 흥미를 끈 내용들을 잠깐 정리해 본다.
●인간은 몸의 미주 신경이란 게 가동하여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반응한다. 처음에는 ‘사회적 개입 유도‘라고 해서 주변에 도움과 지원을 구하는 단계다.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거나 위험이 갑작스럽게 닥쳐 그대로 맞딱뜨리면 ‘싸움ㅡ 도주 반응‘이 나타닌다. 싸우거나 달아나는 것이다. 이도저도 안 되면 에너지 소모를 줄여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다. ‘얼어붙은 상태‘ 또는 ‘붕괴 상태‘가 된다.
한 마디로 멘붕이 온다. 근친에게 성적 학대(근데 미국에는 딸을 추행하는 아버지가 왜 이렇게 많은가?) 를 지속적으로 당한 아이들은 머리를 숨긴다. 어떤 아이가 그린 그림에는 구름 속에 머리가 숨어있다. 구름 속에서 내려다보면서 지금 그 일을 당하는 건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분리하는 것을 ‘해리‘라고 하는데, 이게 심해지면 ‘해리성 장애‘라고 해서 일명 다중인격이 된다. 어떤 아이들은 나를 완전히 잃어버려 거울을 보면서도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 하고, (갑자기 드라마 킬미힐미가 떠 올랐다) 손 바닥 위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촉감이나 무게감, 온도를 전혀 느끼지 못 한다고 한다.
●거울 뉴런. 뇌와 뇌를 잇는 연결 고리. 공감 능력을 부여한다. 상대방의 표정과 신체 반응에 대해 뇌 속에서 똑 같은 반응을 보인다. 상대가 웃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울면 내 얼굴도 찌푸려지고 상대가 맛있게 먹으면 내 머릿 속에서는 음식을 먹고 느끼는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것이 양육 과정에서 모방 행동으로 이어져 언어를 습득하고 사회 속에서 적응 행동을 하도록 돕는다.
안전한 양육 환경이 제공되고 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 된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자기 인식, 공감, 충동 조절이 발달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포괄적 문제와 무능한 부모들을 만나면 사람들은 원인을 나쁜 유전자 탓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유전자 검사가 가능해지자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정신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찾는 일에 착수했다. 특히, 조현병에 유전적 원인(집안 내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0년이 흐르고 수백만 달러의 돈이 연구비로 사용되었지만 조현병의 공통된 유전적 패턴을 찾지 못 했다. 다른 정신의학적 질환들도 마찬가지다. 트라우마 스트레스를 예측 할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은 없다.
인간과 원숭이는 어떤 세로토닌 유전자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이 유전자의 대립 형질이 짧으면 충동성, 공격성,자극을 찾는 성향, 자살 시도, 심각한 우울증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고 안전하고 보호 받는다고 느끼면 유전학적으로 연관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고 한다.
그런데, 이런 불안정한 유전자(어쩌면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나는 많은 아이들이 실은 불안정한 양육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노르웨이는 인구 10만명당 수감자ㅡ 비율이 71명, 네덜라드는 81명인데, 미국은 781명이다. 왜? 미국은 매년 840억 달러를 사람을 수감시키는 일에 쓰고 있다. 수감자 한 사람당 약 4만 5천달러에 해당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같은 일에 쓰는 돈은 그 금액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부모가 자기 아이를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더 많이 투자한다. 이 투자의 결과는 아이들의 학업 성적과 범죄율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은 수감자율은 모르겠으나, 형법 범죄율이 인구 10만명당 2015명이다.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왜 취약 가정을 돕고, 보호 종료 청소년을 지원하고, 미성년 부모들이 사회 속으로 들어 와 무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오늘의 복지는 미래에 들어 갈 엄청난 비용을 줄여준다.
(너무 길어질까 봐 한 번 더 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