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아동문고는 정말 다 좋아하는 문집입니다. 동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처럼 아이들이 읽는다면, 평생 의미있는 멘토와의 만남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한국의 동화작가님들의 작품을 통해 위로, 힐링,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깊어가는 가을, 엄선된 우리말, 문학 정수를 둠뿍 느껴보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아!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서문중에서-

 

  


환상의 세계를 너무도 현실적으로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그려냈어요.


거대한 환상과 모험의 서사를 엮어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굉장히 잘 드러낸 수작입니다.


 

주인공은 "사라지는 세상들, 잊혀진 섬들, 미지의 땅"을 꿈꾸며

거인족의 나라를 찾으러 다녔습니다.

 그는 그토록 간절히 염원하던 거인족과 드디어 만나게 됩니다.

그는 그들 무리에 섞여 한동안 생활했어요.

 

 

"끝없는 밤을 지새며 우리가 나누었던 진실한 교류...

 

밤새도록 별들을 차례대로 불러대는 그들의 목소리는 서로 뒤섞이고는 했습니다.

 그것은 유려하면서도 복잡하고 반복적인 멜로디와 가냘픈 변주, 순수한 떨림...

 

그들은 밤이면 바람에 밀려가는 구름처럼 빠르면서도 조용히 걸었습니다. "

-본문중에서-

 

그는 거인족을 매우 사랑했지요.

 

그는 학자답게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게 거인족의 습성과 생활양식을 묘사 기록하였어요.

 

글을 읽는 내내 독자에게 거인족이 실재하는 것처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감동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그러나,

평화로운 거인족에게 불행이 찾아옵니다.

 

 

별빛 밤하늘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아름다운 거인들의 삶은 철저히 망가지고 붕괴됩니다.

 

 

비극의 서막은,

 친구였던 그가 전설의 거인족에 관하여 세상에 발표를 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거인족과의 온전한 우정을 지켜주겠다는 비밀을 깨고서 왜 발표를 했을까요?

 

시작은 작은 이기심..

혹은 학자로서 명예욕, 출세욕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 그는 거인족과의 맹세를 깨버리는 크나큰 잘못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잘못에 비해 대가는 너무도 잔인하고 가혹하였습니다.

.

.

..

.

.

.

.

 

거인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 의해 철저히 살육당하고, 결국.. 멸족에 이릅니다.

 

침묵하지 못한 원죄....

 

살육당하는 거인들의 끔찍한 최후.

 

 

 

무분별한 자연파괴, 끔찍한 살육현장, 어리석고 잔혹한 인간들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림책이 마치 한편의 거대 서사의 영화처럼 그대로 펼쳐지면서

 가슴을 저린 고통과 슬픔이 오래동안 떠나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삐비 이야기
송진헌 글 그림 / 창비 / 200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유년시절 내면의 쓸쓸한 기억을 끄집어

흑백의 파노라마처럼

 삐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가의 담담한 고백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이야기야.

삐비라는 아이가 있었어.

...

​ 

 

 

삐비는 겨울 내내 집안에 갇혀 있었어요.

 

 

​ 

 

봄이 되면 숲에 나와서 혼자 놀았아요.

 

숲이란 공간은, 유일하게 삐비에게 허용된 자유였을까요?

 

삐비의 공간에 우연히 들어간 '나'

 

둘은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 숲에서 놀게 됩니다.

 

 

 

 

삐비는 계속 머리를 따악 때리면서 자해를 해요.

숲을 다닐때는 떨어진 잎만 만져요.

 

왜 스스로를 때리는 걸까요?

나뭇가지 하나 꺽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여린 걸까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걸까요?

 

삐비는 말할 줄 모릅니다.

 

 

 

동네 친구들은 그런 삐비를 멀리합니다.

 

미친 아이, 이상한 아이

 

놀리고 조롱하지요.

 

'나'만 아랑곳 없이  삐비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어요. 

 

 

그러나 '나'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삐비는 다시 혼자가 됩니다.

 

 

​ 

 

운동장 조회시간

 

모두가 앞으로 나란히 일렬종대하지만 유독 한아이는 아쉬운 듯 뒤를 빼꼼 돌아옵니다.

 

'나'일까요?

 

 

'나'는 점차 학교생활에 익숙해지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립니다.

 

 이후 숲 근처에서 삐비를 보지만

 

결국 모른 체 지나가고 맙니다.

 

 

 

그후로 아주 오랫동안 삐비를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학교!!

 

숲에 혼자 있는 삐비와,  학교의 다수 학생들의 일렬종대 모습이 대조적으로 느껴집니다. 저는 이 한 컷의 장면이 유독 무섭고, 오래 기억이 남습니다.

 

숲은 정서적 거리만큼 단절된 경계선입니다.

 

삐비는 더 깊숙히 숲으로 들어갔고,

 

'나'는 이후 일렬종대처럼 공동체 원 안의 구성원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원 밖에 나동그라진 아이...

삐비는 숲에서 다시 혼자가 되었겠지요?

 

작가의 고백처럼.

 

어쩌면

 

처음부터 혼자였을 테지요.

 

 

'나'는 삐비에게 다가간 게 아니라, 잠깐 곁에 느린 보폭으로 맞추다가 온전히 지나친 걸지도요.

 

 



이후

 

삐비의 이야기는 아무도 모릅니다.


 

 

작가는 어른이 되어 

아이와 함께 숲을 찾아갑니다.

 

 

다시 찾아가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뒤늦은 작가의 연민과 죄책감의 정서는

담담히 흑백의 그림 위에 짙게 깔립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 그림책의 서사는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사실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다가는 법, 공감하는 법을 배운 적도 없는 작가로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그 아이를 이방인처럼 깊숙히 숲으로 내몬 것은, 

놀리며 조롱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침묵하고 방관하는 수많은 '나'들입니다.


또한 공동체 마을, 학교, 사회 어느 곳도 삐비에게 숲 한자락만큼 내어 주지 않았고 철저히 격리시켰어요.



 

지금도 여전히 차별과 무지, 방관의 숲은 존재하고,

그 속에 수 많은 삐비는 어디쯤 있을까요?


아직 끝나지 않은 삐비 이야기는 계속 진행중이에요.

이제 함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뒷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 가요.

 

 

겨울이면 갇혀야 하는 아이,


놀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숲만 허용된 아이,


보살핌과 배려가 필요한 아이..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


모두가 알고 있는 삐비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볼
유준재 글.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이 그림책을 보았을 땐, 당연히 야구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어요.

 

스포츠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막연하게 부담이 되었습니다.

 

막상 읽어보니 야구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엮어주는 매개일 뿐입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부자(父子)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백하게 담았어요.

  

 

첫 페이지부터  작가는 부모님의 연애를 담담하고 짤막하게 들려줍니다

 

당시의 대다수 사람들이 그러했듯 평범하고 친숙한 우리 이웃의 가족이야기에요.

 

다만 다른 가정과 아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부자간 야구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지요.

  

 

소년은 '우주소년아톰'보다 아버지와 함께 보는 야구 중계를 더 좋아하였습니다.

 

 

프로야구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던 시절입니다.

아들과 아버지는 야구에 관하여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tv에서 방영했던 응답하라 시리즈 세대라면 더 진한 공감대가 형성될거에요.

 

아버지가 선물한 미즈노 야구 글러브와 배트.

일요일이면 아버지, 형이 모여 함께 야구 경기를 하고 동네 목욕탕을 간 소소한 에피소드..

 

 

그리고 가장 가슴벅찼을 야구장 관람 추억이 화려하게 지나갑니다.

 

 

 정점을 찍은 홈런공의 포물선처럼 아버지와의 관계도 어느 순간부터 점점 소원해집니다.

 

자연스레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 않게 되고서..

시간이 흘러갑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그렇게 아들은 누군가의 아버지가 됩니다.

 

 

읽으면서 그 시절 기억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문장의 행간 사이 사이 여백의 진한 감동을 느껴보세요.

지나온 세월이 빚어내는 향수, 추억, 특히 젊은 시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서로 공을 주고 받는 장면이 가장 좋았어요..

 

그 어떤 대화보다도, 이 장면이 더 와닿습니다.

 

진심을 담아 공을 주거니 받거니..

기다리고 받아주고

다시 응답하듯 돌려주는 그 사랑의 포물선이 계속 오가는 모습이 연상되었어요.

 

언제나 항상 내 인생의 마이볼을 오롯이 잡을 때까지

옆에서 한결같이 지켜주고 지지해주었던 부모님이 생각납니다.

 

 

아빠가 아주 높이 던질 테니까 한번 잡아봐.

잡을 수 있겠으면 '마이볼'하고 크게 외쳐.

내가 잡겠다는 뜻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홈런을 한 번도 쳐 보지 못한 너에게 내인생의책 작은책가방 3
하세가와 슈헤이 글.그림, 양억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홈런이 터지면 시간이 딱 멈추는 느낌이야.

.....

홈런을 친 선수는 자기 힘으로 홈, 즉 집을 나갔다가 세계를 한 바퀴 빙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거야

오직 자신의 힘으로.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들려주는 응원과 조언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에서 등장한 이웃집 형은 주인공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로 하세가와 슈헤이 작가가 아이들에게 진짜 해주고 싶은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요?

이웃집 형은 홈런을 치고 싶어하는 주인공 아이의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이미 그 길을 걸었고, 앞으로도 걸어갈 길이기에, 경험과 진정어린 말로 아이를 응원합니다.

야구를 하는 아이들은

홈런을 치기 위한 그 한번의 찬란한 순간을 위해

오랜시간 열정을 가지고 땀과 노력으로 버팁니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아요.

외롭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하지만 홈런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이 책은 소중한 꿈을 위해 노력하는 진지한 삶의 자세를 겸허히 배우게 해줍니다.

꿈의 주인은 나입니다.​

꿈이란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

마치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며 응원해주는 것 같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말기! 오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나가기!​ 내 인생의 홈런이 올때까지...

 

 

 

 

 ​

 

 

나도 진짜 홈런 쳐보고 싶다.

  

나 언젠가는 꼭 홈런을 칠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안타부터 쳐야겠지.

             -본문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